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85)] 비탄의 문(전 2권)

[책을 읽읍시다 (1485)] 비탄의 문(전 2권)

미야베 미유키 저 | 김은모 역 | 문학동네 | 516| 15,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모방범』 『화차』 『솔로몬의 위증등의 대작 미스터리로 국내에 굳건한 독자층을 유지하며 2017년 데뷔 30주년을 맞은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 2년간 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에 연재되며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얻은 작품으로, 사회파 미스터리 소재에 작가의 또다른 장기인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대학 생활에서 별다른 즐거움을 찾지 못하던 신입생 미시마 고타로는 우연찮은 계기로 신생 IT기업 쿠마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인터넷상의 공개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 등에서 범죄의 흔적을 찾아내 감시하고 필요에 따라 수사 당국에 협력하는 이른바 사이버패트롤이 쿠마의 주업무. 무궁무진한 문자의 바다에서 키워드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를 건져내는 행위에 흥미와 보람을 느끼고 점점 몰입해가던 즈음 고타로와 친하게 지내던 아르바이트 선배 모리나가가 신주쿠 일대에서 노숙자들이 실종되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다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다. 고타로는 그의 행적을 좇던 끝에 몇 년째 비어 있는 신주쿠의 한 유령 빌딩에 잠입하게 된다.

 

한편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는 옥상의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괴소문을 확인하러 온 전직 형사 쓰즈키도 있었다. 도시 한복판의 어둠 속, 거대한 새의 날갯짓 소리와 함께 두 사람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은 이윽고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연결되고, 고타로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의 힘을 빌려 직접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로 마음먹는다.

 

비탄의 문은 미야베 미유키가 2009년 발표한 장편소설 영웅의 서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판타지 성장소설에 가까운 전작과 달리 현실세계의 강력범죄와 학원폭력, 인터넷의 폐해, 나아가 빈곤층 복지 문제까지 다루며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까운 틀을 갖춘다. 속편이라기보다 마치 거울처럼 각각 가상과 현실의 이야기를 나눠 맡고 있는 모양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태어나고 회귀하는 이름 없는 땅이라는 공간이 전작에서는 말 그대로 책의 세계로 표현되었다면 비탄의 문에서는 주인공 고타로에게 펼쳐진 인터넷 속 문자 세계가 그 역할을 한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내뱉지 못할 말도 모니터 앞에서는 별생각 없이 쏟아놓는 사람들. 그 안에 담긴 비난, 악의, 질투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다 어디로 흘러갈까?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자의로 해석하고 짜맞춰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는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까? 만약 누군가의 말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과연 어떤 형태일까? 고타로는 동경하고 아끼던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전사의 형상에 사신의 무기를 들고 인간의 갈망을 사냥하는 비현실적 존재를 맞닥뜨린다. 매일 일상적으로 접하던 인터넷 세계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누군가가 내뱉은 말이 고이고 쌓여 결국 그 사람의 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데뷔 후 삼십 년 넘게 현대사회의 문제와 어둠을 다각도에서 조명해온 작가는 비탄의 문을 집필하면서도 실제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취재하고 참고했지만 그 내용을 그대로 소설에 담지는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책임과 부담, 파급력을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역설하는 부분에서는 정보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간 작가로서 지켜온 소설 집필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사회파 미스터리로도, 이세계 모험담으로 볼 수 있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가진 근원적인 힘을 설파하는 비탄의 문미야베 월드에서만 가능한 색다른 독서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 소개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 '미미여사' 라는 닉네임이 있다. 1960년 도쿄의 서민가 고토 구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속기 전문학교와 법률 사무소에서 일했으며, 2년 동안 고단샤 페이머스 스쿨 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에서 공부했다. 27살이 되던 1987, 3번의 투고 끝에 우리들 이웃의 범죄로 올요미모노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 후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비롯하여 사회비판 소설, 시대소설, 청소년소설, SF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의 작품들은 출간되는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녀는 일본 최고의 인기 작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 월간지 다빈치가 매년 조사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순위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 등을 물리치고 7년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 작가이다. 그녀의 글은 대중적이면서도 작품성을 겸비하고 있고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상처 받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녀의 작품들은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9년에 마술은 속삭인다로 일본추리서스펜스 대상을 받았고, 1992년에는 용은 잠들다로 제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상을, 같은 해에 후카가와 본가의 이상한 책자로 제13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신인상을, 1993년에는 화차로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했다. 이어서 1997년에는 카모 저택 살인사건으로 제18회 일본SF대상을 수상했으며, 1999년에는 이유로 제120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또한 모방범으로 2001년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대상 특별상과 2002년 제6회 시바료타로상, 52회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7년에는 이름없는 독으로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영화 프로듀서, 게임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온라인 게임 금지령을 받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폐인'이기도 한 그녀는, 게임을 바탕으로 한 소설 ICO와 게임의 영향을 받은 SF판타지 소설 드림버스터를 쓰기도 했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2006대항해시대공식 이벤트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였는데, 이 게임 안에는 드림버스터의 주인공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레벨 7』 『R. P. G.』 『브레이브 스토리』 『누군가』 『이코안개의 성』 『인질 캐논등의 저서가 있다. 대답은 필요 없어스나크 사냥』 『크로스파이어』 『나는 지갑이다』 『모방범』 『이유등 그녀의 많은 작품들이 TV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었다.

 

현재는 하드보일드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澤在昌), 추리 소설가 교고쿠 나츠히코(京極夏彦),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세 사람이 모여 각자의 성을 딴 사무실 '다이쿄쿠구(大極宮)'를 내고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의 책임 편집을 맡았고, 메롱구적초』 『그림자밟기를 출간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