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우경현 기자] ‘현대 한국불교 최초의 비구니 율사’ 묘엄 스님(1932~2011)을 돌아보는 자리가 2016서울국제불교박람회(이하 불교박람회)를 통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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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박람회측은 “묘엄 스님은 파란만장했던 근현대를 살아내며 비구니로서는 드물게 율사의 지위를 얻은 인물이자, 이로 인해 여성 수행자의 인식 개선을 이끌어낸 큰 별이었다”고 설명했다.
묘엄 스님에 대한 이해는 가족 배경부터 시작해야 온전해진다. 스님은 근현대 한국불교의 지표였던 청담 스님의 둘째 자제로 태어났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집안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청담 스님은 독신청정의 계율을 져버린 대가로 이후 혹독하고 치열한 참회정진을 이어가며 수행자의 본분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묘엄 스님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의 식민통치와 해방, 한국전쟁 같은 현대사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수행자의 길을 걸었다. 묘엄 스님의 일대기와 한국 비구니 승단의 변화를 다룬 『한계를 넘어서』(동국대학교출판부, 2012)에 따르면, 묘엄 스님은 1940년대 초중반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난 종군위안부 징집을 피해 당시 청담 스님이 주석하던 대승사로 보내졌다. 이후 성철 스님의 조언과 독려 속에 윤필암에서 출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출가 후 열정 넘치던 묘엄 스님은 봉암사 결사의 구성원이 되어 한국불교 개혁의 횃불을 높이 들기도 했다. 당시 들불처럼 일어난 변화의 바람은 묘엄 스님의 길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존재하던 승단 내 분위기가 변화하며 비구 스승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공식적인 최초의 비구니 교육자로 한국불교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비구니 교육자로서 묘엄 스님은 한국 비구니 승단이 오롯이 바로 서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조계종 5대 비구니 승가대학인 봉녕사승가대학을 설립해 후학을 양성하고 비구니들의 단합과 여성 수행자의 위상을 제고시켰다. 남성 중심의 한국 승가공동체에서 비구니 승가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특히 주목해야 할 행보다. 한국불교 내에 양성 평등이 실현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장본인인 셈이다.
또한 한국불교사 최초의 비구니 율원을 설립, 비구니들에게 율장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비구니 율맥의 공식적인 전승이라는 새로운 전통을 세워 한국 비구니 법맥의 정통성을 확립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이번 불교박람회 ‘우리스님전’은 묘엄 스님의 지난 업적과 발자취를 불자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20세기 격동의 한국사에서 함께 물결치던 한국불교의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원 봉녕사 측은 ‘우리스님전’을 위해 묘엄 스님과 관련된 유품 및 사진 자료들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주묘엄박물관 내 전시물은 물론, 달라이라마가 선물한 불상, 묘엄 스님이 사용하던 안경과 다구, 생전 메모, 발우 등이 20여 점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묘엄 스님의 일대기에 대한 3D 애니메이션도 제작, 공개돼 많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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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현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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