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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기고문] 중국 해상민병과 남중국해 회색지대 전략

[기고문] 중국 해상민병과 남중국해 회색지대 전략

 

▲조현규(예비역 대령, 육사 41기) 국제정치학 박사. ⒞시사타임즈


[
시사타임즈 = 조현규 국제정치학 박사] 올해 3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 남사군도) 내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해역인 휘트선 암초’(Whitsun Reef)에서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적벽대전 연환계’(連環計, 고대 병법인 ‘36 중 하나로서 고리를 연결하는 계책’)를 방불케 하듯이 중국 어선 200여척이 서로를 묶고 해상 바리케이트를 쳐서 필리핀 어선들의 조업과 필리핀 해양경찰의 단속을 막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은 이들이 모두 순수한 민간어선이라고 주장했지만, 필리핀 등 분쟁 당사국들과 전문가들은 해상민병’(海上民兵, Maritime Militia)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수법은 중국이 여타 남중국해 분쟁해역을 점거할 때 구사하는 소위회색지대 전략’(Gray Zone Strategy, 전쟁도 평화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황을 조성하면서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점진적으로 자국의 국가이익을 증대시켜 나가는 전략.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인공섬을 조성하고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임)이다. , 해군이나 해양경찰 같은 공권력 대신, 국제법상으로 민간인을 내세워 해역을 점유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중국 해상민병의 실체와 남중국해에서의 회색지대 전략 수행을 살펴보기로 한다.

 

 

해상민병의 유래와 발전

해상민병의 유래는 중국의남사군도 개발, 어업 우선전략방침에 의거하여, 1985년 기존의 하이난다오(海南島) ‘탄먼어업민병분대’(潭門漁業民兵分隊)를 기반으로 창설한 탄먼해상민병중대’(潭門海上民兵連)가 효시이다. 이 해상민병부대는 수십년간 어장보호, 정찰경계, 수색구조, 자기방호, 보급지원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루어 대표적인 해상민병부대로 성장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직후인 2013 4월 이 탄먼해상민병중대를 시찰하고, 현지 어민들에게 현대장비 학습, 조업능력 향상, 원양정보 수집, ·암초 건설 지원 등을 강조했다. 또한, 2013 7월에는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지방정부인 산샤시(三沙市) 산샤해상민병’(三沙海上民兵) 부대를 창설했다.

 

▲산사해상민병중대. ⒞시사타임즈


산샤해상민병부대는 창설 이후 남중국해 분쟁해역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며, 2015 2월 파라셀군도(Paracel Islands, 중국명 西沙群島’) 내 융싱다오(永興島)에 등록된국영산샤어업발전공사’(國營三沙漁業發展公司)는 전문기술을 갖춘 퇴역군인과 일반인을 대거 모집하여 해상민병 선단(船團)에 충원해 주었다. 동 공사는 국가가 지원하는 민간군사회사일 뿐만 아니라 중국이 남중국해와 주변 영유권 분쟁해역에 관여하는 비전통 수단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 수만 명의 인원과 수천 척의 선박을 보유한 해상민병을 운용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상민병 지휘체계 및 운용

중국의 모든 회사·공장·생산단위는 민병업무조례(民兵工作條例)에 의거 민병 단위를 편성하고,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다. 유사시에는 중앙군사위원회국방동원부’(國防動員部)가 직접 지휘한다. 각 성군구(省軍區분구(分區지방정부가 평시 민병동원을 담당하며, 전시에는 민병지휘센터로 전환하여 인민해방군 및 무장경찰과 합동방위체계를 갖춘다.

 

중국이 해상민병을 운용하는 주목적은 회색지대 전략을 활용하여 역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있다. 해상민병과 일반 어민을 외관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고, 실제로 모종의 행동을 취하거나 무기를 동원하여 공격하기 전에는 그 신분을 식별할 수 없다. 남중국해처럼 여러 국가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공해에서 조우할 때, 중국 해상민병은 민간어선으로 가장한 채 접근하여 각종 정보·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만약 다른 나라의 해군·해경이 강제로 법을 집행하여 이들을 추방할 경우, 상황에 따라 강경하게 대응하거나 또는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이를 대내외 선전에 절호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을 경우에는 민간 어선의 자발적 행위라고 발뺌하면서 전면 후퇴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한편, 미국 외교전문지더 디플로맷’(The Diplomat) 2020 7월호는 "중국의 해상민병은 독립된 병과가 아니라 지방정부와 성()정부에 의해 설립된 국방조직이며, 관리는 지방정부가 하지만 행동은 군대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중국 해상민병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일반 어선으로서 가끔씩 해군·해경을 위해 복무한다. 다른 하나는 전업 해상민병으로서 전문화되고 양호한 장비를 갖추었으며 해군 보조함대의 해상선봉대이다. 그들의 임무는 고기잡이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어선 220여척이 휘트선 암초에 포진. ⒞시사타임즈



해상민병의 기능과 역할

중국의 해상민병은 관계기관으로부터 교육훈련을 착실히 받고 장비가 충분하며, 특히 인민해방군·해경·어정국(漁政局)과 합동작전을 통해 실전 검증을 거친다. 이들은 모두 어업회사 소속이므로 민간기업의 외투를 입은 국영 해상용병이라고 칭할 수 있다.

 

정찰·수집·감시 이외에, 해상민병의 더욱 중요한 기능은 해군·해경 순찰함의 임무 공백을 메우고 직접 추방을 수행하는 것이다. 중국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국제법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사가 있기 때문에 중국 해경선의 법 집행 수단은 점차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으며, 과거의 근접 추방이나 항로 차단과 같은 위험한 방법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는 산샤해상민병은 이런 제한을 받지 않고 다른 나라의 함정을 남중국해에서 축출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군이 항행의 자유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s)을 개시한 이후 산샤해상민병 비전통적 작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해남도 해상민병부대 시찰(2013.4). ⒞시사타임즈



설령 해상민병이 접촉회피 규칙을 어기고 해사(海事)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국제해사법 규정에 따른 처리대상은 중국정부가 아닌 산샤어업발전공사이기 때문에, 정부를 끌어내려면 반드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선별적 국제법 준수 사례와 국제간 강제력 결여를 감안할 때 재판결과는 참고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회색지대 전략을 통해 산샤해상민병은 전술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신분을 전환할 수 있고, 최대의 전술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산샤해상민병 산샤어업발전공사의 보급지원을 받고 있고, 모항(母港)이 남중국해 내에 있기 때문에 상황 발생시 반응이 빠르고 임무수행도 지속적이다. 이것은 중국이 영토의 실제 사용 및 영유(領有)를 선언하는 데 도움이 되며, 훈련된 산샤해상민병선박은 해군·해경 함정이 접근할 수 없는 근해 사각지대에 깊이 진입하여 타국 함정의 방위 및 대응 태세를 타진할 수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등 분쟁지역이나 조업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해역에서 무력을 행사하기 위해 준군사조직인 해상민병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방의 군사적 대응을 어렵게 하는 민간어선을 가장한 해상민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해양 분쟁이 발생 할 경우 중국이 점진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 조현규(예비역 대령, 육사 41) 국제정치학 박사

 

국방정보본부 중국분석총괄, 주중대사관 무관주대만대표부 연락관을 역임. 현재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신한대 특임교수 겸 평생교육원 부원장, 중국 상해 복단대(復旦大學) 객원교수로 재직 중.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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