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수연 기자] 서울시가 국내 제조업, 특히 동대문 패션산업의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불법 공산품 퇴출에 나선다.
중국에서 값싸게 들여온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의류 라벨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바꿔치기 해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나, 유명 브랜드를 베낀 일명 ‘짝퉁’ 의류를 제조·유통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우선 중국산 의류를 한국산으로 속이는 원산지 세탁 행위에 대해서는 6월부터 시 민생사법경찰단, 서울본부세관, 자치구 등과 월 1회 이상 합동단속을 펼치고, 민간감시원과 협력해 상시 모니터링 하는 등 감시·단속 체계를 강화한다.
지난 3월28일이 그 첫 단속이 있었다. 서울시와 서울본부세관, 민간전문가 등 28명으로 구성된 합동단속으로 원산지 표시 위반 9개 사업체에서 라벨 5,790점을 압수했다. 단속된 사업체에 대해서는 피의자 조사 등이 완료되면 원산지 표시 위반내용에 따라 행정처분하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짝퉁 의류 제조·판매 업체에 대해서는 그동안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서 상시 수사를 해왔다. 하지만 이른바 ‘라벨갈이’로 원산지를 속인 제품의 경우 진위 여부를 가리기가 어렵고 추적이 까다로워 그동안 감시·단속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31일 동대문 신평화패션타운에서 ‘불법 공산품 근절을 위한 원년 선포식’을 개최하고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2016 서울 일자리 대장정’의 하나로 열리는 선포식에는 박원순 시장과 동대문패션타운 상인 등 60여 명이 참석한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와 상인, 소비자가 협력해 불법 공산품 유통 근절을 다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협약에 따라 ▲서울시는 원산지 표시 위반 및 불법복제 제품에 대한 단속 강화 ▲상인들은 건전한 상거래 조성을 위해 불법 공산품 유통 근절 ▲소비자 단체는 캠페인 및 모니터링 지속 실시를 상호 약속한다.
박 시장은 협약식 이후에는 동대문패션타운 상권 활성화와 불법 공산품 유통 근절을 위한 협력방안 등을 주제로 상인들과 간담회를 개최한다. 또한 신평화패션타운 1층, 4층 매장 상인들을 찾아 불법 공산품 유통 근절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는 캠페인도 펼친다.
시는 유명브랜드를 도용한 짝퉁 제품에 대해서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서 상시 수사할 예정이다. 또 서울시, 자치구, 특허청,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축돼 있는 민·관 합동체계(7개 반 총 43명)를 유지해 명동, 남대문, 동대문시장, 이태원 등 거점별로 지속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 2월부터 기획수사에 착수, 파리게이츠, 빈폴, 듀퐁 등 유명브랜드 총 54종을 도용해 짝퉁 의류를 제조해 전국에 유통시킨 일당 9명을 적발하고 「상표법」 위반 행위로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단일 적발 건에서만 작년 1월부터 제조·유통한 짝퉁 제품이 약 1만여 점, 정품 추정가액은 20억 원에 이른다. 시 민생사법경찰단은이 중 약 4,400여 점을 압수해 전량 폐기할 예정이다.
시 민사경은 지난 1월 동대문시장 내 골프웨어 매장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거래자의 은행계좌에서 이들 제조·유통·판매업자들을 찾아냈다. 수사 결과 동대문시장에서 도매상을 운영하는 중간 유통업자 김모 씨(60세, 남), 전모 씨(58세, 여) 부부가 위조 상품을 대량 매입해 소매상에게 판매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입건된 관련자들은 「상표법」에 의거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유명브랜드를 도용한 짝퉁 제품에 대한 단속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과 민생경제과에서 투 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상표법」 위반사범 총1,112명을 형사 입건했다. 또 위조상품 총 24만8,995점을 압수한바 있다. 정품 추정가는 총 1,086억 원이다.
한편 서울시는 안전성 검사에 합격한 품질 좋은 의류가 소비자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공산품 안전·품질(KC)표시 정보은행’(이하 ‘정보은행’)을 전국 최초로 구축해 6월부터 시범운영한다.
의류 원단은 공산품안전관리 제도에 따라 안전성 검사(안전·품질표시 검사)에 합격한 원단만이 유통이 가능하지만 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과 검사시간, 비용 부담 등으로 KC표시를 준수하지 않는 업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정보은행’은 의류 제조업자가 원단에 대한 안전기준 검사를 받으면 그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공유해 같은 원단을 사용하는 다른 상인이 개별적으로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검사시간(평균 5일)과 비용(평균 9~18만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정보은행에 원단에 대한 안전기준 검사를 등록할 경우 검사비용의 절반을 시(30%)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20%)이 부담해 검사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시는 동대문 상인들이 정보은행을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동대문N상가상인회’의 재능기부를 통해 PC기반 검색과 앱(App)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는 원단에 대한 안전기준 확인을 원단 공급업자가 아닌 의류 제조업자가 할 수 밖에 없는 현행 규정이 동대문 의류상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법령 개정을 중앙정부에 지속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성인 의류의 경우 안전·품질(KC)표시 대상 공산품은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가 안전기준을 확인해 표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의류의 주재료인 원단을 공급한 업자에게는 오히려 정보제공 의무가 없어서 의류 제조업자가 원단에 대한 안전기준을 검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중앙정부에 법개정 건의를 한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은 “원산지를 속이고 타 제품을 불법복제하는 행위는 동대문 의류상권의 건전한 창조역량을 저해하고 일자리를 갉아먹는 만큼 서울시는 상인, 소비자와 함께 불법 공산품 유통 근절에 적극 나서겠다”며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내 제조업과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제도 개선을 병행하고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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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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