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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아라우의 후예38> 아라우 모바일 시네마

<아라우의 후예38> 아라우 모바일 시네마

 

[시사타임즈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시골마을에서 자란 나의 유년시절에 영화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TV조차 흔하지 않았던 시골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에 스크린이 설치되면 비록 비가 흘러내리는 듯한 화면에 내용조차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움직이는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기했었다. ‘아라우 모바일 시네마’, 한 마디로 시골마을을 돌며 영화를 상영하는 활동으로 영화가 태풍으로 인한 주민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7,00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보니 위성안테나가 없으면 시골지역은 TV 수신도 쉽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역별 라디오가 발달하여 과거 우리가 그랬듯이 라디오 드라마가 시작되는 시간에는 주민들이 라디오 곁에 모여 들었다. 이처럼 TV나 영상을 잘 접하지 못하는 시골마을을 다니며 빔프로젝트를 이용하여 영화를 상영하니 현지주민들의 호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산골마을에서 영화상영 (c)시사타임즈

 

아라우 모바일 시네마에서 주로 K-POP 뮤직비디오와 한국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상영하였다. 산골마을 어린이 중에는 영상이란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있어 움직이는 사진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영화상영 시에 마을주민이 공터에 모이면 팝콘을 제공했는데 말 그대로 장사진을 이루었으며 주민들의 즐거운 놀이의 장이 되었다. 야외에서 상영하는 특성상 저녁 7시 무렵에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모바일 시네마팀은 4시 경에 부대를 출발하였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장비를 설치하는데 빔 프로젝트로 영사기를 대신하고 장비와 팝콘, 슬러시 기계를 싣고 갔던 5톤 부식차 옆면이 스크린이 되었다. 영화상영에 앞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K-POP 댄스 경연대회를 개최했는데, 자발적으로 또는 부모 등에 떠밀려 나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경연이 실시되면 어린이들의 재롱에 마을주민들이 열심히 응원하고 박수치고 말 그대로 흥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가끔 해가 늦어져 시간이 남거나 열기를 더 고조시키고 싶으면 청소년이나 성인여성들이 출전하는 경연대회를 열기도 하여 순위를 정하고 상품을 수여하였다. 이렇게 한 30분 정도 경연대회를 하고 나서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깔판도 없이 그냥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본격적인 영화상영에 앞서 부대에서 제작한 부대활동 영상을 약 10분 정도 상영하는데 태풍으로 자신들이 당한 고통이 느껴져서인지 많은 주민들이 눈물을 흘렸다.

 

▲영화상영 포스터와 영화를 즐기는 주민들 (c)시사타임즈

 

대부분의 DVD가 영어자막을 지원하지만 영화를 시청하는 많은 주민은 영어를 읽을 줄 몰랐다. 신기한 것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영화를 보면서도 한국사람이 영화를 보며 웃거나 우는 장면에서 똑같이 웃고 울고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문화나 인종을 떠나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을 영화상영 지원을 하면서 느꼈다. 오히려 이곳 사람들이 때가 묻지 않아서인지 즐거운 장면에서는 더 잘 웃고, 슬픈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표현에 더 솔직한 것 같았다. 자신이 앉은 자리에 따라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하고 작게 들리기도 하며, 먼 곳은 화면이 작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끼는 감동만큼은 우리가 영화관에서 완벽한 사운드를 들으며 감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다 보니 비가 오면 영화상영을 중단하였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상영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비가 오더라도 보는 인원이 있으면 말 그대로 비오는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였다. 또한 한동안 부대 앞 맥아더 공원에서 매주 금요일에 영화를 상영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먹거리 잡상인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팝콘을 무료로 제공하니 팝콘 장사는 공짜 팝콘 때문에 장사에 죽을 쑤는 것이었다. 이 사람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니 심각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사람이 순해서 그런지 불평 한마디 없었다. 현장에 나가 살펴보니 팝콘 행상에만 손님이 없어서 이후부터 맥아더 공원에서 영화 상영 시에는 팝콘을 제공하지 않도록 했다.

 

혹자는 태풍 피해복구와 영화상영이 무슨 관계가 있어 피해복구를 하러 간 부대가 영화나 상영하고 다니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복구의 가장 우선은 무너진 사람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이고 음악과 춤, 영화가 어우러진 ‘아라우 모바일 시네마’는 이곳 주민들의‘마음의 힐링’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였다고 말하고 싶다.

 

글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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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wangco123@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