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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엄무환 칼럼> “꿈이 있습니까?”

<엄무환 칼럼> “꿈이 있습니까?”

 

▲엄무환 국장

 

[시사타임즈 = 엄무환 국장4년 전으로 기억됩니다. 제가 주말마다 섬기는 제2337부대 상승독수리연대 샬롬교회에서 어느 토욜 군종모임 때 참여한 군종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한 군종이 자신은 꿈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미션을 주었습니다. 전역하기 전까지 꿈을 가져보라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 군종이 제게 꿈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 꿈은 전문하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군종에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진 꿈이었습니다. 모두 그 군종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그 군종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꿈이 없었을 때와 꿈을 가졌을 때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하사가 되고 싶다해서 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 군종의 경우 중대에서 관심병사로 분류되었기에 전문하사로 추천을 받지 못해 그만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대대장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대대장님, 군종인 OOO 병사가 지금까지 꿈이라는 게 없었는데 군에 와서 처음으로 꿈을 가졌습니다. 그 꿈이 전문하사입니다. 우리 군종에게 기회를 한 번 주십시오

 

대대장님이 제 얘길 받아들여 전문하사로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사단의 서류심사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그 군종은 현실을 받아들여 전역 후 앞으로 이런 이런 계획을 가지고 도전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하여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첫 월급을 타서 군교회 후원을 시작하더니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우리 군종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꿈이 있느냐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 그것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 등을 묻습니다. 그런데 꿈이 없는 군종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꿈을 가져보라고 권면합니다.

 

병사들에게 구약성경 창세기 37장의 요셉이 꾼 꿈에 대해 설교했습니다. 그런데 이 꿈은 제가 우리 군종들에게 말한 꿈과 성격이 다릅니다. 내가 앞으로 뭐가 되고 싶다, 난 이런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이 꿈은 하나님께서 요셉에게 보이신 하나님의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전자의 꿈을 야망(ambitious)이라고 한다면 후자의 꿈을 비전(vision)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병사들에게 전한 설교제목 꿈이 있습니까?”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를 의미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요셉처럼 하나님의 계시적 사건이요 하나님의 의중과 계획이 담긴 비전을 품은 군종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기독간부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이런 모습은 일반 교회 성도들도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모습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하나님 백성들의 영적 현주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단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영적 상태와 같기 때문입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아니 요단강을 건너지도 못했습니다. 애굽에서 나오긴 했지만 그러나 광야에서 40년을 뺑뺑이 돌다가 모두 죽었습니다. 이들의 삶에 대해 신약성경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령이 이르신 바와 같이 오늘 너희가 그의 음성을 듣거든 광야에서 시험하던 날에 거역하던 것 같이 너희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말라 거기서 너희 열조가 나를 시험하여 증험하고 사십 년 동안 나의 행사를 보았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이 세대에게 노하여 이르기를 그들이 항상 마음이 미혹되어 내 길을 알지 못하는도다 하였고 내가 노하여 맹세한 바와 같이 그들은 내 안식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하였다 하였느니라”(3:7~11)

 

이 말씀에서 특히 중요한 대목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했지만 그러나 항상 마음이 미혹되어 하나님의 길을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여기 하나님의 길이 바로 비전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길을 알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영적 상태를 히브리서 기자는 미혹되어라고 표현했습니다.

 

히브리서 기자가 쓴 미혹되어라는 말의 헬라어 원어는 플라논타이입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방황하다, 속다, 잘못하다는 것으로 당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항상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여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신학자인 델리취 교수는 이런 결과가 나타난 점에 대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의 잘못을 가르쳐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스스로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히브리서 기자는 이런 평가를 내렸습니다. “또 하나님이 사십 년 동안 누구에게 노하셨느냐 그들의 시체가 광야에 엎드러진 범죄한 자들에게가 아니냐”(3:17)

 

하나님께서 노하셨다는 겁니다. 즉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결국 하나님을 분노케한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결과가 초래된 요인이 뭐냐.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이 보이신 길, 하나님의 의중, 하나님의 뜻인 비전을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약성경 잠언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Where there is no vision, the people perish”(29:18) “비전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

 

누군가가 저에게 (비전)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즉시 예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비전을 보이셨고 제 가슴에 비전을 잉태시키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정형편으로 인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정규중학교가 아닌 강원도 태백시 황지교회 부설 황지고등공민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때 황지교회 담임이셨던 오창학 목사님(신촌장로교회 원로)께서 매주 목요일마다 성경을 가르치셨는데, 저희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에 "꿈"이라는 단어가 품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인생 막장이라는 광산촌인 태백시의 환경에서 꿈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뭐가 될까 고민하다가 법관이 되어야겠다는 야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법관이 되어야겠다는 야망은 제 인생의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갖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가정형편으로 인해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못하고 자동차정비공장, 기차표신발가게 대리점, 병원 잡역부, 그리고 지하 700미터에서 탄을 파는 광부일을 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독학으로 고졸자격검정고시를 공부하도록 강력한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입니다. 법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 결과 고등공민학교를 졸업한지 만 5년 만에 고졸자격 검정고시(8과목)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서울에 올라와 장충체육관 인근에 있는 제품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 그리고 아파트 경비일을 하면서 독학으로 숭실대학교 법대에 합격했으니 제 가슴에 법관이 되겠다는 야망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랬다면 모르긴해도 광부일을 하다가 대부분의 광부들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 40대에 진폐증 환자로 생을 마감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야망이 저를 인생 막장에서 끄집어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제게 주어진 환경과 싸우면서 결국 법대에 진학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그때의 그 기쁨 그 감격을 저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제 야망을 비전으로 바꾸셨습니다. 무려 5년 반 동안 저를 설득하시면서 말입니다. 이 과정 속에서 저는 제가 그토록 붙잡고 있었던 야망이 사실은 저의 우상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찌됐든 야망과 비전이 다름은 분명합니다. 저는 지금 야망을 위한 삶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제게 보이신 비전을 위한 삶을 살아가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이같이 하나님의 비전을 위한 삶을 가리켜 예수님께서 "천국을 침노하는 자"의 삶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히브리서 11장에 소개된 믿음의 사람들의 삶이 이를 증명합니다. 즉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을 정복한 삶이요 사도행전적 삶 말입니다. 

 

 

그런데 가나안 정복의 삶, 즉 '천국을 침노하는 자'의 삶엔 두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보이신 비전과 그 비전을 이룰 수 있는 믿음입니다. 비전과 믿음, 이 두 가지가 없으면 가나안 정복의 역사, 천국을 침노하는 자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아니 요단강조차 건너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 아니라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하나님을 분노케하는 삶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비전을 위해 자신의 인생 전체를 올인한 사람은 정말 인생 대박입니다. 그렇기에 저도 인생 대박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저처럼 인생대박의 주인공이 되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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