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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나가자, 세계로! (167)] 121. 대한민국(Korea)-4

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나가자, 세계로! (167)] 121. 대한민국(Korea)-4

 

[시사타임즈 =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 소장)]

 

▲진안고원(鎭安高原) : 면적 290㎢, 높이 300~500m로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 무주 진안 장수에 걸쳐 있음. 남한의 지붕임 (c)시사타임즈

 

1. 진안고원 鎭安高原

 

소백과 노령사이 고위평탄면

가로세로 오십 리 평균 고도 만여 척

호남의 지붕

 

동편에는 민주지산 대덕산 그리고 덕유산

서편에는 대둔산 만덕산 그리고 운장산

삥 둘러 있고

 

섬진강 금강 만경강 흘려

호남벌을 살찌우니

나라가 넉넉하다

 

금 은 구리 아연 많아

옛적엔 백제와 신라가 다투던 땅

 

배추 무 조 콩 머루

무공해 고랭지 작물

우리 밥상 풍성하고

 

인삼 담배 가꾸니

도시생활 부럽잖다

 

하늘땅 소통의 길

진안고원 둘레길에

청춘남녀 사랑 여물고

 

할버머니 아빠마 아들딸

손잡고 4대가 걸어간다

가족건강 화목은 예서 물어라

 

민주지산 덕유산 사이로

달 떠오르면

 

올곧은 사람들아 여기 모이자

부르자 사랑노래 평화의 노래

 

참으로 평안하고 넉넉한 진안고원이다.

 

2. 독도

 

한반도의 첫둥이

푸른 바다에 늠름한 그대 모습

 

동도 서도 가제바위 김바위

삼형제굴바위 한반도 바위---

아흔한 개 지체가 통째로 천연기념물이다

 

돌올쿠나 최고봉 169 대한봉

갖은 파도에도 그대로 ---

오늘도 의연하다

 

누가 그대를 막둥이라 하였나

조국의 햇살을 맨 먼저 받아

 

그 정기 울릉 동생에 터 팔고

대청에, 천왕봉에, 백록담에 백령도에

차례로 전해준다

 

아,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이뤘다

 

오천년 역사 속에

삼봉도 우산도 가지도 요도 돌섬 석도

내 이름도 많았다

 

나 무엇이든

외로이 동쪽 지켜

 

내 형제 단잠 자니

나 힘들지 않다

 

오늘도 저 태양

저기

찬란히 솟아오른다.

 

▲독도(獨島) : 경상북도 울릉군에 있는 국유지로서 천연기념물 336호. 동도와 서도 외에 89개의 부속도서로 구성. (c)시사타임즈

 

3. 인터뷰 <이 달의 인물 : 한국교원대학교 송인엽 박사>

개도국은 ‘근면 자조 협동’으로, 한국은 ‘나눔 봉사 우정’으로 협력하여 지구촌 가난퇴치 힘쓸 때

 

 

▲에티오피아 기르마 대통령과 KBS, ETV 합동 인터뷰, 2010.5 (c)시사타임즈

 

 

내가 태어났던 1953년은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나라였다. 일본의 식민통치와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땅과 기아에 허덕이는 국민들을 보며 외신들은 ‘이 땅이 재건되려면 수백 년이 걸릴 것’이라고 낙담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원조 받는 나라에서 현재는 주는 나라로 발전했다. 대한민국 무상원조의 중심에는 KOICA가 있고, 코이카에는 송인엽 박사가 있었다.

 

'나눔과 섬김(Share and Serve)'의 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의 친구 코리아 (World Friend Korea)'로 잘 알려진 한국제협력단(KOICA)은 우리나라의 무상원조를 수행하는 외교부 전문기관이며, 송 박사는 1991년 4월 KOICA 창립 때부터 ODA 전문가로 활동하였다. 송 박사는 그가 근무한 개도국에서 근면 자조 협동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의 새마을 정신을 전파하는데 주력했다. 어느 나라가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물질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문제는 자기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정신자세가 선결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 박사는 지구촌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발전 경험을 사례로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코이카를 떠나던 2013.4.1일까지 그는 자신들보다도 더 열악하고 자원이 없고 큰 전쟁을 겪고 그 전쟁의 위협이 지금도 상존하는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며 한국인이 이룩한 '하면 된다(can-do spirit)' 정신을 그들에게 심어주는데 일생을 바쳤다.

 

▲에티오피아 산골 식수공급사업 현장 (c)시사타임즈
▲에티오피아 주민과 함께 전통 북을 메고 (c)시사타임즈

 

 

우리 젊은이들에게 ‘할 일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싶어

 

▲우리의 일터는 5대양6대주다 / 시詩로 노래하는 세계여행 / 시詩로 노래하는 우리산하 (c)시사타임즈

 

그런 그가 정년퇴임일에 세 권의 책을 갖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다가왔다. 사실 이 책은 기성세대에게도 뿌듯한 자긍심을 가져다주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의 일터는 5대양 6대주다’는 그가 10개국에서 근무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기술한 책으로, 한국의 개발경험이 개도국들에게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다. ‘시(詩)로 노래하는 세계여행’은 80개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각국의 아름다운 풍광,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책에 녹인 아름다운 여행 시집이다. 특히 ‘시(詩)로 노래하는 세계여행(World Travel Singing in Poems)’은 전체가 영문으로도 수록되어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며 영어 길잡이의 역할로도 충실한 책이다.

 

 

유종하 전 한국적십자사 총재, 외교부 장관은 “5대양 6대주를 무대로 대한민국의 사랑과 우정을 전달하며 개발경험의 전도사로 활동해 온 송인엽 KOICA 소장은 “그곳을 선조들의 지혜와 사랑이 숨 쉬는 곳, 다시 일어서리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우리에게 들려 준다.”며 “지구촌의 친구들 손잡고 꿈을 펼쳐나갈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책은 30여 년 동안 지구촌의 국제협력 현장에서 활동했던 전문가의 체험담을 넘어 우리 대한민국 외교와 국가전략에 대한 비전을 선명하게 제시해주는 책”이라고 평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지구촌시대, 세계 곳곳을누비면서 대한민국의 사랑과 열정을 전파하고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는 그는 진정한 한국인이요 한국정신의 전도사다. 그는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고 무엇이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지를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꿰뚫는 혜안까지 갖추고 있다”라고 했다. 한수영 소설가는 “그곳이 내전의 땅이든, 지진의 땅이든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열사의 땅이든, 망망대해의 섬이든,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나 그곳에 갔다. 오염으로 죽어가는 우즈베키스탄의 아랄해, 에티오피아의 식수 없는 산골 오지, 자살폭탄 테러가 만연한 이라크와 식량 부족과 콜레라가 창궐한 아이티의 난민수용소까지...”라며 송 박사의 희생정신에 감탄했다. 이 책은 그가 인생을 바치며 이뤘던 대장정에 대한 기록이다. 5대양 6대주는 그의 일터이자 집이었고, 길에서 만난 지구촌 사람들은 그가 사랑하는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여정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송 박사 자신이 쓴 두 책을 모교인 전주고와 전주여고 후배들에게 선물하여 학생들이 봉사정신으로 무장하여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도록 조언했다.

 

▲아이티 마르텔리 대통령 내외 2012 (c)시사타임즈
▲이라크 KRG 바르자니 총리, 2006 (c)시사타임즈

 

 

 

송인엽 박사는 황무지에서 선진국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룬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그것을 지구촌 이웃들과 공유하려는 코이카가 자랑스럽고 5대양 6대주에서 발생한 전쟁터와 재난지역에서 한국을 대표하여 과업을 수행했던 자신을 행운아라고 말한다. 그는 열악한 지역에서 뎅기열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아이티에서 치료시기를 놓쳐 짝귀가 되었지만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일하며 마냥 행복했다고 말한다. 학교가 멀어 3시간 넘게 걸어 다니던 산골 어린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금으로 학교를, 물 한통을 긷기 위해 2~3시간 걷는 아낙네들을 위하여 관정을, 직업이 없는 개도국 청소년들을 위하여 기술훈련센터와 IT훈련센터를 지어주었던 경험이 지금도 마냥 뿌듯하단다. 그는 산골 소년과 오지 아낙네부터 각국의 대통령까지 대한민국의 새마을 정신을 전파하다보니 어느새 그들의 친구가 되어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이어 우리의 발전 경험은 이제 KOICA를 넘어 Korea의 자산이 되었고, 아이티, 에티오피아, 이라크,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개도국 전체의 비전이 되어 지구촌 이웃들과 공유하는 일은 이제 지구촌시대의 우리의 책무가 되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 박사는 2년간 이라크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4월에 ‘페쉬메르가의 연인’을 번역 발간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목숨을 걸고 조국을 위해 싸우는 전사인 페쉬메르가의 아름다운 사랑과 이슬람문화를 전해준다. 또한 에티오피아에 근무할 때 250여 명의 한국 참전 노병들과 면담하고 ‘강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강뉴란 용맹하기로 유명한 에티오피아 전사들을 일컫는 말이다. 항상 '우리는 싸운다, 이길 때까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전투에 임하는 강뉴부대는 6ㆍ25 당시 우리의 자유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참전해 253전 253승을 기록하며 700여 명의 사상자를 냈으나 단 한명의 포로나 실종자도 내지 않은 일화로 세계 전사에 빛나고 있다. 코이카 주요부서는 물론 아이티 에티오피아 이라크 등 8개국에서 소장을 역임한 송 박사는 아직도 개도국 개발문제에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으며 개도국이 가난을 탈피하여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충만해 있다. “개도국의 가난 퇴치는 외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하겠다는 자주정신과 근면함이 더 우선입니다!” 그는 확신을 갖고 힘주어 말한다.

 

뼈를 깎는 노력과 정신적인 선진 문화인이 되어야

 

 

 

 

안전행정부의 새마을 자문위원인 송 박사는 지난 4월 22일에 “제1회 세계 새마을지도자 대회”를 개최하여 우리의 새마을 정신을 세계에 확산시켜 개도국 정신운동에 불을 지피려 했지만 가슴 아픈 세월호 참사 사건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그는 “세월호 침몰사건은 선장, 선원과 선사의 말로 못할 잘못이 직접적 원인이고 정부의 무력한 초기 대응이 2차적 원인지만 안전 불감증에 젖어 있는 우리 모두의 잘못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환골탈태하여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경제성장은 물론 정신자세도 선진 문화인이 되어야한다”고 그의 생각을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꼭 그렇게 해야만 되고 또한 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하며 숙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송 박사는 현재 한국교원대학교와 한반도 국제대학원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국제협력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국제봉사기구 등 비정부기구(NGO)의 자문위원 겸 친선대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개도국을 순방하며 그곳 대학생들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이 개도국에 주는 교훈’이라는 특강도 계획하고 있다. 한 나라의 변화와 발전은 내일의 주인공인 대학생부터 깨어나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개도국은 ‘근면 자조 협동’으로, 우리나라는 ‘봉사 나눔 우정’으로 협력할 때 지구촌 가난 퇴치라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본 그는 타고난 ‘코이카맨’이자 ‘세계를 위한 한국발전의 전도사’ 그리고 ‘진정한 세계의 친구’였다. (2014.6월, 시사조선 전덕수 기자, wjsejrtn99@naver.com)

 

4. 서울의 사랑 II

 

<김경옥과 조서환 : 조건이 변해도>

 

서환아 너는 어찌 그리 마음이 착하니

경옥아 너는 어찌 그리 공부를 잘하니

 

나는 나라 지키는 장군이 될 거야

나는 애들 지키는 선생이 될 거야

 

초등 육 년 어느덧 지나자

우리 대학 졸업 때까지 만나지 말자

편지만 가끔 하자

공부는 열심히 하자

 

스물두 살 육군 소위

수류탄 터지니 팔이 날아가네

청춘이 날아가네

인생이 날아가네

 

팔이 없는 그대

내가 팔이 되겠어요

 

그러지 말아요

날 잊어주오

 

그대 전체가 내 사랑이오

내 사랑 내 곁에

그게 내 행복이라오

 

그 말 한마디

사업이고 골프고

평생의 응원이오

 

믿음 소망 사랑 중의 사랑이 제일이요!

 

▲김경옥 조서환 가족 (c)시사타임즈

 

초딩들의 약속

 

1963년 3월 2일 칠갑산 자락의 청양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다. 개구쟁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송사랑 선생님이 애들을 자리에 앉힌다. 조그마한 나무책상에 두 명씩 앉혀 나간다. 남자아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여자아이와. 그런데 마지막으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한 명씩 남는다. 선생님은 할 수 없이 둘을 한자리에 앉힌다. 쉬는 시간이면 애들이 둘을 놀린다. 신랑과 각시라고. 둘은 부끄러워하거나 성내지 않는다. 그래 우리는 각시와 신랑이야. 꼭 그렇게 될 거야.

 

“서환아 너는 어찌 그리 마음이 착하니?”

“경옥아 너는 어찌 그리 공부를 잘하니?”

“너는 이다음에 무엇이 될래?”

“네 신랑.”

“아니 그거 말고 무엇을 할 거야?”

“나는 나라 지키는 용감한 장군이 될 거야.”

“너는?”

“나는 애들 지키는 선생이 될 거야.”

“그것 말고 누구 각시가 될 거야?”

“당연히 네 각시지.”

“그래. 우리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왜, 나라 지키게?”

“그래. 그리고 네 신랑 되게.”

“!!!!!!”

 

초등학교 6년 내내 경옥이가 전체 일등을 했다. 경옥이와 서환이는 각각 여자중학교와 남자중학교에 가게 되어 헤어지게 된다. 1969년 2월 12일 초등학교 졸업식이 열리는 날이다. 물론 일등 교육감상은 김경옥이다. 서환이와 경옥이는 나란히 육 년 개근상을 받는다. 정든 학교를 떠나며 서환이가 말을 건넨다.

 

“경옥아, 우리 지금부터 10년간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만나지 말자.”

“------???”

“나도 너처럼 공부 잘하고 싶어서야.”

“그래도---?”

“그렇게 하자. 보고 싶어도 참을 거야.”

“------”

“보고 싶어도 참고 공부하다 100일에 한 번 편지 쓸게.”

“------”

“답장은 안 해도 괜찮아.”

“그래. 우리 공부 열심히 하고, 대학 졸업 때 만나자.”

“그래. 고맙다, 경옥아”

 

둘은 약속대로 9년 동안 만나지 않고 편지만 주고받는다. 100일에 한 통씩. 둘은 1978년 3월 조서환이가 육군소위로 임관되는 날 꽃을 들고 찾아온 경옥을 만난다. 사람들이 많아 둘은 “축하해. 이제 장군이 될 수 있겠네.”와 “이제 곧 네 신랑이 될 거야.”라는 말 외에는 다른 이야기는 못한다.

 

오른팔을 잃고서

 

서환은 소위로 임관하여 최전방에 소대장으로 근무한 지 얼마 안 돼 부하 일등병의 실수로 수류탄이 터지자 오른손으로 수류탄을 덮쳐 부하병사들을 구하고 자신의 오른팔은 잃는다. 육군통합병원에 후송되어 가까스로 생명을 유지한다. 입원해 있는데 경옥이가 너무나 그립다. 그렇지만 머리와 팔에 붕대를 칭칭 감은 모습을 보이려니 덜컥 겁이 난다. 한 손이 없는 상태로 그녀를 어떻게 만날지 걱정이 태산이다. 머릿속에 세 가지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첫째, 그녀는 나를 본 순간 놀라 도망칠 것이다. 둘째, ‘이게 웬 날벼락이냐’라며 엉엉 울 것이다. 셋째, 기가 막혀 멍하니 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반응을 보이든 서환 가슴이 미어질 것만은 확실하다. 연락하자니 두렵고, 안 하자니 보고 싶고. 하지만 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인지라 힘들게 경옥에게 연락을 한다. 그녀가 왔을 때 석환의 왼손엔 링거가 꽂혀 있고, 오른팔은 붕대로 감겨 있다. 양손을 쓸 수 없어 어머니가 떠주는 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 고향 뒷산에 흐드러지게 핀 산도라지꽃 색의 코트를 입은 하얀 얼굴의 그녀가 통합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그 모습이 눈부시게 예쁘다. 그런 그녀가 서환이를 본 뒤 아무 말 못 하고 우두커니 서 있다. 서환의 가슴이 미어진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맞다. 병실 안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진다. 서환은 자기 자신의 처지보다 그녀가 말로 할 수 없이 안타깝고 딱해 보여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는 밥을 먹여주다 멈추고, 병실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이야기하라며 자리를 피한다.

 

서환은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는지 묻고 싶다. 하지만 자존심 탓에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존심보다 더한 것은 두려움이다. 만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쩌나. 서환은 아무 말 못하고 그저 입을 굳게 다문 채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다. 경옥은 여전히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한다. 불쌍해 보일 자기 처지보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안타깝고 딱해 보이는지, 서환의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짧은 시간에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오간다. ‘날 사랑하느냐’고 묻고 싶다가도, ‘다른 사람에게 보내줘야 하는데 누가 나만큼 사랑해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없이 바라만 보기를 30분째. 서환이 용기를 내어 겨우 입을 연다.

 

조건이 변해도

 

“아직도 나 사랑해?”

 

경옥은 말없이 고개를 두 번 끄덕인다. 서환은 지금도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천사 같다. 아니, 천사도 이만큼은 예쁘지 않을 것 같다. 세상을 다 얻어도 이보다 기쁠까? ‘불행의 깊이만큼 행복을 느낀다’고 하지만 정말 지금 이 순간 느끼는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서환은 이내 이런 생각이 든다. ‘왼손만 가지고 이 예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 텐데. 이건 너무 이기적이다. 진짜 사랑한다면 그만 보내줘야 한다.’ 서환은 ‘얼굴 봤으면 이걸로 끝내자’는 마음이 든다.

 

“경옥, 이제 얼굴을 한번 봤으니 나는 충분히 행복하네. 오늘 이후로는 날 잊어줘.”

“------”

“진정이야.”

“서환, 나는 서환을 사랑했지 서환의 오른팔만 사랑한 게 아니야.”

“나는 경옥을 이 몸으로 행복하게 할 자신이 없어.”

“내가 앞으로는 서환의 오른팔 노릇도 할 거야. 그래서 나는 그만큼 더 행복할 거고.”

“아니야, 경옥은 젊어. 할 일이 많을 거야.”

“서환, 내가 팔이 없어졌다고 생각해봐. 그러면 너는 내 곁을 떠날 거야?”

“------”

“우리는 초딩 1학년 때부터 약속한 거야. 신랑신부라고.”

“그때는 어렸고 철이 없던 때야.”

“내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

“조건이 달라졌잖아.”

“사랑에 조건은 없어. 지금까진 서환에게 내가 필요 없었는지 몰라. 그런데 지금부턴 서환 곁에 내가 항상 있을 거야.”

“경옥!!!”

“서환!!!”

 

이 말을 듣자마자 어떻게든 서환은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서 큰 파도처럼 밀어닥친다. 경옥은 병원 근방에 방을 얻고 간호에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경옥의 아버지는 그것이 아니었다. 평생을 한쪽 팔이 없는 사람의 팔이 되어야 하는 딸이 마음에 걸린다. 아버지는 딸에게 그 남자를 포기하고 새 길을 찾을 것을 권유한다. 그랬더니, 경옥은 아버지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만약에 아버지가 한 팔을 잃으신다면 엄마가 아버지를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하세요?”

 

그 말에 아버지도 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서 서환이와 사귀는 것을 허락한다. 그때부터 서환은 안에 잠들어 있던 ‘불굴의 거인’이 깨어난다. 모태신앙인 경옥은 서환을 위해 매일 새벽 기도를 하고 서환은 링거를 꽂은 왼손으로 글씨 연습을 한다. 항상 경옥은 서환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며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서환의 인생의 목표가 된 경옥은 매일 소중한 조언을 해 준다.

 

아내의 응원

 

▲‘나가자, 세계로!’의 명가연자 조서환 박사 (c)시사타임즈

 

서환은 제대하여 경옥과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룬다. 그는 한쪽 팔이 없는 것만큼 다른 사람보다 몇 배 더 많은 노력을 하여 자기의 일에 큰 성과를 거둔다. 그는 애경산업에서 근무하면서 린스와 샴푸를 합친 효과를 내는 ‘하나로’를 개발했고, 20세부터 80세까지 사용할 수 있는 2080 치약을 개발하며, 이사까지 승진한다. 또한 KTF통신사에서 근무하면서 영상통화를 가능하게 한 앱을 개발하는 등 여러 가지 탁월한 업적을 세워 부사장자리까지 오른다. 그렇게 서환은 히트 브랜드제조기라는 명칭까지 얻는다. 그는 현재 조서환 마케팅그룹 회장, 세라젬헬스앤뷰티 대표, 프로매치코리아 회장과 (사)아시아태평양마케팅포럼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존경받고 있다. 그의 아내 김경옥은 지금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남편에게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라며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조서환은 사업상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아내와 상의를 하며 아내는 지금까지 소중한 조언을 해 주고 있다. 그는 아내의 조언이 신의 음성처럼 ‘백발백중’ 명답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경옥은 말한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그리고 사랑에는 조건이 변해도 변함없는 사랑이라고------

 

참조 영상

1. (아름다운 세계) : https://youtu.be/76dMor10LL0

2. (KOICA와 평화마라토너) : https://youtu.be/t0BR3hnENfw

3. (스리랑카) : https://m.youtube.com/watch?v=QZJmBQ2VzOA&t=4s

 

(121번째 나라 대한민국 5번째 이야기로 계속)

 

글 :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 소장

 

한국국제협력단(KOICA) 8개국 소장 역임 (영원한 KOICAman)

한국교원대학교, 청주대학교 초빙교수 역임

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국제봉사기구 친선대사 겸 자문위원

다문화TV 자문위원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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