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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71)] 우리 집 문제

[책을 읽읍시다 (1171)] 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저 | 김난주 역 | 재인 | 320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선보이는 ‘가족소설’ 제2탄. 전작 『오 해피데이』가 시바타 렌자부로 상을 받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데 이어 내놓은 후속작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대소사(大小事)를 특유의 위트와 섬세한 필치로 그려 냈다.

 

『무리』『악의』『쥰페이, 다시 생각해!』 등의 작품에서 하류 사회의 어둡고 비정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던 오쿠다 히데오지만 역시 그의 주특기는 『공중그네』 류의 반짝반짝 빛나는 유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유머에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부조리한 인간 세계의 슬픔이 도사리고 있다. 그 거역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을 용기와 사랑으로 돌파해 나가는 그래서 끝내는 격한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를 ‘인간 드라마의 명수’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집 문제』 역시 신혼 생활의 문턱 넘기, 샐러리맨의 애환, 부모의 이혼을 눈치 챈 사춘기 딸의 고민, 도시에 사는 신혼부부의 명절 귀성 전쟁, 전업주부의 정체성 찾기 등 소시민 누구나가 겪을 만한 갖가지 가정사를 따뜻하면서도 해학에 넘치는 시선으로 다루었다.

 

「달콤한 생활?」은 32세 남편이 주인공. 29세 아내와 두 달 전 결혼한 그는 신혼 생활이 답답하다. 매사에 완벽한 천사표 아내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오랜 독신생활 탓인가 자책도 해보지만 해결책은 없다. 야근을 핑계 대고 마작을 하거나, 퇴근길에 집 근처 커피숍에 들렀다 느지막이 귀가하는 일이 잦아진다. 한마디로 위기의 신혼이다.

 

「허즈번드」에서는 남편 회사의 소프트볼 시합에 응원하러 간 아내가 주인공. 남편이 회사 사람들에게 찬밥 신세라는 비밀을 알게 된다. 임신한 아내는 남편이 정리해고를 당하게 되지나 않을까 고민하는 한편 갖은 수모를 참고 회사를 다니는 남편에 대한 연민에 휩싸인다.

 

「에리의 에이프릴」에서 고3인 딸은 어느 날 부모의 이혼이 임박했음을 눈치 챈다. 부모가 이혼하면 자신은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며 온갖 공상에 젖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불화 사실을 자식들에게 숨겨 온 부모를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동시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먹는 것만 밝히는 동생이 야속하기만 하다. 주인공은 고민 끝에 학교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의외로 주위에 이혼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된다.

 

「남편과 UFO」편에는 결혼 17년 차의 전업주부가 등장한다. 남편이 어느 날 UFO와 교신했다고 말한다. 황당했던 아내는 남편이 격무 탓에 정신적 위기에 빠졌을 거라고 짐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직장에서 곤란에 처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귀성」은 결혼 후 처음으로 명절을 맞아 귀성하는 부부의 스토리다. 각각 삿포로와 나고야가 고향인 남편과 아내는 첫 명절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꿈꾸지만, 현실은 처가와 시댁을 둘 다 방문할 수밖에 없는 처지. 두 도시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성격과 가풍도 다른 두 집을 차례대로 방문하면서 서로 상대편 집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엮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그럼에도 두 가정 사이에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걸 발견한다. 어쩌면 한국과 그리 똑같을 수 있는지, 진한 공감이 느껴진다.

 

마지막 「아내와 마라톤」은 소설가 남편과 전업주부 아내의 이야기. 남편은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이른바 잘나가는 인기 작가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잘 나갈수록 소외감이 깊어 간다. 게다가 거금을 주식투자에 날리는 바람에 더욱 주눅이 들어 있는 상태. 친하게 지내던 동네 사람들도 남편이 유명세를 타면서 하나둘 멀어져 간다. 고심 끝에 아내가 선택한 것은 달리기. 나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 자신과 그 가족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전편 『오 해피데이』에 수록된 「아내와 현미밥」 편과 등장인물이 같다.

 

가족을 공통 소재로 했지만 무늬와 색채가 서로 다른 여섯 개의 단편을 퍼즐처럼 맞추면 일본인 가정의 전체상이 떠오른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어쩌면 우리와 이렇게 똑같을까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각 편에 한국의 어느 가정을 그대로 대입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통찰 아닌 통찰도 생긴다. 거기에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맛깔스런 문장과 섬세한 감성이 더해져 독자들에게 따스한 감동과 위로를 건넨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 소개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어라.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문제점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기존의 일본 작품들이 팝콘같은 가벼움으로 한국 여성독자층을 파고 들었다면,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기존의 일본소설들과 달리 일본 사회의 모순들을 끄집어내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그의 유머스러운 글솜씨를 좋아하기에 부담없이 그의 조롱에 담겨 있는 잔혹한 현실에 공감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독특함으로 현재 한국 소설 시장의 "일류 붐"을 선도하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1959년 일본 기후현 기후시에서 태어나 기후현립기잔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구성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 4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우람바나의 숲』(한국어판 서명 :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으로 등단하였다.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 사회의 모순과 그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의 사정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내용들이 그의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부조리한 세상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잊고 있던 가치를 묻는 주제의식을 보이고 있는 그는 포스트 하루키 세대를 이끄는 선두주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과 함께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일본의 크로스오버(crossover) 작가로 꼽힌다.

 

어린시절, 책보다 만화를 좋아하던 그는 텔레비전을 통해 책을 접하게 된다. 이후 나쓰메 소세키와 야하기 토시히코, 시미즈 요시노리 등의 작품을 섭렵하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평론가로 글을 써왔고, 이후에도 글과 무관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글을 쓰는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설명하는 소설, 설교하는 소설, 자기 얘기를 늘어놓는 소설을 가장 싫어 하는 그가 가장 쓰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기에 소설가 자신 안에 여러가지 눈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니컬한 유머감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그는 일본 내에서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기인작가'이다. 또한 그의 작품이 인기가 높은 한국에서도 수 없이 인터뷰와 한국 방문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동네 도서관에 가서 작품 쓰는 것을 매우 즐기는 소박한 품성을 지녔다.

 

2002년 『인 더 풀』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방해』로 제4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2004년 『공중그네』로 제131회 나오키상을, 2009년 『올림픽의 몸값』으로 제43회 요시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공중그네』『인 더 풀』『남쪽으로 튀어!』『걸 Girl』『면장 선거』『스무 살, 도쿄』『방해자』『오 해피데이』『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꿈의 도시』 『올림픽의 몸값』 『침묵의 거리에서 1, 2』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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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