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46)] 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저 | 최고은 역 | 검은숲 | 320쪽 | 14,3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여러 장르를 섭렵하며 왕성하게 활동해온 다재다능한 작가 미치오 슈스케가 가장 최근에 선보인 작품은 그가 예전부터 쓰고 싶어 했던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장편소설 『스켈리튼 키』다.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고독한 내면을 지닌 주인공이라는 점이 이전 작품들과 공통되지만 비일상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지닌 전작과는 달리 변칙적인 트릭에 초점을 맞춘 미스터리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중견의 반열에 들어선 작가가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해 써내려간 엔터테인먼트 소설 『스켈리튼 키』에서 사이코패스라는 중심 소재는 그저 이야기의 진행을 위한 자극적인 도구, 반전을 위한 충격적인 트릭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또한 작가는 사이코패스로 대변되는 닫힌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변화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미치오 슈스케가 얼마나 특별한 작가인지, 이 작품이 사이코패스를 다룬 여타 작품과 어떻게 다른지를 증명한다.
조야는 특종을 쫓는 잡지기자 마토무라를 대신해 유명인의 뒤를 밟아 몰래 사진을 찍는 일로 먹고산다.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는 그가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 일과 마토무라가 조야 대신 구입해주는 ‘심박수를 올리는 부작용이 있는’ 항우울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육원에서 자란 조야는 아이의 장난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곤 했는데 같은 원생인 히카리를 통해 ‘일반인에 비해 심박수가 낮고 땀을 흘리지 않으며 공포를 느낀 적 없는’ 자신이 사이코패스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보육원을 나오던 날, 조야의 어머니가 보육원 원장과 같은 시설에서 자랐으며 강도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듣는다. 존재조차 몰랐던 어머니의 죽음. 그러나 조야는 어머니에 대한 슬픔이나 강도를 향한 복수심보다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또 하나의 인생을 빼앗아간 강도에게 극도의 분노를 느낀다.
초반에 서술되는 조야의 비정상적인 정신구조와 행동양식에 대한 냉정한 자기 고백, 작중에서 그가 보여주는 폭력성과 대담함, 현저히 낮은 공감능력 등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익히 접해온 사이코패스의 스테레오타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다름을 인지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려 했던 조야는 연이은 사건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다. 작가는 그 과정을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간결한 문체, 촘촘한 복선을 통해 독자 앞에 펼쳐놓는데 이는 마치 한 편의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사이코패스에 대한 선입견을 영민하게 이용한 트릭이 밝혀지는 순간, 독자는 분명 페이지를 역주행하며 그 기교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서글플 정도로 냉정하게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로 정의한 조야가 맞닥뜨리는 최악의 상황과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결말은 『스켈리튼 키』를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소설로만 정의할 수 없게 한다. 이것이 미치오 슈스케의 진면목이며 미덕이다.
작가 미치오 슈스케 소개
비평가와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며 새롭게 떠오른 일본의 대표적인 젊은 작가. 독특한 세계관으로 장르를 초월한 작품은 ‘미치오 매직’으로 불리며 많은 독자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197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2004년 『등의 눈』으로 제5회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그 후 2006년 제6회 본격 미스터리대상 후보(『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2007년 제7회 본격 미스터리대상 수상(『섀도우』), 2009년 제62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까마귀의 엄지』)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문단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2007년 판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에 세 작품(『섀도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시신의 손톱』) 모두 10위 내에 들어가는 전대미문의 쾌거를 달성했다. 2011년 『달과 게』로 14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미치오 슈스케가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은 많은 작품에서 크게 호평을 받았고 거침없는 필체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에 힘입어 2009년 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는 작가별 득표수 1위, 오리콘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하며 명실공히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개성 넘치는 미스터리 장르 외에도 기존의 장르를 초월한 ‘미치오 슈스케 스타일’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제141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귀신의 발자국 소리』를 비롯, 『외눈박이 원숭이』, 『솔로몬의 개』, 『래트맨』, 『용신의 비』, 『구체의 뱀』 등 작품의 제목에 십이지 동물을 집어넣은 십이지 시리즈로 유명하며, 2010년 후지TV에서 방영된 「달의 연인」의 극본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외눈박이 원숭이』, 『물의 관』, 『노엘』, 『웃는 할리퀸』, 『거울의 꽃』, 『맥의 우리』, 『투명 카멜레온』, 『샐먼 캐처』, 『보름달의 진흙베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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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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