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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57)] 잿빛 극장

[책을 읽읍시다 (2057)] 잿빛 극장

온다 리쿠 저/김은하 역 | 망고 | 372 | 15,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모든 것은 아주 짤막한 신문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별로 사람들의 관심도 끌지 못할 것만 같은 삼면의 토막 기사. “중년의 여성 두 명이 함께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가족도 친척도 아닌데 같이 살았다는 그녀들. 자살 동기도, 아니 그들의 이름조차, 실려 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 기사가 눈으로 뛰어들어온 것처럼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을까? 그리고 이후 20년이 넘도록 왜 하나의 가시처럼 줄곧 마음속에 걸려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 전업 작가가 된 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의식의 밑바닥에 놓여 있던 그 가시를 빼내고자 한다. 그 두 여자의 일상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들의 묘한 삶을 연극으로 혹은 영화로 옮기고도 싶다. 가장 어울릴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잿빛 극장은 그저 신문 기사 속 두 사람의 단선적인 스토리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시점, 그리고 서로 다른 세 개의 차원에서 이야기가 반복되고 교차하고 어우러진다. 가볍게 스쳐 가듯이, 그러나 왠지 강렬한 감동을 남기며, 무심하게 나아가는 이야기. 그러는 가운데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가 세밀하고도 집요하게 파헤쳐지면서, 실재와 허구의 경계마저 아스라해진다.

 

제목처럼 잿빛인 어떤 지점이 다가온다. 그 잿빛 극장은 우리 인간의 일상인가? 어떻게 해야 그 잿빛에 색을,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잿빛 극장은 온다 리쿠의 소설이건만, 그녀의 작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소설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그러므로 이 능청스럽고도 매력적인 작품은 독자에게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며, 예전과는 사뭇 다른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 온다 리쿠 소개

 

존 장르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는 유연하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한국에서도 이미 든든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보기 드문 진짜 이야기꾼으로 연간 200편의 도서를 독파하는 문자 중독자로 유명하다. 1964년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난 그녀는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필한 소설 여섯 번째 사요코로 데뷔했다. 이 책은 1991년 제3회 일본 판타지노벨 대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뛰어난 대중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상 매체에도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2000년에 데뷔작인 여섯 번째 사요코 TV 드라마화된 데 이어, 2001년에는 네버랜드가 드라마화되었다. 2002년에는 목요조곡이 영화화되었으며, 2006년에는 밤의 피크닉이 영화화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녀의 작품은 어떤 장르이든 인간의 원초적인 상실감과 그리움을 일깨운다. 매혹적이고 찬란하지만 그만큼의 어둠과 불안한 기운을 품고 있는 세계, 그 비밀스럽고 중독성 강한 이야기에 수많은 독자들이 열렬한 관심과 애정을 보내고 있다.

 

2005년에 발표한 밤의 피크닉은 남녀공학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아침 8시에 학교에서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8시까지 학교로 걸어서 돌아오는 '보행제' 행사를 배경으로,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자신의 고민을 좀 더 성숙하게 이겨내는 소년, 소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책은 그 해 '[책의 잡지]가 선정하는 베스트 10' 중에서 1위에 올랐고, 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및 '서점 점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투표로 선정하는 제2회 서점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 밖에도 Q & A 2005년 제58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에, 유지니아는 제13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도코노 이갸기 시리즈 중 두 번째 이야기인 민들레 공책이 제134회 나오키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06 12월에 발간된 네버랜드는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V6와 쟈니스주니어가 출연하여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다.

 

또한 2009년 초, 140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라 가장 유력한 수상작으로 점쳐지며 최종까지 경합을 벌이기도 한 어제의 세계는 작가 스스로가 내 소설 세계의 집대성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의 야심작이다. 온다 리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타고 흐르며, 그녀의 놀라운 진화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밖의 저서로는 나비, 한낮의 달을 쫓다, 빛의 제국, 엔드게임, 삼월은 붉은 구렁을, 흑과 다의 환상,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의 백합의 뼈, 1001초 살인 사건, 코끼리와 귀울음, 굽이치는 강가에서, 도미노, 공포의 보수 일기, 토요일은 회색 말 외 다수가 있다. 여섯 번째 사요코, 네버랜드, 빛의 제국이 드라마로, 목요조곡, 밤의 피크닉은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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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