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70)] 흑사의 섬
오노 후유미 저 | 추지나 역 | 북홀릭 | 48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흑사의 섬』은 『시귀』로 일본 호러 소설의 정상에 등극한 오노 후유미의 본격 호러미스터리 소서이다. 국내에 첫 소개되는 오노 후유미의 본격 미스터리 작품인 『흑사의 섬』은 외딴섬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미스터리와 섬의 이질적 신앙과 폐쇄성이 자아내는 음산한 분위기를 절묘하게 결합한 수작이다.
조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시키부는 고객인 작가 카츠라기 시호가 행방불명되자 그녀의 행적을 쫓아 카츠라기의 고향 야차도로 향한다. 외지인을 배척하는 외딴섬 야차도. 마을 안에 숨은 불온한 분위기를 느낀 시키부는 결국 카츠라기가 처참히 살해당했단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입을 다물며 비밀을 파헤치려는 시키부를 마을 밖으로 쫓아내려 한다.
자연적으로 고립한 환경 속에서 미궁에 빠진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은 범인이 인위적으로 만든 밀실을 파헤치는 탐정만큼 익숙하게 독자에게 다가간다. 이런 친근한 설정에 독특함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이질적 신앙인 ‘흑사’다. 과거,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지역공동체의 신앙(신사)을 일컫는 말인 흑사는 그야말로 검은 구멍이 되어 살인자와 피해자, 그리고 섬 전체를 집어삼킨다.
진실과 비밀을 오고가며 사건의 핵심을 쥐고 흔드는 흑사의 뒤에 존재하는 것은 역시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이다. 섬 안에서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망, 재물에 대한 욕망, 증오하는 대상에게 거침없이 벌을 내리려는 일그러진 욕망이 뒤엉키며 수십 년에 걸쳐 한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은, 더없이 서늘하게 그 진상을 밝히며 작품을 절정으로 몰고 간다.
『시귀』로 이미 증명된 바 있듯이 오노 후유미는 호러를 쓰는 데 탁월한 작가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어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고스트 헌트’ 시리즈 역시 호러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다. 얼마 전 제26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 『잔예』 역시 작가가 9년만에 발표한 신작 호러 장편이란 점에서 2012년 일본 내 큰 관심을 받았었다.
그러나 오노 후유미는 작가 데뷔를 하기 전 교토대 추리소설동호회 활동을 하며 소설 작법을 익혔다. 남편이자 저명한 추리소설가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소양 역시 충분히 갖추고 있다. 『흑사의 섬』은 그런 작가의 면모가 십분 발휘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오노 후유미 소개
1960년 오이타 현에서 태어나, 교토 오타니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 교토대 추리 소설 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소설 작법을 배웠다. 같은 연구회에서 만난 아야쓰지 유키토와 결혼, 우연히 연구회 회지에 실린 그녀의 소설을 보게 된 아야쓰지의 담당 편집자의 권유를 받아 1988년 고단샤 틴즈하트에서 데뷔한다.
『악령 시리즈』(이후 『고스트 헌트』로 개제)로 인기몰이를 한 그녀는 『마성의 아이』를 발표, 라이트 노벨 작가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평론가와 대중에게 주목 받는다. 제5회 판타지노벨 대상 최종 후보작이었던 『동경이문』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높은 평가를 받는 한편, 대하 판타지 『십이국기』는 누적 합계 700만부를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발매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시귀』는 야마모토 슈고로 상,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며 일본의 호러 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악몽이 깃든 집』 『저무는 열일곱의 봄』 『녹색의 나의 집』 『흑사의 섬』 『창고 요괴』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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