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349)] 디어 라이프
앨리스 먼로 저 | 정연희 역 | 문학동네 | 400쪽 |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최신작이자 그녀 작가 인생의 마지막 작품. 작가가 어린 시절을 회고한 표제작 「디어 라이프」를 포함해, 언니의 익사사고 이후 평생을 그 기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동생을 그린 「자갈」,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약혼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린 군인에 대한 이야기인 「기차」,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며 호감을 가졌던 남자를 만나겠다는 희미한 희망을 품은 젊은 시인을 그린 「일본에 가 닿기를」 등 총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캐나다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단편들은 장편소설 한 편을 압축시켜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서사의 힘이 강하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모두 인간적 결함을 지니고 있는데다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선택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없이 인간적이다.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계속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리라는 확신이 들 만큼 생생한 캐릭터 덕에 독자들은 곧장 그 인물들의 삶으로 빠져들게 된다.
앨리스 먼로는 우연한 상황, 선택하지 않은 행동 혹은 운명의 뒤틀림에 의해 한 인간의 삶이 완전히 변화하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함으로써 평범한 삶이라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기이하고 위태로우며 또 결코 평범하지 않은지를 보여준다.
이 단편집의 말미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단편 네 편(「시선」 「밤」 「목소리들」 「디어 라이프」)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이 작품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그리고 가장 밀접한―이야기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가 앨리스 먼로 소개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시골 마을 윙엄에서 태어났다. 십 대 시절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고 웨스턴오하이오 대학 재학 중에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출간했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화려한 찬사를 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은 미국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각색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마거릿 애트우드, 얀 마텔 등과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이며, 세계 문단의 작가들로부터 찬사와 존경을 받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녀의 소설은 주로 온타리오 지역이나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방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요란한 수사나 기이한 소재 없이, 섬세한 관찰력과 정교한 구성, 감미롭고 강렬한 문장의 힘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감정을 배제한, 그러나 사진과 같이 섬세한 세부묘사를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하고 평온할 것 같은 그 세계의 기저에는 날카롭고 불편한 정서가 깔려 있다. 소설 속의 인물들(주로 여성 화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빤하지만은 않다. 때때로 작은 사건이 그들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하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한 먼로는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공공연한 비밀』 『떠남』을 비롯한 열두 권의 단편집을 발표했다. 다수의 작품들이 전 세계 13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으로 불리는 〈총독문학상〉을 세 차례, 〈길러 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미국에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맨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작가들이 평생에 걸쳐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 정밀성을 모든 작품마다 성취해 냈다”라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2012년 열세번째 단편집 『디어 라이프』를 발표하여 “오랜 커리어의 절정” “작가로서의 능력이 최고조로 발휘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먼로는 더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고 밝혀, 이 단편집은 사실상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하나의 단편 안에서 삶 전체를 재현해 내어 체호프의 후계자로 불리기도 하는 먼로는 2013년 10월 '우리시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단편작가로는 최초의 수상, 여성작가로는 13번째의 수상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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