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978)] 빨간 코의 날
미코 림미넨 저 | 박여명 역 | 리오북스 | 396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코 림미넨 장편소설 『빨간 코의 날』. 미코 림미넨만의 언어가 있다. 그는 말을 뒤틀고, 새로 구성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맞닥뜨리는 장면들은 언어적인 풍부함을 바탕으로 큰 웃음과 재미를 주면서 폭발한다. 절대 가벼운 코미디는 아니다. 오히려 우울하면서 희비가 교차하는 이야기인데 마지막에 독자에게 주어지는 건 인생의 달콤함이 아닐까? 주인공의 섬세한 묘사, 저자의 독창적인 스타일, 모든 사건에서 느껴지는 무시 못 할 표현들. 미코 림미넨은 형용사 하나까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문장을 위해 사용한다. 이 작품이 핀란드의 문학사에서 단연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
외로움의 시대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외로움을 호소한다. 단절되고 격리되어 있어서만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고 있어도 때때로 우리는, 현시대의 개인과 사회는 짙은 농도의 외로움을 경험한다. 이기, 편견, 경쟁, 분주…. 이 시대를 특징짓는 수많은 요소들에 의해서 말이다.
여기 50대의 한 여자가 있다. 핀란드의 한 외곽 도시에 사는 여자에게는 직장도, 친구도 없다. 성인이 된 아들이 하나 있지만 그마저도 이따금 안부를 묻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어느 날, 평소와 달리 혼자 마시는 커피의 외로움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짙어졌을 때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시장 연구소의 직원으로 가장해 낯선 이들의 집을 방문하기 시작한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눈을 마주하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저자 특유의 신중하면서도 냉소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핀란디아 문학상 수상작, 미코 림미넨의 세 번째 소설 『빨간 코의 날』이다.
시장 연구소 직원인 양 가짜 설문지를 들고 타인의 집을 방문하는 주인공 이르마의 모습은 생각보다 낯설지 않다. 아니, 공감하기 어려울 수는 있으나 최소한 사기꾼이라며 비난하지 않을 수는 있다. 어쩌면 동일하게 외로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이르마에게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누군가는 그 외로움을 인지하고, 또 누군가는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빨간 코의 날』은 바로 그 외로움의 시대를 오롯이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을 위한 책이다.
작가 미코 림미넨 소개
유럽 6개국에 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면서, 미코 림미넨의 작법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웃음을 자아내는 위트와 진한 감동. 하지만 그 속에서도 왠지 쓸쓸함이 느껴진다. 사람의 정이 그리운 주인공의 심리적 흐름을 따라가는 여정은, 세계 1위의 복지를 자랑하면서도 인간 사이의 온정이 메마른 핀란드의 모습을 벌거벗기고 있다. 웃으면서도 울게 만들고, 울면서도 웃게 만드는 그의 매력적인 필치로 완성된 『빨간 코의 날』은 결국 핀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핀란디아상을 수상했다.
1975년, 핀란드에서 태어난 미코 림미넨은 시집과 짧은 산문집으로 세상에 나와 데뷔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봉지 맥주 소설』을 통해 핀란드에서 2004 올해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그의 세 번째 소설인 『빨간 코의 날』은 핀란디아상 수상과 함께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핀란드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로 등극했다. 이후 6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유럽 각 지역에서 환영받으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빨간 코의 날』은 ‘핀란드의 문학사에서 단연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소설’ ‘인간미를 잘 버무린 멜랑콜리 코미디 소설의 걸작’ ‘무료한 인생의 하얀 퍼즐조각들에 색을 넣어주는 것 같은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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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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