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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79)] 거인

[책을 읽읍시다 (979)] 거인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 저 | 강명순 역 | 바다출판사 | 227쪽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 소설『거인』. 틸만은 열여섯에 199센티미터, 열아홉에 239센티미터를 넘어 책의 말미에 이르면 267센티미터의 키를 갖게 된다. 뇌하수체호르몬 이상으로 인해 멈출 줄 모르는 성장병을 앓게 된 이 거인은 결국 학생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이성을 사귀고픈 남자로서, 가족에게 인정받고픈 아들로서, 그저 평범한 마을주민이 되고픈 모든 소망이 무너지고 만다. 가업인 기와장이를 해보려 했으나 거구의 몸으로 지붕 위에서 작업하다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버린다. 여자친구와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 운전학원에 등록하려 했으나 좌석과 운전대 사이에 몸을 가눌 수가 없어 등록조차 거부당한다. 맞는 군복이 없어 징병검사에서도 퇴짜를 맞고, 큰 키가 매력적이라며 사귀기 시작했던 애인도 그의 큰 키 때문에 이별을 통고한다.

 

소설 속 주인공 틸만은 저자의 관찰과 고백이 100퍼센트 투영된 인물이다. 아무도 자신을 써주지 않는 사회와 이웃에 대해,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좌절하는 시간도 주인공 틸만에게는 그리 길지 않았다. 피아노 연주라는 예술로 위안 받을 줄 알았고 책을 통한 교양 쌓기에 주력할 줄 알았으며 자신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타인에게 웃음으로 답할 수 있는 여유까지 만들어낼 줄 알았다. 언론을 통해 그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자 그를 상업적 스타로 이용하는 매스컴에게도 또 매스컴을 이용하는 시청자와 독자에게도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아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주인공의 변화를 ‘극복’이라는 한 마디로 단순화시키지 않는다. 자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에게 손을 내밀기까지의 갈등과 번민도 충분히 묘사하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했으며, 책의 후반부에 진실한 인연을 만나고 나서는 그녀 앞에서 세상에 대해 충분히 분노하는 모습도 그리고 있다.

 

멈추지 않는 성장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눈에도 기이한 자기 육체만큼이나 낯설게 공격해오는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타인들의 시선이다. 거인을 바라보는 타인들의 시선은 이 소설 속에서 전반적으로 끊임없이 묘사된다. ‘대들보’라고 부르며 그를 놀리던 학창시절 친구들조차 그의 성장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자 이제는 놀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묵묵히 난처한 눈빛만 보내고 만다. 뒤를 돌아다보며 노골적으로 끝까지 쳐다보는 자, 어스름한 저녁에 나무숲에서 걸어오는 주인공을 본 뒤 기절할 듯 쓰려져 소리 지르는 노파, 대놓고 쳐다보다가 자기 시선이 들켜 어색한 웃음으로 때워보는 자 등등…….

 

저자가 말했듯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정상인들의 부당한 시선과 요구가 있음을 우리는 자주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기이한 신체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타인들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가 거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집필함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될 또 다른 포인트가 타인의 시선, 혹은 타인의 욕망인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틸만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나온다. 틸만의 첫 여자친구는 키 큰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주위의 선망을 받고 싶어 하지만 연애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이별을 고한다. 틸만을 수년간 진료하며 조언해주던 주치의는 그를 대상으로 한 책을 여러 권 집필해 돈을 벌고, 급기야 틸만의 몸상태가 심각해지자 사후에 해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멀쩡히 진료 의자에 앉아 있는 틸만에게 부탁한다. 틸만의 아버지는 아들이 상업적으로 유명해지며 돈을 벌어오자 뿌듯함과 함께 더 큰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작가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 소개

 

1964년 독일 에센에서 태어난 그는 뮌헨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외교관이 되었다. 본, 룩셈부르크, 상하이, 모스크바에서 파견 근무를 한 후 2009년부터 베를린의 독일 외교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가족들과 함께 포츠담에서 살고 있다. 마흔 살이 넘어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비행선』, 『나비들의 암호 해독』 등을 발표하였고, 장편소설 『밧줄』이 2015년 한국에서 출간되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거인』은 그가 2014년 독일에서 발표한 소설로, 열아홉 살 생일날 키가 239센티미터를 넘은 후 세상에서 제일 큰 사람이 되어버린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세상과 맞물려 살아보려던 주인공 틸만은 비정상적인 외형으로 인해 좌절과 고통을 겪지만, 곧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온전히 사랑하게 되는 인생의 전환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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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