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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유신독재 유산이 서울대학생 청년들의 머리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대선공약은 당연히 자꾸 바꾸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국민을 대표자의 종()으로 둔 점에서 독재 유신 헌법과 같다

국민들의 반대가 높아도 국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사고는 유신 독재의 산물

청년들의 머리속에 미래 세대 독재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작년 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이 서울대학교를 찾았다(2021.12.6.). 경제학과 학생들과 금융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다른 질의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이 이재명에게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나 국토보유세 신설 같은 경제정책을 제안했다가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철회한 바 있다.” “여러 가지 약속을 내놓았다가 최근 국민이 반대한다면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정치인이 그렇게 한다면 과연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나”,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서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정책들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SBS 뉴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2021.12.7.)

 

그다음 날 SBS 주영진 뉴스브리핑에서 장성철 교수도 “‘국민이 반대하는 것은 안 하겠다라고 하는데, 국민이 반대하더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지도자가 결단해야 하고 결심을 해야 할 일이 있다. 국민이 설득을 안 당하면 안 할 거냐?”고 했다. 이에 대해 한민수(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부단장) 이재명이 사회적 대타협(, , 국민)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이재명이 결단하겠다고 한다” 등으로 말을 받았다. SBS 뉴스브리핑에서 주영진도 같은 맥락에서, “언론사에서는 ‘(이재명이) 국민이 반대하면 고집하지 않겠다라고 보도되었는데, 어제 대학생들과 한 토론에서는 철회한 적이 없다라고 하여 좀 헷갈린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서울대학교 학생, 장성철, 한민수의 발언에는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대선후보가 공약을 바꾸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인식, 다른 하나는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 정책을 변함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은 다 틀렸다. 첫째, 공약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또 더 좋은 것이 있으면 얼른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 했던 약속에 얽매여 있으면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윤석열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킬체인)’ 공약을 내 걸었는데, 이게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그러면 얼른 바꾸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왜 대통령 후보가 자기 생각, 정책을 바꾸면 안 되고 변함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걸까?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뭔가 남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흠 없는 정책을 기성으로 완제품을 내놓기를 바라는데, 이것은 비현실적인 영웅숭배 주의이다. 그 비현실적 몽상이 민초가 스스로를​ 자신을 독재 권력에 종속시키는 지름길이 된다.

  

 

공약은 방향을 제시할 뿐, 완성품으로 나올 수가 없다. 구체적 적용 과정에서 방향과 시차와 구체적 내용을 정해야 하는데, 그것은 공약을 내건 대통령 당선인이 다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협조해야 하는데, 누가 중심이 되고, 누가 결정권을 갖는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누가 결정권을 갖는가에 따라서 공약이나 정책 제안의 구체적 귀결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로스쿨(법학전문대학교)이 제도화되었으나, 그 결과는 원래 취지와는 너무나 달랐다. 평생 고시 낙방생을 구제하는 등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제안이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자꾸만 바뀌더니, 드디어 돈이 없으면 가기 어려운 귀족 로스쿨로 변질해버리고 말았다. 거기다 계층 사다리가 되었던 사법고시마저 폐지되면서, 로스쿨 제도는 서민들에게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나은 것​이 되어버렸다.

 

대선후보가 공약을 바꾼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꾸만 고치고다듬어나가야 한다. 바꾸고 다듬는 과정에서 누가 결정권을 행사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가를 오히려 고민해야 한다. 국회에만 맡겨놓으면, 취지를 훼손하여, 지금 로스쿨같이 귀족학교 같은 것을 또 만들어놓을 것 같다. 그래서 국민 민초가 나서야 한다.

 

서울대학교 학생이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서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정책들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한 것, 장성철이 국민이 반대하더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지도자가 결단해야 하고 결심을 해야 될 일이 있다. 국민이 설득을 안 당하면 안 할 거냐?”고 한 것, 한민수가 이재명이 사회적 대타협(, , 국민)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이재명이 결단하겠다고 한다고 전한 말은 근본적으로 같은 맥락에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과 장성철은 국민의 반대 국익 혹은 백년대계를 대립 항으로 놓고 있다. 국민이 반대해도 막무가내 국익 혹은 백년대계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대통령 혹은 지도자가 강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이를 우리는 독재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대통령이 독재자가 되기를 주문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국익 혹은 백년대계를 판단하는 주체와 기준이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서울대학교 학생과 장성철은 그것이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언가를 강행하는 권한이 있는가? 분명히 없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독재국가가 아니라 민주국가이기 때문이다.

 

한민수의 전언에 따르면, “이재명이 사회적 대타협(, , 국민)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이재명이 결단하겠다고 한다”. 이런 이재명의 입장도 서울대학교 학생과 장성철의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이 결단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다가 안 되면 자기 뜻을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이것도 서울대학교 학생과 장성철의 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같은 독재이다. “국민의 뜻을 묻고  사회적 대타협(, , 국민)을 추진하는 과정이 선행하므로,  결단은 시차적으로 뒷순위이긴 하지만, “결단 자체가 갖는 독재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이재명과 다른 점은 국민의 뜻을 묻는다거나 사회적 대타협(, , 국민)을 추진한다거나 하는 절차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다 국민의 뜻인 것으로 동일시한다. 대선에 나온 것 자체가 국민의 뜻을 받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그러하다.

 

국민의 뜻을 묻는 대신 윤석열은 애초부터 전문가론을 들고 나왔다. 자기가 개입할 필요 없이, 전문가에게 맡겨서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한 것으로 보이는 공약 발언들이 영 전문성이 없고 신통치 않아 보인다. 이미 통과된 가덕도 신공항 예비타당성 면제를 자기가 당선되면 하겠다고 한 것이나, 외국인 건보료 적자 운운했으나 실제로는 적자가 아니었다거나 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그는 필요하면 대북 선제공격하겠다고 했는데,  필요한 경우를 누가 결정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신통치 않은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서, 자신의 결정을 다 국민의 뜻으로 간주하는 윤석열 자신이 그 필요를 결정하게 될 것 같다. 이것이 독재이다.

 

윤석열은 물론이고 서울대학교 학생, 장성철, 한민수에다가 이재명까지, 이들은 다 같이, 여차하면, 자신의 결정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일 준비가 되어 있다. 왜 하나같이 대통령이나 지도자는 공약을 바꾸어도 안 되고, “국민이 반대를 하거나 대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독선적으로 그 뜻을 독선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대답은 중앙집권의 권력구조에 있다. 정부에 그런 권력이 부여되어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와 법원 등 모든 정부 기관의 권력이 중앙집권화되어 있고, 그 권력은 국민이 아니라 대의제 위정자가 행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국민은 절대로 대통령이 자기 뜻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밀어 붙일 수가 없는 권력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각 주( Canton)뿐 아니라 그 산하 자치조직으로 권력이 분산된 스위스의 대통령은 행사할 권력 자체가 별로 없어서 거리에서 종이를 줍고 다니기도 한단다. 더구나 스위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다시 국민투표를 거쳐야 효력을 발생한다. “국민 대통합을 이룰 필요도 없고, 모든 것을 다수결로 결정한다. 다양한 가치관과 편견을 가진 인간 사회에서 통합이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 비민주적 중앙집권의 독선은 독재 유신헌법의 소산이다. 1987년 헌법은 여전히 유신헌법 자체이다. 유신헌법 제1조에서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1987년 헌법 제1조에서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바뀌었다. 그런데 표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국민 민초는 직접 뜻을 개진하지 못하고 유신헌법에서 말하는 대표자를 통해서, 그리고 그 대표자를 투표로 뽑는 권한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뽑기만 하고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는 대표자(대의제 위정자)”의 종()이 되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은 아예 불기속 원칙(뽑아준 국민의 뜻에 구애받지 않는다)’을 천명하고 오리발 내밀고 있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유신독재의 유산은 기성세대뿐 아니라 자라는 청년들에게 고스란히 스며있다. “국민들의 반대 국익을 대립 항으로 설정하고,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도 국익을 위해서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정책들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서울대학교 학생은 바로 유신 독재의 산물이다.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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