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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트롯에 빠져 약체로 유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칼럼] 트롯에 빠져 약체로 유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김동진 논설위원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논설위원] 유행가는 그 때 그 시절을 잘 나타내준다. 국가와 사회에 커다란 사건이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그에 따른 노래가 생겨 나온다. 어떤 때는 비분강개(悲憤慷慨)하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슬픔에 잠긴 애절한 목소리가 들린다. 유쾌하고 웃음이 넘치는 노래는 듣는 이를 기쁘게 하고 희망을 부풀게 한다.

 

이처럼 가슴에 와 닿는 노래를 유행가(流行歌)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왔다. 노래를 잘 하던 못하던 상관없다. 그저 혼자서 응얼거려도 좋고 큰 소리로 부르다가 듣는 이들의 폭소를 불러내게도 한다. 심지어 어떤 가수는 ‘유행가’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불러 많은 이들이 따라 부르게 만들었다. 유행가라는 말은 요즘 사라졌다. 한 때 뽕짝이라고도 했지만 음악인들 스스로 저급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퇴출되었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대중가요가 본격적으로 나오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였다. 나라를 잃은 설움과 분노를 새로이 등장한 노래 가락에 맞춰 훌륭한 선배가수들의 목소리를 통하여 대중을 파고들었다. 황성옛터나 타향살이, 목포의 설움 등 한 시대를 풍미하며 망국의 슬픔을 대변해 왔다.

 

광복과 함께 자유를 찾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곧 이어 터진 6.25사변에 엄청난 좌절을 겪어야 했지만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속에 자신의 자화상을 담아 공감하게 되었다. 굳세어라 금순아와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헤어지고 붙잡혀가는 정경이 노랫말 속에 그대로 담겨져 많은 이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전 국민이 부르게 되는 대유행곡이 되었다. 지금도 이 노래들은 새로운 가수들을 통하여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면서 생생하게 살아서 불려지고 있다.

 

독재정권과 싸웠던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은 시대의 변화를 재촉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를 양산시켰다. 4.19 이전에 우리는 휴전협정 반대데모 등 관제데모에 동원되면서 데모의 기법을 익혔다. 정부가 학생들을 강제 동원했던 데모기술이 거꾸로 정부규탄 데모에 그대로 사용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머리띠와 프랑카드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애국가와 전우가 아니면 학교 응원가와 교가까지 불렀다.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면 힘이 솟아난다. 5.18과 함께 탄생한 “산자여 따르라“ ”아침 이슬“은 이제 운동권의 고정곡이나 다름없다. 산자여 따르라가 5.18추도식장의 제창곡이 아니라고 정부 인사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모습은 가관이었다.

 

노래는 많은 사람을 즐겁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았다. 군인들에게 군가는 힘을 북돋게 한다. 행군의 고달픔과 훈련의 고됨 속에서도 전체가 합창하는 군가는 소리를 높일수록 새로운 힘을 솟아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미국과 프랑스의 국가(國歌)는 독립전쟁과 대혁명 시대에 불렀던 진군가를 그대로 부른다. 사람의 가슴을 격동하게 하는 박력에 넘친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애국가는 참으로 지루하다. 안익태 작곡은 이의가 없는데 작사자는 아직도 애매하다. 안용환교수는 안창호선생이 작사자임을 증명하는 방대한 자료를 모아 책을 펴냈다. 안창호의 항일투쟁의 역사를 살펴볼 때 다른 이의가 끼어들 틈이 없을 듯싶은데 다른 쪽에서는 윤치호 설을 주장한다. 윤치호는 일찍이 독립운동의 태두였지만 나중에 친일로 돌아섰다. 그가 애국가를 붓글씨로 써 남긴 것을 가족들이 에모리 대학에 기증했다고 하여 작사자로 등장시키는 것은 친일행적과 더불어 국민감정과 상치한다. 아무튼 우리 애국가가 4절까지 있는데 공식행사에서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1절만 부를 때가 많다. 나는 애국가를 새로 제정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4절의 가사를 하나로 묶어 모두 부른 다음 후렴은 맨 나중에 한 번만 제창하게 하는 것이 1절만 부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유행가 얘기가 딴 길로 빠졌지만 요즘에는 트롯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똑 같은 노래인데 트롯이라고 하니까 새로운 장르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니다. TV조선에서 미스트롯을 경쟁으로 뽑았다. 그 과정이 수많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출중한 PD의 아이디어 하나로 트롯경연은 일약 대중의 화제가 되었다. 경연의 과정이 재미있고 딴 데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했다. 경연이 예고된 시간대는 택시들도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이에 맛을 붙인 방송국에서는 미스터트롯을 추가했고 이제는 ‘내일은 국민가수’로 이름을 변경하여 3억 상금을 내걸었다. 1억에서 1억5천으로 인상된 상금이 스폰서가 많이 붙은 모양이다. 나이 직업 장르불문으로 대한민국이 만들고 전 세계가 열광할 K팝스타. 노래에 자신 있는 예비스타부터 가수의 한이 있는 실력파 무명가수까지! 국보급 가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 TV조선에서 키워드립니다 라는 초대형 광고는 우리 국민을 트롯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약체로 유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상무정신을 강조하고 싶지 않지만 로마처럼 오락에 함몰된 국가의 말로는 비참하다. 어린애들까지 가수로 등장시키다 보면 이 나라는 자신도 모르게 약소국으로 전락된다. 3S에 빠진 국민이 이제는 트롯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된다.

 

글 : 김동진 논설위원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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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논설위원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