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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2022년 중국의 양안(兩岸) 정책 전망

[칼럼] 2022년 중국의 양안(兩岸) 정책 전망

 

▲조현규 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중국 복단대(復旦大)) 객좌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조현규 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중국 복단대(復旦大)) 객좌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들어가는 말

 

2021년 한 해 양안(兩岸)을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는 단연 대만해협 주변에서의 중국 군용기 및 군함의 훈련 및 활동이었다. 대만 국방부는 작년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중국 군용기는 239일 동안 961대라고 밝혔다. 중국 군용기는 작년 8월까지는 하루 평균 40대 내외가 움직였으나, 9월부터는 침범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9월 117대, 10월 196대, 11월 159대를 기록했다. 기종(機種)도 J(殲)-10, J(殲)-11, J(殲)-16 전투기, H(轟)-6 폭격기, KJ(空警)-500 조기경보기, Y(運)-9 전자전기, Y(運)-20 공중급유기 등 다양했다. 올해 1월 5일에도 중국군 전투기 J-16 2대가 대만 남서쪽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뒤 돌아갔다. 작년 12월 15일에는 중국의 랴오닝(遼寧) 항모 전단이 훈련 차 중국 해군력의 태평양 진출 길목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미야코 해협을 통과하여 태평양으로 진입하였다.

 

이처럼 작년 내내 대만해협에서 긴장 상태가 고조되고 양안간 첨예한 신경전이 지속된 가운데, 올해 중국은 미국·영국·일본 등의 ‘외교적 보이콧’속에 동계 올림픽을 치루었으며, 시진핑(習近平)의 장기집권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중국공산당 제20기 당 대회라는 중차대한 국내 정치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중국이 대만에 대해서 어떠한 정책을 취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단순히 양안간에 국한될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 아·태 지역 및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이다.

 

중국의 양안 정책 – 어제와 오늘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정책 원칙은 ‘평화통일’과 ‘1국가 2체제’(一國兩制)라는 기본방침을 확고부동하게 견지하고, 양안관계 발전과 평화통일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한 ‘8가지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기울여 평화통일 비전을 제시하되,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책동을 용납하지 않으며, 이 경우에는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2021년 11월 개최된 중국공산당 ‘19기 6중전회’(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중국은 양안문제에 있어 ‘주도권’(主導權)과 ‘주동권’(主動權)이 자신의 수중(手中)에 있음을 강조하고, 국내의 급진 민족주의자들을 달래고 날로 고조되고 있는 민간의‘대만 무력통일’목소리를 조절하면서, 대만과의 대화재개는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보내고 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人民日報)>도 작년 12월 12일자 ‘양안관계 주도권과 주동권을 확실히 잡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대만은 중국의 ‘핵심이익’(核心利益)이며 서방의 간섭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민진당(民進黨) 소속 차이잉원(蔡英文)이 대만의 제14대 총통에 당선되자 중국은 대만과의 모든 공식 채널을 끊고 소수의 비공식 민간 채널만 남겨두었다. 차이 정부는 다방면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으나, 과거 국민당(國民黨) 집권시기와 같은 상호신뢰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대신 중국은 대만 정부를 우회하여 민간에 대해 일방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우한(武漢)에서 2019년 코로나-19가 발발한 이듬해 4월 중국 교육부는 코로나-19 검사를 이유로 대만 유학생 모집을 일시 중단하였다가 얼마 후 다시 모집을 재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만측과 사전에 대화도 없었고, 대만 주무부처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중국의 이러한 대만 유학생 모집 확대 조치의 목적은 대만 민간의 지지를 직접 확보하고, 양안 교류에 있어 대만 정부의 역할을 약화시키려는 데 있다.

 

중국은 대만이 주권(主權) 의제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답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만과의 공식적 접촉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경제적·문화적 수단을 활용하여 대만인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대만 내부가 분열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 마샤오광(馬曉光)은 작년 12월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대만이 아닌 ‘대만 집권 민진당과 그 지지자들’을 반대”하며, “광범위하게 대만동포들을 껴안아야 하고, 더 많은 대만청년들이 양안 교류협력에 참가하도록 고무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2022년 1월 3일자 <인민일보>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현재 방침은 ‘이통촉융, 이혜촉융, 이정촉융’(以通促融 以惠促融 以情促融, 소통·실리·정감으로 융화를 촉진한다)이라고 강조하고, 특히 대만 기업들에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기를 요구했다. 이러한 태도가 바로 중국이 ‘주도권과 주동권’을 장악했다고 보는 이유이며, 현재 중국이 ‘양안동포의 심정적 묵계’쟁취를 거듭 언급하면서, 대만 정부에 대해‘당국 분열’등 강경한 어투를 사용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각국 지도자, 외교 관료, 국제정치학자들은 중국과 대만이 서로의 외교적 메시지와 전략적 의도를 오판하지 않고 전쟁 발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일정한 대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거듭 호소하고 있다.

 

양안간 군사충돌 가능성

 

중국이 오랫동안 대만과의 공식 교류를 차단한 상황에서 국내외 매체들이 양안문제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들 쏟아 내고 있는 가운데, 대만인들은 현재 양안간 긴장 고조 상태와 중국 군용기들의 빈번한 출현 등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지고, 나아가 중국이 대만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저명한 현실주의파 학자인 옌쉐퉁(廉學通) 중국 칭화대(淸華大)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최근“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난 상황에서, 쌍방이 진정으로 전쟁 방지를 원한다면 양안이 서로 연락하고 소통한다면 문제는 바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 쪽의 실수로 인해 우발적 충돌이 발생한 상황이 바로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중국이 대만과 공식회담을 원하지 않더라도 물밑에서 협상할 수도 있고, 또한 진정으로 전쟁이 발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통한 담판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과연 중국이 결단을 내려서 무력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인가? 에 대해서는 현재 여건상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이것을 지나치게 부풀려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분석했듯이 중국은 미국의 지원 전력이 도착하기 이전에 신속하게 대만을 점령하거나 항복시켜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을 강하게 느끼고 있으며, 또한 중국군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이 아직 부족하여 대략 5~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인다. 향후 양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전쟁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중국이 전면전을 통해 대만을 확보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작년 11월 중국공산당 ‘19기 6중전회’폐막식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서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양안이 “평화발전의 올바른 길을 걷자”고 호소하였는데, 이는 중국 지도부의 일시적인 주장이 아닌 장기적인 포석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2022년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전략적 안정성과 인내심을 유지하자”라고 호소하고, ‘홍콩·마카오의 번영과 안정’, ‘1국가 2체제’를 다시 언급하면서 “완전한 조국통일은 실현하는 것은 양안 동포의 공동 염원이다”라고 강조한 것 등은 모두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장과 용어들은 더 이상 새로운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현재 대다수의 대만인들에게 작금의 홍콩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지만,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를 여전히 대만에 ‘1국가 2체제’를 적용하는 간판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러한 워딩(wording)은 중국의 현 지도부가 대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보다는 서방 세계, 특히 미국과의 경쟁, 그리고 정권 안정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한 현 단계에서 무력으로 대만을 침공하는 것을 우선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직접적인 증거는 2020년 말 미국 대선부터 2021년 초 바이든의 취임까지의 정권교체 시기에, 즉 미국 국내 상황이 가장 불안정하고 대만을 지원할 겨를이 없었을 때, 중국은 아무런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야심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또한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 중국은 시진핑의 장기집권 개막식이라 할 수 있는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국내 정세의 안정과 국제 사회와의 원만한 관계가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양안관계에 있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양회(兩會)로 본 양안관계

 

리커장(李克强) 중국 총리의 3월 5일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우리는 대만에 대한 정책과 방침을 견지해야 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九二共識,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견지하여 양안 관계의 평화발전과 조국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대만 독립 세력의 분열행위와 외부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 양안 동포는 마음을 합쳐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족 부흥의 영광스러운 위업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대체로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을 뿐이며, 중국의 단골 메뉴인 ‘무력 통일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은 거론하지 않았다.

 

왕양(王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3월 9일 대만 대표단 분조 토론에서 “100년 만에 맞이하는 세계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고, 대만해협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시간, 세력, 대의가 줄곧 우리 쪽에 있다”고 밝히고, “마지노선을 지키는 사고를 강화하고, 투쟁 정신을 키워나가는 가운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자들의 분열 행동과 외부 세력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양안 동포들이 민족적 대의를 경지하고 조국 통일의 대업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군부는 양회(兩會)를 계기로 대만을 향한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우첸(吳謙) 전국인민대표대회 인민해방군 대표단 대변인은 3월 10일 기자회견에서“인민해방군은 ‘대만 독립’ 분열 행동과 외부 세력의 간섭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고 머리를 들면 반드시 타격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만을 카드로 삼아 대만으로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기도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업무보고>에 나타난 바와 같이 올해 중국을 지배하는 핵심 키워드는 ‘안정’이다. 중국은 올 후반기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3연임 대관식’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경제·사회 등 내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따라서 중국 지도부는 올해 대내외 정책을 포함한 국정 운영 방침을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따라서 올해 양안관계도 이와 같은 대원칙 속에서 현상을 유지할 전망이 지배적이다.

 

맺는말

 

2022년 1월 1일 차이잉원 대만총통은 ‘신년담화’에서 아시아 각국은 물론 미국과의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시키는 것 외에 ‘유럽 연계 강화 계획’을 처음으로 제시함으로써 향후 대(對) 유럽 관계가 대만 외교의 골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차이 총통은 북경 당국에 대해 군사적 모험주의 확장을 경계하고 지역 긴장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담화는 작년 대만이 리투아니아·체코·슬로바키아 등에서 백신을 기증받아서 중국-유럽 관계가 악화되고, 이에 따라 대만해협 및 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이 급증한 것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대만은 유럽이 중국의 위협을 재평가하는 동안 대만-유럽 간 협력을 강화하여 자유세계에 대한 전체주의의 도전에 공동 대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만과 다른 민주국가들의 관계가 날로 향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이 유사시에 대만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든지 간에, 대만은 반드시 안보 의제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잠재적인 충돌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방어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시진핑의 입장에서 2022년은 매우 중요한 해로서, 2월에 치루어 진 동계올림픽과 후반기 20기 당 대회는 모두 그의 위상과 리더십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북경 동계올림픽‘외교적 보이콧’은 실질보다는 상징성이 더 컸으며, 시진핑의 체면을 손상시켰다. 올해 후반기 중국공산당 20기 당 대회에서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중국의 양안정책 또한 ‘안정’에 방점을 둘 것이며, 따라서 2022년 양안관계 대국(大局)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현재의 단계만 놓고 본다면 중국은 대만에 대한 우대정책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대만을 통일시키려 하고 있지만, 상황이 마냥 그렇게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대만 간 군사력의 급속한 균형 상실과 중국의 역내 전력 투사능력 향상에 따라 중국의 무력사용 원가(原價)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중국 내 애국주의 사조가 횡행(橫行)하고 있으며,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한 중국군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지도자가 현재 시점에서 역사적 자리매김(positioning)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는 ‘무력에 의한 대만 통일’방안의 선택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중국 지도부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면, 양안간 모종의 이슈를 만들어서 내부 갈등을 외부로 전이시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글 : 조현규 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중국 복단대(復旦大)) 객좌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국방정보본부 중국분석총괄, 주중대사관 무관ㆍ주대만대표부 연락관 역임. 현재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신한대 특임교수 겸 평생교육원 부원장, 중국 상해 복단대(復旦大學) 객좌교수로 재직 중.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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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현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