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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무비스토리 (49)] 터치



터치 (2012)

Touch 
9.5
감독
민병훈
출연
유준상, 김지영, 윤다경
정보
드라마 | 한국 | 99 분 | 2012-11-08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49)] 터치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간병인 일을 하며 병원 몰래 돈을 받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환자들을 무연고자로 속여 요양원에 입원시키는 아내 수원. 전 국가대표 사격선수 이었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모든 것을 잃고 중학교 사격코치를 하고 있는 남편 동식. 그리고 어린 딸 주미에게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동식은 코치 재계약 문제로 이사장이 주는 술을 어쩔 수 없이 마시다 음주 운전으로 자신이 가리키던 사격 부 학생 채빈을 차로 치게 되고 뺑소니를 쳐 경찰에게 잡혀간다. 한편 남편 동식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돌보는 노인환자의 성적인 요구를 들어주게 된 수원은 결국 병원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수원은 딸 주미가 없어졌음을 알게 되고 낯선 집에서 주미를 발견하지만 가슴과 다리 사이에 그려진 낙서를 발견하고 큰 충격에 휩싸인다.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의 민병훈 감독

‘생명’에 관한 3부작을 시작하다


민병훈 감독은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으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데뷔작 <벌이 날다>로 1998년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과 비평가상, 관객상을 수상했다. 또한 2002년 체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두 번째 연출 작 <괜찮아, 울지마>로 특별언급상과 비평가상을 받았다. 또 2007년 서장원, 이민정 주연의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연출해 마침내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을 모두 완성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자신보다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검사와 두려움에 맞선 한 시골 교사의 이야기 <벌이 날다>, 도박 빚에 쫓긴 가짜 바이올리니스트가 고향에 돌아와 자신의 거짓이 탄로날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망친다는 <괜찮아 울지마>, 그리고 신과 여자문제에 직면한 한 신학대학생의 두려움을 그린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국내외에서 커다란 호평을 받았다.


<터치>는 ‘두려움’을 말했던 전작들과 달리 ‘생명'을 화두로 택했다.


“세상은 열심히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 자기 자리에서 할 일을 그저 묵묵히 하는 사람들의 낮고 작은 숨결들이 모여 이룬 것이다. 그리고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 신의 영역이라면 그 생명을 지키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살아 숨 쉬는 생명보다 죽음을 더 가까이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작품은 심각함과 불편함이 공존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 인물들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싸워가는 과정이 실제 우리들의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민병훈 감독은 영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 하고자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유준상, 김지영의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발군의 연기


민병훈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달리 대중적 영화를 표방한 <터치>는 유준상과 김지영이 출연해 이제껏 어느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연기로 깊은 인상을 안겨줄 예정이다.


영화 출연을 위해 체중을 10kg 가량 감량하고 기존의 순한 이미지와 다른 파격적인 스타일을 보여준 김지영은 앞으로 펼쳐질 국내외의 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될 것을 예감케 할 정도로 전율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 동안 반듯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유준상 역시 자신을 절제하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는 운동부 코치 역을 맡아 기존의 틀에 박힌 역할과는 다른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인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부분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꼈다고 하는 민병훈 감독은 “좀 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작품성을 갖춰야만 한다. 그래야 예술영화의 한계를 깬,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동시에 깊이가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생명의 순환고리로 등장하는 ‘사슴’

그것은 두려움과 구원의 대상이다


절제된 화면과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독특한 영화를 제작하는 민병훈 감독. 그의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여행과 경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난 러시아 유학시절에는 홀로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져 풍부한 경험을 얻었다. 또한 굴곡진 자전적 경험까지 더해 풍부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터치>에서는 다양한 상징들이 나타나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은 바로 사슴의 출현이다.


민병훈감독은 “<터치>에 등장하는 ‘사슴’은 그것이 단순히 신(神)이 보낸 두려움의 존재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 어떤 생명의 상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슴’은 생명의 순환 고리로서의 의미 있는 작용도 하고 있지만 주인공들을 깨닫게 하고 어떤 두려움을 갖게 하게 하는 상징으로도 작용한다”면서 “수원에게는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왔다가 용기를 내게 하는 존재이면서 동식에게는 두려움과 생명의 열쇠를 찾게 되는 존재로도 생각했다. 결국‘사슴’은 누군가에겐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구원의 대상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신의 모습일 것이고 신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사슴이 가진 다중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상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슴이 가진 의미를 지니고 영화를 보다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창문을 통해 서로를 마주하는 장면에서 강렬한 주제의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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