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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무비스토리 (78)] 사이비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78)] 사이비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돼지의 왕>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수몰예정지역인 한 시골마을에 교회가 새로 생기고 보상금을 받고 곧 떠나게 될 주민들을 홀린다. 이 혹세무민의 이상한 기류 속에 시종일관 욕지거리를 달고 등장해 불편하게 현장을 헤집는 술주정뱅이 김민철(양익준 분), 그리고 진정성 어린 신앙으로 동네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유약한 초빙 목사 성철우(오정세 분)가 맞선다.

 

<사이비>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누구나 착한 사람이라고 믿는 목사의 거짓과 누구나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한 남자의 진실이 만들어내는 극명한 대비다. 드라마와 날선 비판을 통해 종교와 인간관계 속에 그려지는 선과 악의 경계를 도발적으로 그린다. 거짓을 말하는 선한 자와 진실을 말하는 악한 자를 등장시켜 인간의 양면성을 꼬집는다. 또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잘못된 믿음이 가져오는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묵직한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장로와 목사, 술주정뱅이 세 사람이 몰고 올 예정된 파국이다. 이 파국을 향해 돌진하는 스릴 넘치는 전개가 애니메이션이라고 믿을 수 없는 긴박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에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가 빚어내는 전율을 만들어내는데 있다.

 

‘돼지의 왕’과 마찬가지로 연상호 감독은 망나니 아버지의 거친 욕과 낫을 악용한 살인 등 극사실주의로 치달았다. 보기에 불편할 수도 있는 이 장면은 드라마 후반에 드러나는 망나니 아버지의 최후와 맞물리며 영화의 메시지와 직면케 한다. 과거를 감추려 했던 목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진실’과 마주했을 때의 몸부림과 그를 둘러싼 반전 또한 내면 깊이 감춰진 인간의 본심을 노정한다. 리얼하고 거친 연 감독의 그림이 스토리를 더욱 실감나게 만든다.

 

영화배우 오정세와 배우 겸 감독 양익준이 ‘돼지의 왕’에 이어 두 번째 목소리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탤런트 권해효가 가세했다. 목사 역을 맡은 오정세의 조용하면서도 어두운 말투, 망나니 아버지를 연기한 양익준의 거침없는 욕은 두 사람의 대립으로 관객을 더욱 몰입시킨다. 사기꾼 장로의 목소리를 표현한 권해효도 제 몫을 다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전까지 누가 목소리 연기를 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이들은 대립 구조를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 되는 만큼 그들의 연기 흐름과 톤이 중요했다. 그래서 네 주인공의 목소리는 선 녹음을 진행하여 배우들의 습관이나 말하는 호흡, 목소리 연기에 사용되었던 제스처나 움직임 등을 그림체에 반영했고, 그 목소리 톤을 바탕으로 한 만큼 캐릭터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사이비>가 다룬 이러한 주제는 단순히 영화적인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근래 사회 고발 교양 프로그램에서 방영되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이다. 지난 10월1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된 ‘불꽃 목사의 수상한 축복’ 편은 믿음을 이용한 목사의 사기극을 집중 조명했는데 마치 <사이비>의 충격적인 소재를 고스란히 담은 듯해 눈길을 끌었다.

 

<사이비>의 시나리오는 <돼지의 왕> 제작 전에 완성됐다. ‘가장 편하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된 시나리오 작업은 <돼지의 왕>과 마찬가지로 만화가 최규석 작가와 함께 진행됐다. 2012년 1월부터 스토리보드를 포함한 프리 프로덕션 작업이 시작됐다. 2012년 7월에 캐릭터와 배경 미술 설정을 포함한 콘티 작업을 마쳤다.


배우들과 미팅 후 전작 <돼지의 왕>과 마찬가지로 선 녹음이 진행됐다. 선 녹음 방식은 배우와 캐릭터의 입 모양이 일치해 관객들의 감정이입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녹음 과정에서 감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연기나 디테일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러운 느낌의 목소리가 완성됐다.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한국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사이비>. 실사 영화를 뛰어넘는 스릴과 서스펜스로 영화적 재미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스릴러라는 독보적인 장르의 탄생을 예고한다. 11월2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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