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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라우의 후예11> ‘갑’이 아니라 ‘을’(2)

<아라우의 후예11> ‘갑’이 아니라 ‘을’(2)

 

 

[시사타임즈 = 이철원 본지 회장]

 

사소한 요청사항에 대해서도 반드시 응답하다

 

재해복구지원을 하면서 주민들이 지원요청서를 너무 많이 보내서 고민거리였다. 개인부터 단체에 이르기까지 아라우부대 캠프로 직접 도움을 요청하는 문서를 위병소에 매일 두고 가고, 길을 가다가도 한국군을 보면 요청문서를 주곤 하는데, 요청서대로 다 지원할 수 없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주민들은 외부의 도움과 지원으로만 살다 보니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의 요청을 많이 하였다. 지원 여부에 대한 답장이 없어도 특별히 불평이나 원망하지 않았지만 간혹 요청해서 지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성향이 있었다.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주는 아라우부대원 (c)시사타임즈

관공서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정부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후원 가능한 단체부터 찾았다. 이는 과거 식민지 지배를 받은 역사적 배경과 오랫동안 이어온 정부에 대한 불신의 결과이었다. 따라서 태풍 피해가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났는데 정부예산이 아직 투입되지 않아 학교나 주립병원, 보건소, 마을회관 등 관공서들이 복구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정부가 예산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UN, NGO,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라고 얘기하는 주민도 있었다. 실제 폐허가 된 대부분의 학교, 병원 등은 정부예산이 아닌 외부 단체의 지원에 의해 복구되고 있었다. 우리는 개인, 민간단체, 행정기구 등에 의한 모든 요청문서를 검토하여 지원이 불가 시에는 그 이유와 사과의 내용을 작성하여 일일이 답신을 보냈다. 지원이 불가한 대부분의 이유는 작전지역이 아니거나 개인 집 수리, 마을회관의 농구장 복구, 마을축제 지원 등의 재해복구와 공공목적이 아닌 경우들이었다. 그러나 작전지역이 아니더라도 의료지원과 관련된 내용은 반드시 지원하였다. 임산부 등 위급환자는 앰블런스를 보내었고, 발이 썩어 들어가 절단을 해야 하는 환자 등 거동이 어려운 환자는 별도로 방문하여 진료하였다. 또한 부대에서 수술할 수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외부병원의 수술비를 지원하기도 하였다. 주민들은 요청편지를 보낸 후 지원이 불가하다는 우리의 답장에“이렇게 답신을 받기는 처음이다. 우리가 지원은 못 받았지만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으며 관심을 보여준 한국군에 감사하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아라우 부대는 타 기관 및 단체와 다르게 지원 요청문서에 대해 무시하지 않고 일일이 공식적인 문서로 응답함으로써 현지 기관 및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었다.

 

▲무교급식을 기다리는 어린이(c)시사타임즈

지방자치단체장과 필리핀군을 높여주다

 

현지인들을 만나면서 인간관계 불문율인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내가 높임을 받으려면 남도 높여 주어야 한다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현지 방송매체와 인터뷰시에는 필리핀 정부가 태풍피해 복구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으므로, 한국군이 필리핀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서 왔고 필리핀 정부가 태풍 피해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공식 또는 비공식 행사에서 연설을 하거나, 주민들과 미팅을 할 때는 “주지사와 시장이 훌륭한 지도자이며 진정으로 주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칭찬하며 높여 주었다.

 

또한 건물복구나 의료지원, 구호품 분배시에도 “특별히 시장이 요청해서 지원 한다”라고 말하여 시장의 체면과 위신을 세워주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장들은 한국군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고 무슨 행사만 있으면 나에게 참석하여 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주민들 앞에서는 필리핀군을 항상 칭찬하여 “필리핀군이 경계지원을 잘하여 우리가 안전한 상태에서 임무수행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완공식에서는 나보다 먼저 필리핀군 대표자가 연설하도록 했으며 시장과 학교장의 축사에는 우리뿐 아니라 필리핀군에게도 감사하다는 표현을 넣도록 요청하였다.

 

우리 장병들에게도 “필리핀군 장병들과 항상 친하게 지내고 자존심과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언행에 조심하라”라고 수시로 교육하였다. 작업장에서 간식은 우리와 똑같이 필리핀군에게 분배하였으며, 군부대에 컴퓨터, 구호장비 등 구호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였다.

 

▲어린이와 친해지기 (c)시사타임즈
▲어린이와 친해지기 (c)시사타임즈

 

글 : 이철원 본지 회장 (전 아라우부대장, 예비역 대령)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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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wangco123@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