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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라우의 후예21> 스피치가 너무 길어

<아라우의 후예21> 스피치가 너무 길어

 

[시사타임즈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우리가 타클로반에 도착했을 당시 필리핀은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태풍피해 복구 중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관공서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심지어 필리핀 도 대부분 휴가중이었다. 1998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군사대학에 다닐 때가 떠올랐다, 민데나오에 있는 남부사령부를 방문했었는데 사단 내에 A연대는 회교반군과 전투중이라 부대정문에 적색기를 올리고 부대원들이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인접부대인 B연대는 백색기를 올리고 파티를 하고 있었다. DMZ GP에서 총격전 몇 발이 있어도, 심지어 오발이 있어도 전군이 비상상태에 들어가고 외출외박, 휴가도 통제된 상태로 대기하는 우리군과 대조적인 모습이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행사장에서 연설을 기다리는 인사들. ⒞시사타임즈



2000년 동티모르 파병시에도 크리스마스와 연초에 UN 기관들이 한 달간의 휴가에 들어가 업무협조를 못해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연휴기간이 아니더라고 한 직원이 휴가를 가면 그 사람의 일을 대행할 사람이 없어서 그 업무는 그 직원이 휴가를 복귀해야 가능하였다. 그래서 해당 업무를 업무를 진행하지 못한다고 국내 관련부서에 보고를 하면 핑계를 댄다고 욕을 먹어야 했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1 3일이 되어서야 팔로시청에서 한국군 환영행사를 한다고 연락이 와서 아침 일찍 일부 부대원들과 행사에 참가하였다. 그런데 8시에 시작된 환영행사는 10시가 돼서도 끝날 줄을 몰랐다. 왜 그리 연설자가 많고 스피치를 오래하는 지 뜨거운 태양 아래 죽을 맛이었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았다. 우리를 환영하는 행사인데 중간에 일어나 갈 수도 없고 부대원들고 힘든 모습이 역력하였다. 처음이라 행사를 길게 하는가 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고 이 환영행사는 서곡에 불과하였다.

 

세계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천, 수백 년 동안의 경험이 녹여져 만들어 낸 문화와 관습이 존재한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그 문화와 관습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해외파병의 경우 현지 주민들의 지지와 호응이 임무수행의 관건이기에 더욱 파병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아라우부대 장병들이 파병활동 간 반드시 지켜야할 행동 수칙으로 정한 파병장병 신조 중 하나가우리는 필리핀의 법규를 준수하고 문화 종교적 관습을 존중한다.”였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내가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각종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군복을 입은 상태에서 무더위를 견디며 두세 시간 가까이 똑같은 연설을 들어야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보통 야외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 연설이 길어져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면 일반 참석자들은 무더위에 녹초가 될만도 한데 묵묵히 앉아 있었다.

 

단상의 높은 사람들 VIP들은 차양막을 치거나 수행원들이 우산을 받쳐 햇빛을 가려주지만 땡볕 아래에 앉아 있는 대다수의 일반참석자를 고려한다면 가급적 연설자를 줄이고, 필요하다면 안내 팜플렛 등에 주요 참석자의 인사말을 싣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일반 사람은 계획된 행사시간 이전에 참석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대부분 주요 참석자가 늦기 때문에 행사가 지연되었다. 나는 처음에 초청장에 명시된 시간에 맞춰 행사에 참석하였지만 하도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나중에는 30분 지나서 가면 적당한 시간이 되었다. 사회지도층의 시간관념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이곳의 많은 주민들도 시간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일은 일상화 되어 있었다. 이러한 시간관념이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필리핀의 성장과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더욱 안타까웠다.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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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wangco123@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