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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37)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37)

10만 평화 어린이 지도자를 양성하자!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시골의 조그만 산장 호텔의 아침은 우리로 인해 부산하고 생기가 넘쳤다. 엊저녁에 어진이 할머니가 주인에게 웃돈을 얹어주며 아침 식사를 특별하게 잘해달라고 주문을 했었다. 이웃집에서 아침에 받아온 신선한 양젖과 요거트, 치즈와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포카치아 빵과 과일잼과 밀랍이 들은 꿀까지 풍성한 식탁이었다. 포카치아는 피자의 원조로 양젖을 넣어서 구웠는지 짭쪼름하고 고소했다. 입이 즐거우면 마음도 즐겁다. 즐겁게 식사를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나는 가진이 할머니한테 “어진이 가진이 같은 어린이 한 10만 명을 어려서부터 평화 영재 교육을 시켜 통일시대를 이끌 지도자로 키워야 앞으로 한반도가 평화의 성지로서, 중심지로서 역할을 할 거예요.”하고 말하니 가진이가 “엄마 지도자가 뭐야? 지도를 보는 사람이야?”하고 물어서 다들 폭소가 터졌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그런데 이 아이가 지도자란 말의 정의를 제대로 내렸지 않은가? 지도자란 무릇 역사의 지도를 잘 보고 갈 길을 제대로 안내하는 안내자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권력과 물욕에 눈 먼 자들이 지도자라고 완장을 차고 이 나라를 이끌어왔으니 온갖 부조리로 가득 차 썩은 냄새로 진동하지 않는가? 어디 우리나라뿐인가, 지금껏 내가 지나온 길, 앞으로 내가 지나갈 길이 온통 피 냄새로 진동을 하는 전쟁의 길이였음을!

 

그리고도 그 피 냄새나는 역사는 끝나지 않아서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분쟁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 긴장을 조성해 무기를 팔아먹으려는 거대 자본들이 있다. 내가 이렇게 평화롭게 달리는 이 길로 마케도니아군이 사람과 가축과 건물을 뭉개며 달려갔고, 로마군이 불을 태우며 먼지를 일으키며, 그 위를 이어서 고트족이, 훈족이. 몽골군이 오스만튀르크군이 일으켜 세우면 무너트리고 피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던 그런 길이다.

 

이 길이 예수의 제자들이 복음을 들고 자유롭게 다녔듯 모든 여행객과 장사꾼들과 이민자들이 더 좋은 삶을 위하여 언제라도 자유롭게 오가는 평화가 영구히 깃들기를 축원하면서 오늘도 발길을 옮긴다. 이 지구상의 온갖 전쟁 무기를 사는 비용이면 이 세상의 모든 젊은이가 배우고 싶은 만큼 무상 교육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 평등해지면 세상은 더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젊은이들이 이 길을 따라 꿈꾸고 상상하며 여행하고,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자유롭게 이동하는 머지않은 미래를 꿈꾸어본다. 인류가 상상했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없다. 나의 마라톤도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한계를 돌파하고 막힌 자유를 얻고 싶은 욕망. 우리를 가두고 있는 것은 많다. 국가가 그렇고 종교가 그렇고 학교마저도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여왔다. 나의 발자국은 인류가 하나가 되는 발길에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새로운 문명을 향한 힘찬 발걸음! 이제 21세기는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에서 권력은 신과 왕에게서 탈출하였지만 아직도 시민에게 가지 못하고 교묘하게 변형된 권력자들에게 쥐어져 있다. 아직 갈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이념과 새로운 자본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었다.

 

이 괴물 변종들은 애국의 열기를 교묘히 잘 다루는 장인들이다. 이들은 애국과 민주주의 거기다 잘 살게 해주겠다는 당근과 인권이라는 것까지 교묘하게 사용하며 정권을 잡고 유지한다. 교육은 자기다움을 포기하고 체재에 순응하도록 강요한다. 비정한 속고의 경쟁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가르켜서 안정을 잃고 초조하게 살아가는 것을 방관한다. 거기다 가짜 영웅을 만들어 누구를 닮으라고 한다. 아이들은 누구를 닮지도 못하고 자기답지도 못하며 시들어간다. 아침에 문득 생각난 것이지만 10만 통일 어린이를 양성하는 일은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 것 같다. 성적으로 등수를 매겨서 어린아이들을 우등과 열등으로 나누는 잔인한 교육은 폐지되어 마땅하다. 경이로운 평화의 세기로 넘어가는 길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교육 당국이 한 일이라곤 시험 점수 1점으로 수많은 젊은이의 운명을 갈라놓은 몹쓸 짓을 한 것밖에는 없다. 우선 내 젊음은 그 빌어먹을 점수 1~2점 때문에 꼬여서 도무지 헤어나오질 못했다. 초등학교 입시에 낙방한 건 내상이 별로 없었고 중학교 입시는 바로 전해에 추첨제로 바뀌어서 운 좋게도 사랑하는 친구들과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었었다. 고등학교 입시에서 그 빌어먹을 점수 몇 점 때문에 낙방하면서 치명적으로 내 삶은 꼬였다. 그리고 대학입시 때 또 사랑하는 친구들과의 경쟁에 져서 재수하고도 또 낙방하여 난 그때 생을 마감하러 한강 다리 위에 섰었다. 그때 용기를 내지 못한 건 내 찌질함 때문이었지만 술을 잔뜩 마시고 취해 휘청거리면서 돌아다니다 어느 골목에서 쌀쌀한 밤에 얼어 죽지 않은 건 신의 가호 대문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보다 더 불쌍한 청춘은 입학금을 내지 못했고 나는 그 가련한 친구 덕분에 1점 차를 극복하고 대학 물을 먹게 되었다.

 

한 번 낙오된 아이들에게 패자부활전마저 없는 교육은 참교육이 아니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제세이화(濟世理化)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시켜 함께 나누는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교육이어야 한다. 지식을 쌓는 일보다 공감능력, 소통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나는 손흥민을 좋아하고 장동건을 좋아하지만 그들의 수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스타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승자독식과 같은 수입을 얻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월가의 CEO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일반인들의 수천 배, 수만 배의 수입을 얻어야 할 이유는 아무 데도 없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미국의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들은 화려하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눈물 젖은 햄버거 먹기도 버거운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되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레드카펫을 밟으며 휘황한 조명과 갈채를 받으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뒤안길에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혼신의 연기를 하는 배우도 있다. 월가의 CEO들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을 때 월가의 뒷골목에는 수많은 홈리스들이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추운 겨울을 한데서 나고 있다.

 

이 세상에는 모든 사람이 함께 먹을 빵과 밥이 충분히 자라고 있다. 부지런한 손이 거둬들인 곡식으로 몇몇 선택받은 사람들의 뱃살을 찌워서는 안 된다. 봄에는 모든 사람이 함께 보고 감격해할 만큼 벚꽃과 유채꽃,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난다. 여름의 바닷가는 누구든지 옷을 벗고 더위를 피할 만큼 넓고 크다. 가을의 오묘한 색상의 들판은 모든 이들을 풍요롭게 할 것이고, 겨울은 안식을 줄 것이다. 인터넷은 모든 이들에게 입맞춤하며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신없이 뛰어다녀도 더 빨리 뛰라고 사회는 채찍질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빨리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빨려 들어가 생명을 내놓을지도 모르는 긴장된 삶의 연장이었다. 생태 위기와 극단의 경쟁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서구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불교와 노장사상과 인디언 문화 등 자연 친화적인 세계관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너무 정신 없이 빠르고, 너무 많이 생산하고, 너무 많이 소비하고 너무 많이 내다 버린다. 기독교, 이슬람, 유교, 불교 문화권을 다 지나며 나는 느림의 신, 아니 느림의 아들 평화가 다스리는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어린이는 평화의 꽃이요 미래이다. 통일을 왜 이루어야 하고 통일 한국이 왜 세계평화에 필요한지를 가르치는 교육이 절실하다. 경쟁해서 이기고 1등만이 살아남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살며 소통하고 나누고 소외된 계층을 어루만지는 교육이 이제 통일 한국에 필요하다. 미래의 한국, 미래의 세계를 이끌어나갈 10만 통일 어린이 양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생산하는 교육보다 필요한 것을 적제적소에 잘 나누는 따뜻한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평화의 세계를 열어갈 미래의 지도자를 키우는 일이다. 남북 어린이들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교류하는 만남을 통해 희망찬 통일시대를 준비하도록 지원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며칠 계속 비가 오더니 오늘은 화창하게 맑은 가을이다.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우리도 얼마 전까지 하늘은 이런 하늘이었었다. 어느덧 플로디디프도 지나고 하스코보도 지나고 불가리아의 마지막 도시인 스빌렌그라드의 새벽 온도는 영상 1도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해가 나고 언덕을 넘으면서 지중해의 따뜻한 기후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언덕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 기분이다. 국경을 넘기 전부터 저 하늘 아래 첨탑 끄트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터키 국경이다. 국경선을 넘기 위해 트레일러트럭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여행객들의 승용차도 통관절차를 밟는 데 한참이 걸렸다. 국경을 넘자 바로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이슬람 첨탑인 미나레트이다. 그리고 거리에는 아타 튀르크의 초상이 어디에도 있다.

 

종교가 일상의 삶보다 우선인 이슬람 국가에 들어선 실감이 난다. 이슬람 가치를 옹호하고 서구 문화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수구적이라고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그들이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것은 맹목적인 서구화와 서구 제국주의의 확산일 뿐이다. 터키를 통과하는데 거의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다. 3개월 정도 현지인들과 몸을 부딪치면서 또 쉬는 시간에 공부하면 어느 정도 생활 언어는 가능해질 것 같았지만 난 그 시간에 인터넷을 검색하며 이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는 편을 택했다. 그리하여 느끼게 될 언어의 불편함은 고스란히 감수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터키인들의 영어 능력이 독일 사람들보다는 뛰어났다. 그리고 내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스마트 폰은 길을 안내해주고 숙소를 찾아주고 식당을 찾아주고 통역사 노릇도 하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와 친구들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나그네의 발길은 이제 한때 인류 문명의 중심지였고 오스만튀르크라는 대제국을 이루었던 그리고 만주벌판에서 우리와 이웃하며 살던 사람들의 땅에 들어섰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옛 돌궐족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써봐야 헛일이지만 다가와서 인사하는 아이들이 ‘형제의 나라’라고 살갑게 맞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수염을 정성스레 다듬은 이슬람 신자들의 마음 품이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같이 따뜻한 눈길이 오고 간다. 그들에게서는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침잠하며 얻는 기쁨이 전해져온다.

 

터키는 영토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다. 비록 전 국토의 97%가 서아시아의 아나톨리아 반도에 있고 3%가 유럽에 있지만. 유럽 쪽 땅을 트라키아라 부르고 아시아 쪽 땅을 아나톨리아로 부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월드컵 때는 유럽 대표로 출전했다. 이곳은 돌궐족이 오기 훨씬 이전부터 이 땅에는 유럽인들이 그리스, 로마제국, 비잔티움 제국을 세우고 살았던 곳이다. 이 땅에는 8,500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4,000년 전에는 인류 최초로 철기를 사용했던 히타이트 문명이 앙카라 일대에서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그리스 로마인들이 들어와 에게해 연안을 중심으로 도시를 만들고 번영했다.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열되었을 때는 동로마 제국이 이곳에서 1,000년을 영화를 누렸다. 에디르네에 들어서기 전 저 멀리서부터 하늘로 치솟은 수많은 미나레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서울에서 응원하러 온 장대섭씨 부부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네덜란드의 헤이그를 출발한 지 82일째 3,000km를 넘게 달려와 터키 땅을 밟은 것이다. 많이 달려왔지만 아직도 초반이다. 달려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다. 내 달리기는 단타를 치고 일루를 향해 죽어라 달려가는 야구선수의 달리기와는 사뭇다르다. 홈런을 치고 의례적으로 1루를 밟으러 가는 선수처럼 여러 도시를 두루 거치며 천천히 달리는 그런 달리기이다. 최대한 절전 모드로 작동한다.

 

글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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