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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가끔은 제정신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타계했다(향년 70세). 그가 거쳐 온 영욕이 우리사회에 큰 반면교사가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조직위원장으로 기여도 했지만 장녀(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 차녀(조현민)의 물병 투척, 부인(이명희)의 ‘갑’질, 아들(조원태)의 노인폭행과 부정입학 의혹, 주총 결정에 밀려난 최초의 기업총수 등, 그의 말년은 그야말로 질곡의 시간이었다. 사인은 오랜 숙환(지병)으로 밝혀졌지만 실상은 심한 구설수를 견디지 못한 스트레스死에 가깝다. 퇴직금만 600억이라는데 강원도 산불 이재민에게 일부 기부했다면, 그나마 측은지심이라도 샀을 텐데 참 안타깝다. 이를 계기로 돈과 지위 및 노년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득지본유 실지본무*得之本有 失之本無

얻었다고 좋아하지 마라. 원래 너에게 있던 것이요

잃었다고 슬퍼하지 마라. 원래 너에게 없던 것이다.

1135년 지은 <벽암록>의 한 구절이다.

 

돈도 많지 않고 지위도 높지 않은 서민들은 그의 죽음을 어떻게 볼까? 대부호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보다 측은한 생각이 앞서기도 하지만 분위기는 대체로 싸늘하다. 4조원 대의 자산을 가진 그는 평범한 일상의 ‘소·확·행’은 몰랐을 터.

 

슈퍼리치(super-rich)의 억 만 달러 재산이, 소 몇 마리가 고작인 마사이족의 행복보다 더 클 수 있을까? 돈으로 높이 오르는 바벨탑은 결국 삶의 깊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어도 (신용)카드로 산 행복은 가끔 위안이 된다. 그랬더니 혹자가 그런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면 혹시 액수가 부족한 건 아닌지 확인해” 보란다. 발칙한 센스가 밉지 않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울 때보다 벤츠에 앉아서 울 때가 더 행복하단다. 진짜 헐^^이다. ‘최소한'의 돈만 있으면 행복한데, 그 최소한의 액수가 늘 변한다는 사실이 우릴 힘들게 한다.

 

인간은 희망이 없을 때 동물이 되고, 비전이 없을 때 야만이 되며, 운동이 없을 때는 비만이 된다. 거액의 통장은 없어도 규칙적인 일거리와 건강한 일상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은가? ‘밑바닥’ 체험에서 새로운 ‘밑바탕’을 일구는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영웅들. 번쩍거림은 없어도 은밀한 광채가 드러나는 진광불휘*眞光不煇의 민초들이다.

 

“미국 중산층은 왜 99%의 부를 1%에 몰아주는 보수파(공화당)에 투표할까?” 이 질문에 대해 한 논객은, 보수 세력이 하류층과 극빈층을 서로 증오하도록 이간질하여 어부지리 혜택을 누렸다고 지적한다. ‘갑’질, 남녀 및 세대 간 갈등, 지역감정, 유리천장, 종북, 좌빨 등의 용어는 반공주의(메카시즘)를 토대로 기득권 유지를 노리는 상류보수층 세력이, 그 반대세력을 진압하는데 상당한 효력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나이 들면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알고 ‘싶은’ 게 더 많아진다.

나이 들면 모든 게 이해될 줄 알았는데, 이해하려 애쓰는 일이 더 많아진다.

나이 들면 무조건 어른 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어른 대접을 받기 위해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나이 들면 모든 게 편해질 줄 알았는데 이전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이해하고, 애써야 한다.

 

‘성장’을 마치고 ‘성숙’의 단계에 이르면 취향도 덩달아 변한다. 짙은 향기보다 은은한 향이 더 좋고, 폭포보다 잔잔한 호수가, 화끈함보다 그윽함이, 또렷함보다 아련함이, ‘살가움’보다 무던함이, 지름길보다 느슨한 우회도로가 더 정겨운 법이다. 지그시 눈감고 천천히 걷다보면 소리 없이 휘감으며 나를 변화시키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죽기 전에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나”를 말이다.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릴 것이 없는 사람보다 더 고통스럽다. 나무가 하늘을 향해 말을 걸기 위해 땅에서 뭘 배웠을까? 온 세상이 먹잇감을 놓고 광란에 날뛴다. 멈추고 성찰하기 위해 쏟아지는 비(Rain)를 보라. 수많은 자신의 기둥을 세워 하늘을 받치고 있지 않은가! 온몸과 맨발로 마주쳐 봐야 가끔 제정신이 든다. 시련의 비가 걷혀야 소망의 무지개가 뜬다. Attraversiamo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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