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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뒤를 잘 봐야 앞으로 간다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뒤를 잘 봐야 앞으로 간다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뒤를 봐주던 사람이 승승장구하다 든든한 “빽”을 잃으면 하루아침에 추락한다. 뒤를 봐주는 ‘빽’이 없어도 뒤가 깨끗해야 살아남는다. 우리사회에 지대추구(rent seeking)문화가 만연됐다는 증거다. 정치인자녀들의 대기업 취업 특혜소식에 분통을 터뜨린 서민들은 고위층의 갑작스런 몰락에 대리만족을 누리는 모양이다.

 

캐나다의 철학자 M. 맥루한(캐나다의 철학자:1911-1980)은 ‘뒤를 잘 봐야 미래로 나아간다’고 했다.(We drive into the future using only our rear-view mirror). 우리식으로 치면 룸미러를 잘 봐야 운행이 편안하다는 말이다. 그가 출생하고 성장한 20세기 초반은 자동차가 흔치 않은 시대였다. 그런데 어떻게 100년 후 자동차의 미래를 내다봤을까?

 

사이드/룸미러리스 자동차가 곧 나온단다. 아직은 첨단사양이지만 곧 상용화될 추세다. 룸미러, 사이드 미러, 360도 블랙박스, 후방주차를 돕기 위해 자동차 뒤쪽 유리에 부착한 후사경이 모두 운전석의 터치스크린에 압축된 요즘. 맥루한의 통찰력은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출국 정지된 전 법무부 차관이 공항에서 긴급 체포되는가 하면, 현 정부 환경부 장관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파장이 크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바뀔 때마다 어떻게 처신하는 게 옳은지, 업무의 전문성 못지않게 조직의 문화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승진을 위한 과잉충성인가? 만년 ‘대리’에 안주할 것인가? ‘순간의 아부만 잘 해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말은 공무원 사회에 알려진 공개된 비밀이다.

 

업무 능력만큼이나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게 직장문화의 현주소다. 평판은 평소에 밥이나 커피를 잘 산다고 유지되는 게 아니다. R. 스탠걸은 [아부의 기술]에서 아부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힘없는 부하가 의도된 칭찬을 통해 상사의 호의를 끌어내는 합법적인 기술이자, 상사가 조직 장악력을 위해 유·무형의 인센티브를 통해 부하직원들의 환심을 사는 전략이기도 하다.

 

부모가 고가의 스마트폰 선물을 미끼로 자녀의 성적과 거래(deal)하는 것, 지역구 정치인들의 한시적인 표심잡기 행보 역시 변종의 아부다. 문제는 아부의 성공이 아부 받을 대상의 눈에 띠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고감도 레이저센서가 장착된 미사일이 정확하게 목표물을 명중시키듯, 소리 없이 겸손하게 상대의 허점을 찔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능력인지 수완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사람들이 승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냥 밋밋하게 업무만 잘 하면, 그래서 모든 구성원이 하나 같이 계륵이 되면 일터가 너무 삭막해지는 게 아니냐는 볼 멘 소리도 있다. 남 주기는 아깝고 내가 먹으려니 나올 게 없다는 닭 옆구리 살. 눈치가 없는 건지, 센스가 없는 건지 상사의 눈에 은근히 속 터지게 만드는 사람이, 어쩌면 회사를 움직이는 건강한 원동력일지 모른다.

 

지혜로운 처신으로 평판을 관리하면, 충분한 보상에 명예로운 퇴직까지 보장받는다. 그러나 이직이나 발령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아부의 위험한 줄타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알면서도 못 고치는 지대추구 문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관행을 따라가는 모양이다.

 

조직에서 왕따 당하면 생존이 어렵다. 뒤통수가 가려운 소문에 휩싸이면,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이다. 가능한 적을 만들지 않으면서 뒤를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접촉사고가 후진할 때 발생하지 않던가!

 

자동차의 룸미러는 후방 추돌을 방지할 목적도 있지만 뒷좌석 승객의 표정을 살피는데도 유용하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상대의 표정이나 평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떠난 자리가 아름다워야 할 곳은 화장실만이 아니다. 박수칠 때 떠나려면 후방을 주시해야 한다. 앞이든 뒤든, 어느 방향에서 봐도 한결같은 사람이 돼야한다. 안전하게 주차할 때까지 룸미러는 필요하다. 후방을 주시해야 전방이 트인다. 운전도 인생과 다르지 않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앞을 봐주는 분이라도 있어야 한다. 인류의 2000년 운행이 기록된 블랙박스, 성경이 우리의 로드맵이자 내비게이션이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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