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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말보다 상황을 믿어야 할 때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말보다 상황을 믿어야 할 때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말이 상황을 만드는가? 상황의 결정체가 말인가? 아니면 동시다발적인가? 정치·외교 분야에선 말보다 상황이 우선이다. 전개되는 상황은 객관적이나, 그에 대한 해석과 논평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표면에 드러난 논리 이면에는 언제나 특정 이해관계가 얽힌 심리적 주장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중,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정전선언(1953) 이후 66년 만의 역사적인 쾌거로, 이번 회동은 3차 북미정상회담의 예비적 성격이 강하다.

 

미국 대통령의 DMZ 방문은 오랜 관행이지만 군복이 아닌 양복 차림에, 그것도 빨간 넥타이를 맨 것은 북한을 위한 배려였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정치가 진가를 발휘했다. 긴급회동 제안 5시간 만에 김정은 위원장이 응답함으로써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합의된 만남이 아닌 ‘번개’ 회동치고는 두 정상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1년 전(2019.6.12.) 싱가포르 회담, 4개월 전(2019.2.28) 하노이 상봉에 이어 연내 3차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미국의 일괄적 (핵) 폐기와 북한의 단계적 이행 사이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과거 대비 희망이 더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DMZ-판문점-오산 미군기지로 이어지는 행보는 정전(6·25)의 의미를 되새김과 동시에 강고한 한·미 동행을 토대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굶주린 인민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야 할 김정은이나,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역시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공감했을 터.

 

이에 우리 정부는 53분간의 북미 회동을 주선하면서 빛나는 조연의 역할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3자 회담에 배제돼 ‘왕따’ 당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참석 못 한 게 아니라 참석을 안 한 것이다. 예선전의 활약 대신 결승전에서 쐐기 골을 넣으려는 힘의 비축 아니던가? 마구잡이 흠잡기를 통해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것이 내년 총선을 위한 야당의 다급한 속내라 쳐도, 그것이 당위적인 상황 전개에 역행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했다. 자제하거나 유보했다면 그나마 막말 파동으로 떨어진 위신을 회복하는 길이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정부와 여당 역시, 일련의 상황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기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큰 그림을 위해 끝까지 신중해야 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폼페이오-비건 대비, 북한이 리영호/최선희 외 누구를 새로 영입할 지다. 협상의 축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상으로 옮겨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와중에 빅터-차의 발언이 뜨거운 화두다. 국제전략연구소(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한국석좌’이자 조지타운대 교수인 그는 한때 주한 미 대사로 임명되었다 철회된 자로, 미국 내에선 반-트럼프 정서가 강한 자로 알려져 있다. 필자도 두 차례 만난 그는 여러모로 훌륭한 전문가지만 트럼프에 대한 사적 감정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듯하다.

 

세월이 흐르면 역사적 평가도 바뀌는 법. 10년 전과 현재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세월이 변하면 견해도 바뀌어야 하건만 우리에게는 어느 누가 싫으면, 그의 객관적 주장까지 모두 싸잡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일각에서 문 대통령을 일회용 구원투수(one-point relief)로 폄훼하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 말은 위기 순간에 한 타자만을 상대하기 위해 등장하는 투수를 가리키는 야구용어지만 전후 맥락을 전혀 모르는 얘기다. 요즘 10승 고비에서 주춤하고 있는 류현진 역시 국가대항전에서는 선발 대신 원·포인트·릴리프를 기꺼이 자처한다. 문제는 대승적 차원의 용병술이지 선수 개인에 대한 자질 시비로 팀플레이 전체를 방해하는 것은 좋은 관전 태도가 아니다.

 

탁월한 기량으로 한국축구를 빛낸 이강인 선수. 그가 아무리 훌륭해도 골은 원맨쇼의 작품이 아니듯 동료들의 신뢰와 결정적 어시스트가 필요하다.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3차 북미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필요한 이유는 트럼프의 재선이나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이 아니라 그를 통해 우리가 누릴 한반도의 평화 및 그에 따른 [G7] 경제 대국으로의 도약 때문이다.

 

세상만사가 변한다(Everything changes). 정치환경이 바뀌면 정치인의 태도나 역량도 함께 변해야 한다. 기회에 따라 식언하는 인간의 말보다 객관적인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 결과에 따라 현란하게 말 바꾸는 정치적 수사보다 구체적 상황은 물론 그것이 수반하게 될 역사적 당위성을 주시할 때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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