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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자기 등 가려운데, 남의 다리 긁는 아베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자기 등 가려운데, 남의 다리 긁는 아베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효자손이란 게 있다. 손가락 대신해 가려운 곳 긁어주는 물건이다. 대나무가 주류였는데 이젠 플라스틱제품까지 나왔다. 등이 가려운 데 비빌만한 벽이 없으면 어떨까? G20 정상회담 이후, 아베의 심경이 그렇다.

 

의장국으로서 관심을 고조시키고 7월 21일 예정된 참(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외교의 치적’을 노리던 아베. 두드러진 성과 없이 끝나자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국제여론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운 가운데 아베는 시진핑과 트럼프 눈치만 보다 한·중·미 모두에게 홀대받았다. 요미우리, 아사히 등 자국 언론마저 냉소적이었다. 특히 G20 폐막 다음 날인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주목을 받자 아베의 존재감은 완전히 바닥이었다.

 

그러자 한국에 ‘수출규제’라는 자충수를 두었다. 원인은 네 가지. 첫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를 비난했지만, WTO는 이미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둘째,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피해자 판결에 대한 불만. 셋째, ‘위안부 협의’ 파기에 따른 복수가 그것이다. 역사적 앙금에 대한 경제적 보복이라니!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경제 대국 4위 치고는 쪼잔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 무역에서의 이익을 도덕성에서 단번에 잃는 건 아닐까?

 

이번 수출규제의 핵심은 이것.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핵심소재(감광액,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물론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의 수출을 90일 동안 묶어 압박을 가한다니 삼성과 하이닉스 반도체 생산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문제는 그 타격이 한국기업에만 그치지 않고 파나소닉과 애플의 납품업체, 이른바 글로벌 물량공급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한국에 엄포를 놓으려다 그 불똥이 미국기업에까지 튈지 모른다. 삼성 반도체는 한국의 대표기업을 넘어 ‘국제적 기업’이란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삼성-애플 간 수조 원 대의 지적 재산권 분쟁이 자국 기업 애플을 위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는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를 모방한 것으로, 미·중 무역 충돌의 불똥이 한국경제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다만 아베의 치졸한 수출규제는 트럼프의 경우와 다르다. 트럼프의 대북 강경제재 및 대중 관세부과와는 수평 비교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여러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요미우리와 아사히 신문이 이를 두고 ‘소탐대실’이라 비판한 것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마침 손정의 회장이 방한했다. 세계 82위의 부호이자, 일본재계 7위 소프트뱅크의 수장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IT 환경” 관련, 문재인 대통령 접견에 이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다. 급히 일본 길에 오른 이재용 회장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곧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대외적으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한 것과 별도로 대내적으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작지만 바람직한 애국심 중 하나다. 문제는 국내의 의견충돌. 1965년 한-일 교류 정상화를 선언한 [한·일 청구권 협정]이래, 최악의 한일관계라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여야 협력이 필수적이건만 분명 야당은 이를 빌미로 정부 탓하며 자기 잇속을 챙길 것이다.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야당의 견제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쳐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베의 정치적 노림수에 엮이는 것이라면 국익을 위해 자제하는 게 그나마 친일파라는 누명을 벗는 길이다. 가족 한 사람이 밉다고 가정 전체를 팔아넘길 순 없지 않은가?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는 일본이 하루속히 자유무역 체제로 돌아오기를 촉구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라는 믿음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고 했다. 너무 추상적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써 일본과 맞대결하는 치킨게임은 득보다 실이 크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돌아보고, 이를 계기로 핵심기계 장비를 자체 생산하는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의 남북미 분위기상 트럼프가 일본보다는 한국의 편에 설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미국만 의존하기보다 일본기술 없이 반도체 생산의 100% 자력 해결을 위해 시간을 버는 게 중요하다.

 

자기 등 가려운데 남의 다리 긁는 아베의 경제보복은 트럼프의 미·중 충돌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이어질 남북미 정상회담 성공 개최와 관련, 왕따 당한 일본이 엇박자를 내지 않게 하려면 국내단결은 물론 한국에 대한 긍정적 국제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등 가려울 때 남의 손 빌리기보다 자체 효자손을 써야 진정한 IT 강국이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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