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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찌르는 칼보다 겨누는 칼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찌르는 칼보다 겨누는 칼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때만 해도 장밋빛이었는데 한 달도 안 돼 국제정세와 주변 외교가 급속히 냉각되었다. 중·러의 폭격기가 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어 한국 영공을 침범했는데도 동맹국 미국은 일본에 배치한 전략기 [F22랩터]나 [B-52]의 출격 가능성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 갈등의 조정자처럼 나선 J. 볼턴의 방한조차 우리 기대와 달리 (이란) 호르무즈 해협 연합훈련에 한국군을 파병해 달라는 요청만 남기고 떠났다. 초강경 매파인 볼턴이 [이란] 전문가라지만 2차 북·미회담 때 북한을 옥죌 때 쓰던 전략적 인물이기도 했다.

 

때마침 불거진 문제가 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이른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에 관한 논쟁이다. 정부·여당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조치 일환으로 GSOMIA 파기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고, 야당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일본과 타협할 것을 주장했다. 위안부는 물러설 수 없는 한·일 “양자”의 역사논쟁이지만, 한반도의 안보는 “다자”간의 협상 사안이다.

 

일본은 8월 초 한국을 백색 국가 목록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역사 문제를 경제보복으로 갚고,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놓고 남한을 비난했다. 누구 하나 우리 편이 없는 마당에 내부에서조차 피아*彼我 구별도 하지 못한 채 권력욕에만 혈안이라니 개탄스럽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했던가? 터무니없는 낭설로 디스(dis)하는 내부의 적이 ‘대놓고 생까는’ 외부의 적보다 더 밉다. 대안없이 혀로만 비판하니 어떨 땐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가 싶을 정도다.

 

日·러는 물론 중국의 꼬맹이 北까지 '격랑의 한반도'를 흔드는 시기에 대통령이 휴가까지 반납했다는데, 대안 마련에 함께 힘을 실어주진 못할망정 무책임한 비판만 하는 게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겠나? 정부가 모두 잘한다는 뜻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이나 일자리 창출도 그렇고 30억 먹튀의 주인공 호날두가 한국을 무시한 것도, 프로축구 연맹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경고 한마디쯤은 던져야 하지 않을까?

 

장마와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은데 또 한 번 막말이 구설수다. 세월호 유족에게 자식의 죽음을 징(?)하게 우려먹는다고 비난한 것도 모자라 이번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철회하잔다. 과거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 부위원장(2010)을 지낸 차명진. 19대/20대 선거에 연거푸 낙선했다. 권력의 정점을 맛본 그로서는 어떻게든 주목을 받아 공천을 받고 싶었는가 보다. 정치적 야망치고는 아주 몰상식적이고 파행적이다. 개인의 일탈을 일일이 보도해준 언론도 문제지만 그것을 통해 보수세력을 결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순진하기 짝이 없다.

 

그와 달리 격이 다른 고수가 있다. 2003년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이자 한국의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이문열이다. 한때 보수혁신의 아이콘이자 좌·우의 고른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기에 그의 말 한마디와 행보에 메시지를 부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일까? 지지율 20%대로 떨어진 야당 대표가 이미지 쇄신 차 경기도 이천에 있는 [부악문원]을 찾았다. 보수결집에 힘을 보태 달라는 요구에 그는 묘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1야당으로는 정권교체는 물론 존립 자체조차 비관적이라 했다. 보수 재건이 왕정복고가 아니고, 참담하게 몰락한 과거와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현 정부가 나라를 거덜 내면서 집권은 연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방점이 어디에 찍혔는지 모를 다의적 수사다.

 

이어 1야당의 막말을 가리켜 ‘말이 망가진 사회’의 단면이라 꼬집었다. 전달도구나 방식 때문에 소통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팔로워 수가 곧 권력이 아니고 ‘좋아요’ 수가 많다고 집단 이성이 될 수는 없다는 것. 백번 옳은 말이지만 이런 말의 속내는 무엇일까? 일단 표면적 공감을 얻어 보수에 대한 비판 정서를 희석한 다음 천천히 각인시키는 것이다. 역시 고수는 고수다. 야당 대표가 자신을 찾아올 때는 어떤 형식으로든 도움 청할 것을 알았을 터. 과거 공천위원을 지냈던 터라 이제 부스러기는 먹지 않겠다는 거다. 현재 기준 1야당이 정권 교체하기 어렵다는 전망은 단순히 원론적 평가가 아니다. 자신에게 전권을 주면 복안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에 가깝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 김병준 교수, 전원책 변호사도 비슷한 길을 거쳤지만 모두 실패했음을 알고 있을 터.

 

명문대 중퇴에 순수 문학 활동에 전념하고자 조용한 시골에 칩거할 만큼 마음을 비우기도 했지만, 또 한 번 기회가 온다면 축적된 내공을 발휘해 ‘한물간 존재감’을 되살릴 의향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보수세력과 정부 여당을 동시에 비판하면서 자신의 역할론을 알리는 길이다. 먹히면 다행이고 안 먹혀도 손해날 일은 없기 때문이다. 보수가 살아나려면 혹은 현 정부가 더 잘하려면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현상 외피에 대한 지적치고는 보수/진보 모두의 공감을 얻을만하다. 워낙 중량감 있는 소설가인지라 일과성 비평에도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지만,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음을 직시하는 한, 섣불리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끔 찌르는 칼보다 겨누는 칼이 더 무서울 때가 있는 법. 칼집에서 뽑지 않고 순간의 섬광만으로도 명검의 위용은 드러난다. 이번의 “기” 싸움만큼은 일본에 밀리지 않고 당당했으면 좋겠다. 필자도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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