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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칼럼] 불 없이도 연기 날까?

[임도건 칼럼] 불 없이도 연기 날까?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突不燃 不生烟(돌불연 불생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결론부터 얘기하면 기술적으론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광파 가스레인지가 그 답이다. 문제는 이 속담의 출현배경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원인 없이 결과 없다는 이 속담은 그저 케케묵은 경구로만 끝나지 않고 수많은 관련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서양에도 이와 유사한 유사표현이 있다. [I x A=R]이란 공식이다. 이른바 중요한 신분(important)의 사람이 석연치 않은(ambiguous)부분이 있으면 소문(rumor)이 돈다. 성립하는 경우는 세 가지. 첫째,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행동거지에 투명하거나 둘째, 하찮은 신분의 사람이 석연치 않은 행동을 보여도 소문나지 않는다. 셋째,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겐 소문에 연루될 일이 없다

 

지난 6개월 동안 실시간 검색을 달 군 사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이고, 다른 하나는 트위터 계정(@08_hkkim), 혜경궁 김氏가 진짜 경기도지사의 부인인가 하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임종헌 법원행정처장의 구속에 이어 대법관 3명이 줄 소환됨에 따라 마지막 정점인 대법원장을 향하고 있다. 아직 수사 중인지라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사법부의 이익을 앞세워 통치 권력과 손잡고 주요재판을 실제로 거래했다면 그 파장은 실로 어마무시하다.

 

사법부 내 자정 목소리를 시작으로, 억울한 절규가 무시당한 시민들을 비롯해 피해 당사자들은 국가배상 청구를 이어갈 태세다. 대외적으로는 사법부의 독립과, 대내적으로는 일선 재판부를 통제함으로써 정의로운 판결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면, 그야말로 공평과 정의를 생명으로 삼는 사법부는 뿌리 채 무너지는 것이다. 관련 판사들의 탄핵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그 수가 작게는 13명, 많게는 40명에 이를 정도라니, 일반인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다.

 

▲대법원 중앙홀 (사진출처 = 대법원홈페이지) (c)시사타임즈

 

후자의 경우, 여배우 스캔들로 점화된 경기도지사에 관한 의혹이 이제는 트위터 계정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국면으로 들어섰다. 대통령 아들의 취업 문제까지 거론하는 바람에 여권 지도부는 이 지사의 당적처리 문제를 놓고 술렁인다. 피의자로 몰린 사람들은 정치적 음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고발 당사자나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 시민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볼멘소리를 쏟아낸다. 수많은 아이디 중에 ‘왜 하필이면 혜경궁?’이냐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이 많다.

 

직접 관련은 없지만 공교롭게도 혜경궁 洪씨는 사도세자의 비극적 죽음과 관련, 역사적 진실과 그에 따른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서술했다. <한중록>은 일종의 궁정 수필인데, 임오화변(사도세자의 죽음)과 맞물리면서 위기에 처한 부군을 구하려는 현재 상황과 묘하게 겹친다. 게다가 현금의 혜경궁 金씨 사건의 고발 대리인 변호사가 사임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번복함에 따라 추이는 점입가경이다.

 

권력의 노예인 직업 정치인들과 달리, 일련의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시민들은 무관심 속에 넘길 법도 한데 워낙 파장이 큰 이슈라, 정치참여도가 높아진 시민들에게는 회식자리의 단골화두 이상의 의미를 띤다.

 

필자가 주고 싶은 메시지는 세 가지다. 첫째, 중요한 신분에 있을수록 처신이나 예산 집행에 투명해야 한다. 둘째, 세상은 “정·비·공”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고, 비밀도 없을 뿐더러 공짜도 없다. 상한 음식 잘 못 먹으면 토하거나 설사하게 마련이다. 소수를 잠간 속이고, 여러 사람을 한동안 속일 수 있다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순 없다. 주어진 하루가 분복인즉 소박한 일상에 행복하고 감사하면 그만인데 왜 부질없이 욕심을 부릴까? 권력의 무상함을 생각하노라면 어느 정도 초연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고위직에 오를 그릇도 아니고 그럴만한 인품이 아니지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정당한 땀 흘림의 대가만 누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중산층이 행복한 복지 선진국이 아니겠는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에 대해, 하이브리드 광파 전자레인지 운운하는 것은 여러 모로 자연스럽지 않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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