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칼럼

[전문가칼럼] 아프리카어는 ‘우가우가’로 떠올리는 당신에게

황수진 아프리카 언어 커뮤니티 KARIBU 대표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황수진 아프리카 언어 커뮤니티 KARIBU 대표] 나는 아프리카어를 공부하고 그것을 타인과 나누는 일을 한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며 아프리카에 공부할만한 언어가 있다는 것에 한번,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것에 또 한번 놀라곤 한다. 그리고는 이내 질문이 쏟아진다. “어디서 공부하셨어요?” “어쩌다가 그런 전공을 선택하셨나요?” “인사말은 어떻게 하나요?”

 

국내에 소재한 대학에서 전공을 하고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탄자니아라는 나라에서 배움을 넓혔다. 전공을 선택하게 된 데에 유년시절부터 아프리카를 꿈꾸는 등의 낭만적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경영학도로 진학하면 셀 수없이 많은 경쟁자들이 있지만, 아프리카어를 열심히 공부해보면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전문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아프리카. 왠지 모를 신비함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그 곳은 실로 56개 국가들로 이루어진 아시아 다음의 거대한 대륙이다.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각각의 역사와 문화를 영위하며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하나의 나라로 치부하곤 한다. 이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과 인도네시아까지 아시아이기 때문에 모두 같은 것이라 여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 어족語族과 대표언어 (출처 wikiepedia) ⒞시사타임즈

다양한 민족들과 문화만큼 아프리카에는 수많은 언어들이 존재하고 있다.

 

언어는 ‘말’로 표현하는 언어와 ‘문자’로 표현하는 언어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의 아프리카 언어는 말이 우선이다. 문자로 기록된 바가 없어 사어(死語)가 된 언어도 수두룩하다. 학자마다 아프리카 언어의 문자보유여부, 화자수에 따라 의견 차이가 있지만 보통 아프리카에는 2,100개에서 3,000개의 언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연이 모든 언어를 학교에서 공부하진 않는다. 이 중에서는 링구아프랑카 (Lingua Franca, 교통어라고도 하며 언어와 언어를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하는 언어를 뜻한다) 로 사용되는 언어들을 주로 배운다.

 

나는 아프리카 동부의 스와힐리어를 전공했다. 동아프리카는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이 대표적인 나라이며, 우리에게는 광활한 대초원이 펼쳐진 동물의 왕국으로 유명하여 이를 찾는 여행객들이 많다. 또한 평균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1억3천만 동아프리카공동체(EAC) 소비시장은 국내기업들의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아프리카 여행은 다른 지역에 비교하여 비행기 값이 비싸고 여행정보가 적어 오랜기간 준비해 떠나는 이들이 많다. 온라인을 통해 여행정보를 공유하던 이들은 현지 언어를 미리 공부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프리카어를 배우기에는 자료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KARIBU라는 단체를 만들어 체계적인 아프리카 언어 교육을 선두하고 있다. 현재 스와힐리어,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릭어, 서아프리카의 에웨어를 교육하고 있으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어 통번역과 유학연수 컨설팅도 함께하며 황무지 같은 아프리카 언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KARIBU 스터디 모습 ⒞시사타임즈

 

암하릭어 원어민 선생님 Tadesse Anberbir ⒞시사타임즈

 

 주로 KARIBU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기업에서 파견근무예정인 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아프리카 언어와 문화에 대해 교육하여 현지에서 보다 많은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간혹 아프리카에서 영어와 불어가 통하기 때문에 현지 언어 습득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 역시 유치원부터 영어교육을 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기본회화는 구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로만 여행하는 한국과 한국어를 배워서 여행하는 한국이 같을까? 더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느 쪽일까?

 

단기간에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회화 정도를 익혀서 다니는 여행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교할 수 없이 유익하다. 언어를 알면 문화가 보이고 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작년 4월, 탄자니아에서 오신 장관 두 분과 고위공무원 일행을 의전했다. 장관 수행을 하기에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었지만, 스와힐리 언어와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당히 선발되었다. 국내기업들과 미팅들을 수행하면서 영어를 최소화하고 스와힐리어를 사용했다. 아무래도 다른 수행원보다는 나를 편히 여기시고 여기저기서 찾으셨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한국을 떠나시던 날, 수자원 장관님께서는 내게 “전세계 100여곳을 다녀봤지만, 당신이 최고의 수행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순간 눈물이 벅차올라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요즘도 가끔 연락하여 한국방문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씀하신다. 한국에 오는 탄자니아 공무원에게 나의 연락처을 주며 수행을 부탁하시는 경우도 많다.

 

부족한 내가 이토록 인정받고 그들로 하여금 한국 방문을 최고로 느끼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많은 요소들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원어민 선생님과 아프리카 문화를 체험하는 모습 ⒞시사타임즈

에티오피아 현지 학생들과 함께 ⒞시사타임즈

 

KARIBU는 스와힐리어로 ‘환영한다’는 뜻과 형용사로 ‘가까운’이라는 두 개 뜻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구든 우리와 공부하는 것을 환영하며, 머나먼 곳으로 느끼는 아프리카를 가까이 생생하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에는 정부에서 제 3국가에 원조를 할 때에도 현지조사를 철저히 하고 파악하여 지원한다. 경제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단순히 보조금을 던져주고 끝내는 일은 지난 지 오래다. 상대 입장에서도 그런 보조금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직원 파견을 할 때 현지 언어와 문화, 생활환경에 대해 확실히 교육하여 보내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와 기업에서도 이렇게 준비하건만, 당신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혈혈단신 비행기 타고 날아가 둘러보는 데에서 그치려고 하는가? 아프리카에서 사파리를 하며 동물구경 외에는 할 일이 그다지 없을 것만 같은가? 아프리카 말은 아직도 우가우가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가?

 

아프리카에 대한 대한민국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개인의 여행이든, 기업의 투자이든 아프리카에 한 발 내딛으려고 한다면, 아프리카 언어 커뮤니티 KARIBU에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해보시길 추천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당신이 배운 현지언어 인사 한마디가 당신의 낯선 여행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도 있다. KARIBU!

 

 

저자 프로필

황수진 (아프리카 언어 커뮤니티 KARIBU 대표)

 

경 력

現 아프리카 언어 커뮤니티 KARIBU 대표

現 법무부 난민전문통역관

방송국 아프리카 관련 프로그램 번역 다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어과 졸업

 

홈페이지 : www.karibu.co.kr

페이스북 : www.facebook.com/KARIBU

연 락 처 : 031)701-0215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