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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전문가칼럼] 아프리카에 카메라를 들고 (1)

권은정 필름 아프리카 대표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권은정 필름 아프리카 대표] 어린 시절의 나는 쥘 베른의 소설을 탐닉하고, 아문센의 전기를 읽으며 심장이 쿵쾅거리곤 했던 아이였다. 무인도를 개척하고, 발견하지 못한 세상에 처음 발을 딛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고, 내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나는 그렇게 아문센이나 콜럼버스처럼 위대한 탐험가로 위인전에 실리는 내 모습을 종종 상상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한 장의 사막 사진에 넋을 잃은 후로부터 사막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끝없는 사막을 나 혼자 건너는 상상을 하며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곤 했다. 그런 사막에 대한 열정은 점차 아프리카로 향하기 시작했고, 신기하게도 아프리카를 처음 내 마음에 들여놓은 그 순간부터, 내가 아프리카에서 살아갈 것이고, 그곳에 인생의 모든 열정을 바칠 것이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얼핏 보기에 풋내 나던 고등학생의 열정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었다. 26살의 지금까지 세계 26개국, 아프리카의 14개국을 여행하고 체류하였으며, 다니기 특히 험난한 서아프리카 지역도 종단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아프리카의 다양한 실재 모습들과 숨은 이야기들을 신선한 기획으로 담아 전문적인 영상으로 공급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다큐멘터리를 공부하였으며, 관련업계에서 경력을 쌓았고, 그 뜻을 품고 대한민국 최초의 아프리카 전문 영상 공급/제작사를 창업했다.

 

아프리카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만 스무살을 조금 넘겼던 2008년 4월 이었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친 후 휴학을 하고, 떠나는 그날을 하루하루 꼽으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이 그저 꿈꾸는 듯이 넓은 세상과 아프리카 이야기를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진짜 아프리카에 가겠다니 부모님은 처음엔 당연히 반대하셨다. 그러나 내 계속되는 설득에 부모님은, 자식의 행복을 위해 본인들의 불안함을 감수하기로 하셨다. 지금까지도 가장 큰 응원군인 부모님. 내가 이렇게 첫 여정을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는 내 첫 다큐멘터리 ‘튀어야 산다18분, 2011)’의 배경이 되었다.

 

그렇게 떠난 첫 아프리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었다. 2008년 4월 15일 저녁 8시 무렵 나는 왼발로 첫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후텁지근한 밤이었다. 입국장으로 카트를 밀고 들어가는데 입국하는 사람들을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 껴안으며 반가워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아프리카 낯선 땅, 그리고 아프리카 사람들. 나는 혼자였으나 그들의 상봉이 부럽지만은 않았다. 그저 왠지 너무 친근한 그들의 모습에 같이 가서 껴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 태어나 가장 잘한 발걸음. 비로소 시작되는 내 인생에 심장이 자부심으로 꽉차 터질 것만 같았다.

 

첫 여정은 남부 아프리카 일대,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를 거쳐 북부의 이집트와 중동지역까지 이어졌다. 아프리카의 남부 지역은 여행자들이 비교적 많이 찾는 곳이다. 광활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고, 주로 자연관련 TV 다큐멘터리의 배경이 되는 지역들이 많으며, 여행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럼에도 이집트에 올라가기 전까지 흔히 블랙 아프리카라고 불리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한국인은 한명도 볼 수 없었고, 동양인도 중국인 몇 명 밖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온 서양 여행객들에겐 아프리카가 그리 멀지 않은 여행지인 것 같았다. 나이 어린 학생들부터, 젊은이들, 노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있었다. 각자 카메라를 들고, 혹은 돌아가 가이드북을 내겠다며 커다란 노트를 들고, 그리고 누군가는 동물을 보겠다며 망원경을, 또 누군가는 캠코더를 들고.

 

2010년에는 서아프리카를 종단했다. 내가 다큐멘터리로, 영상 컨텐츠로 아프리카를 전달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된 여정이기도 하다. 서아프리카는 흔히 생각하는, 미디어에서 전달되는 이미지의 아프리카와는 조금 다르다. 넓은 초원이나 동물을 보기도 힘들고, 맑은 공기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인구밀도가 높고, 시내는 복잡하며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물가는 그리 싸지 않고, 경제는 바쁘게 돌아가며 빈부격차가 크다. 젊은이들은 성공하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기도 하지만, 또한 길거리에는 일자리 없는 청년들이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쉬고 있기도 하다.

 

 

나는 그 서아프리카 여정중, 부르키나파소의 한 숙소 침대에서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것처럼, 아프리카의 그대로를 영상에 담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쉽게 앵글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들을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기아와 가난, 울고 있는 비쩍 마른 아이의 모습이 다가 아니듯, 또한 아프리카의 모든 곳이 동물의 왕국이거나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그 곳은 환상의 세계도 미지의 세계도 아니며, 도와주어야 할 대상만으로 가득찬 땅도 아니라는 것. 내전으로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있으나 좋은 집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부자들도 있다는 것. 이 곳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이며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들이 있고, 다른 대륙보다 조금 늦고 더딜지는 모르나 그만한 젊음으로 역동적으로 시작하는 곳이라는 것.

 

그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우리는 미래에 아프리카라는 많은 것을 가진 친구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아프리카의 진실된 영상과 잘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국내에 효과적으로 공급할 전문가가 필요하며 내가 그 길을 개척하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자 프로필

권은정 (필름 아프리카 대표)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언론정보학과)

 

경   력

 

아프리카 프로젝트

2008. 남부 아프리카 4개국, 북부 아프리카 - 중동 3개국 여행

2010. 서부 아프리카 7개국 종단 및 25개국 여행, 체류

2011. 아프리카 컨텐츠 센터 인턴쉽 수료

2012. 아프리카 컨텐츠 센터 창업 교육 수료

 

영상 부문

미디액트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과정 16기 수료(2011.05~11)

수 료 작 : 튀어야 산다(HD, 20분,2011)

기타작품 : Me & There (HD, 6분, 2011), 그의 직업은 탐험가(HD, 12분, 2011)

              2011. 이주민 영화제 작품 상영

              2011. 이주민 방송 MNTV 조연출

              2011. 세계 테마 기행 제작사 조연출

 

미디어

2011.09. 분당 fm 권혁주의 문화산책

2012.02. 잡지 아웃도어. 모리타니 여행기

 

E-mail : filmafirca@naver.com

홈페이지 : www.thefilmafrica.com

필름 아프리카 페이스북 그룹 : http://www.facebook.com/groups/420807304605449/

연 락 처 : 070-7556-7871

저 서 : 카페북 - 서아프리카 여행기 http://cafe.naver.com/gotoafrica/book1117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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