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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26)]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책을 읽읍시다 (1026)]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제프 다이어 저 | 김현우 역 | 웅진지식하우스 | 392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사랑에 취한 청춘들의 절묘하게 리얼하고 섹시한 연애소설『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제프 다이어의 유일한 연애소설인 이 책은 삶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는 20대 청춘 앞에 놓인 사랑을 그린다. 꿈에 취하고, 만남에 취하고, 연애에 취하고, 하루하루의 유희에 취하고 뒤는 돌아보지 않는 시간들.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시간들. 그리고 사랑이 완성시켜주는 삶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의 끝에 숨겨진 어둠의 편린들이 살아 숨쉬는 이 소설은 제프 다이어 특유의 일상에 대한 절묘한 묘사와 섬세한 감정선이 빛을 발한다.

 

책을 쓰기 위해 런던에서 파리로 이주한 스물일곱 루크는 각국에서 파리의 삶을 좇아 온 이들이 모인 한 창고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베오그라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매력적인 여인, 니콜과 데이트를 하고 첫날 사랑을 나누며 급속도로 그녀에게 빠져든다. 니콜과 나누는 작은 대화 하나부터 사소한 취미까지 모두 자신과 딱 맞다고 여긴 루크는 그녀와의 완벽하고도 영원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사랑을 꿈꾸게 된다.

 

한편 창고에서 함께 일하는 알렉스도 새 여자친구 샤라와 연애를 시작하고, 루크와 니콜, 알렉스와 샤라 4명이 함께 모이는 시간도 점점 많아진다. 그러나 샤라를 사랑하면서도, 만날 때마다 생기가 넘치는 니콜에게도 눈이 머무는 알렉스. 그런 알렉스를 놓치지 않는 루크. 각자 완벽한 상대를 만났다고,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고 믿었던 이들의 나날에는 언제인가부터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원제는 ‘Paris Trance’로 여기서 ‘trance’는 내가 없는, ‘무아의 경지’에 이른 황홀함을 뜻한다. 1인칭과 3인칭이 교차하는 서술과 짤막한 단어들이 수없이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이 ‘무아’는 더욱 빛을 발한다. 제프 다이어 본인이 취한 듯 써내려간 문장들은 눈앞에 놓인 사랑, 그 어떤 대상, 그 대상이 주는 미칠 듯한 행복에 빠져들어 갇혀버린 순간을 유려하게 그려낸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 황홀경이 언젠가 사라져 공허함만이 남을 것임을 ‘알고’ 사랑을 시작하지만, 가장 빛나는 시기에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그런 앞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완벽한 사랑, 완벽한 애인이 주는 궁극의 행복이 손안에 있으니 오직 지금,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주인공들과 함께 우리를 곳곳으로 안내하며 마치 지금 파리에서 연애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파리의 유명 관광지를 들르는 ‘29번 버스’에 몸을 실은 루크와 니콜을 따라 마음 내키는 곳에 내리거나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내고, 노천카페에 마주 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밤이면 파티와 술에 녹아드는 일상. 그 평범한 하루하루가 주는 행복에 푹 빠져들다 보면 각자가 지니고 있던 아름다운 시간에 대한 추억, 혹은 앞으로 다가올 행복에 대한 기대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작가 제프 다이어 소개

 

“영국문학의 르네상스인” “국가적인 보물” 등으로 평가받는 영국 최고의 작가. 소설, 에세이, 르포르타주 등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그의 독창적인 글쓰기는 세계의 많은 독자들은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 알랭 드 보통 등 동시대 작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58년 영국 챌튼엄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코퍼스크리스티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92년 서머싯 몸 상, 존 르웰린 라이스 기념 상을 수상했다. 2005년 영국왕립문학협회 회원으로 뽑힌 이후 2006년 E. M. 포스터 상, 2011년에 전미도서비평가 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GQ」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뽑히기도 했다.

 

2009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소설 『베니스의 제프, 바라나시에서 죽다』 와 제프 다이어 소설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꼽히는『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등 총 네 권의 소설과 사진 에세이 『지속의 순간들』 과 『사진의 이해』,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역한 재즈 에세이 『그러나 아름다운』, 여행 에세이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를 비롯한 다양한 논픽션 작품을 출간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베니스 비치에서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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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