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35)]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책을 읽읍시다 (1035)]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금태현 저 | 창비 | 276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필리핀과 일본을 배경으로 갓 스무살이 된 코피노 주인공이 사랑과 가족을 발견하는 이야기『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이 소설은 경계 위에서의 삶을 이례 없이 담백하게 다루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랑과 가족애를 우리 앞에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인 '코피노'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코피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소재에 따른 통상적인 기대치를 가뿐히 지나친다.

 

주인공 ‘하퍼’의 한국인 아버지는 도망친 것이 아니라 필리핀에서 어머니와 삼겹살 가게를 하다가 병으로 죽었고, 어머니는 일본에서 재혼하여 후꾸오까에 살고 있다. 하퍼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난에 노출되어 생계를 위해 망고스퀘어에서 마약 배달, 소매치기, 불법 영상 업로드 등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한다. 하지만 이는 코피노이기 때문에 하퍼에게 일어난 일은 아니다. 하퍼가 직면하고 있는 삶은 코피노라는 단어에 가둬두기에는 훨씬 더 복잡하고 치열하며 파란만장한 스무살 청년의 홀로서기의 과정은 현실감 있게 드러난다. 돈을 많이 벌고 ‘미인대회에서 우승할 만한 여자’와 만나고 싶어하는 평범한 세부의 스무살 하퍼는 우연히 ‘베렌’을 만나게 된다.

 

하퍼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단절되어’ 친구들과 함께 살다가 스무살을 맞아 혼자 독립한다. 소매치기를 하면서도 고급 참치의 맛을 아는 하퍼에게는 부모와의 단절이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가명으로 원룸 계약서를 작성하고, 불법 영상 업로드로 번 돈으로 월세를 지불하는 모습은 비극적인 감상에 젖은 것이 아니라 무심한 듯한 균형마저 보인다.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의 미덕은 후반부에서 하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가족’을 가능케 하는 힘이다.

 

일본의 시골집을 배경으로 하퍼의 어머니 그리고 그녀가 재혼한 일본인 남편을 만나러 간 하퍼와 베렌은 이제껏 망고스퀘어에서 홀로 서 있던 ‘단독자’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변모한다. 베렌은 하퍼의 어머니와 세부의 추억을 공유하고 하퍼는 일본인 새아버지와 매일 대나무숲을 산책하며 새아버지를 받아들인다. 한편 어머니로부터 처음으로 한국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하퍼에게 친아버지는 이전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하퍼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 종국에는 베렌의 가족까지 포함하게 된다.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의 인물들 특유의 상큼하고 담백한 모습과 삶의 방식 덕분에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사람, 죽은 사람까지 모두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작가 금태현 소개

 

1963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2016년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에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