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1042)] 소주 클럽
팀 피츠 저 | 정미현 역 | 루페 | 320쪽 | 13,800원
주인공 원호는 부산에 살면서 외국인 독자를 상대로 글을 쓰서 외국에서 책을 내는 작가이다. 어느 날 황혼이혼을 하겠다며 소동을 벌이는 늙은 부모 때문에 고향 거제도로 불려온다. 은퇴한 어부인 아버지는 난봉꾼에 술꾼, 평생 부재중이었던 가장이다. 어머니는 집착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요리로 사람들을 걷어먹여야 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불륜 때문에 가출 상태인 아버지의 끼니도 걱정한다. 형은 다리 부상으로 미래가 꺾여버린 왕년의 축구선수, 여동생은 미국에서 흘러온 백인 영어 강사와 결혼한 '성형 미인'이다.
제목으로 사용된 '소주 클럽'은 줄기차게 소주를 마셔대는 아버지와 그의 주당 친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버지는 그들과 마지막으로 한번 독도 근해에서 고기잡이를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거기에 아들 원호를 대동하고 싶어한다. 계속 거부하다가 상황에 떠밀려 그 배에 동승하게 된 원호는 그들에게 감춰진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들은 그들만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촘촘이 배치된 인상적인 에피소드들, 흡인력 있는 입담으로 펼치는 이야기 속에 사연 많은 한 가족의 역사, 주인공 원호 개인의 내면세계가 점점 드러나며 큰 그림이 만들어진다.
전편에 걸쳐 진로 소주와 오비 맥주, 어머니가 만든 막걸리, 한국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작품의 특징이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먹고 마신다. 역자는 이 책을 옮기는 동안 계속 식욕을 자극받았다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 "다행히 냉장고에 뭐라도 있길 빈다"는 후기를 적었다. 이 작품에서 술과 음식은 소품이 아니라 주요한 상징이자 스토리 전개의 중대한 지렛대로 작용한다. 아버지는 소주를 마시고, 아들은 어머니가 만든 막걸리를 마신다.
원호의 입을 빌려 수제 막걸리가 "속 쓰림을 다스리는 명약"이라고 찬미하며 제조법까지 서술해넣은 작가 팀 피츠는 실제로 직접 막걸리를 빚어 먹는 막걸리 마니아다. 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0년경 한국에서 5년간 살았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미국에서 한때 동료 교사로 일했던 한국 여성을 다시 만나 결혼을 결심한 것도 그때였다. 부부는 지금 미국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다.
작품 속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원호는 팀 피츠의 한국인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원호의 독백을 통해 간간이 들려주는 창작의 과정, 문학과 작가들에 대한 언급 등은 작가 자신의 문학론으로 읽힌다. 원호는 조지 오웰, 헤밍웨이, 플래너리 오코너, 레이먼드 카버 등을 자신의 문학적 영웅으로 사숙했다. "오웰은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의 냄새를 맡았다. 악취를 풍기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더없이 간명한 방식으로 그것을 기록했다. 카버는 악취를 풍기는 인간이 '누구'인지를 찾고 있었다. 오코너는 그런 대상이 악취를 '왜' 풍기는지 그 이유를 탐구했다. 그리고 헤밍웨이는 독자를 부추겨 판돈을 올리게 했고 독자가 직접 세상을 향해 글을 쓰도록 마음에 불을 질렀다."
작가 팀 피츠 소개
문예지 ‘그랜타’ ‘게티스버그 리뷰’ 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커티스 음악대학 인문학부, 템플 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문예 창작을 강의하며 문예지 ‘페인티드 브라이드 쿼털리’에 편집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광견병 아님』이라는 작품으로 푸시카트 프라이즈의 주목할 만한 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단편집 『저체온증』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소주 클럽』은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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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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