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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65)] 감정 교육

[책을 읽읍시다 (1065)] 감정 교육

귀스타브 플로베르 저 | 이주영 역 | 책읽는수요일 | 832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감정 교육』은 19세기 격변기의 파리를 배경으로 한 청년의 사랑과 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발표 당시, 에밀 졸라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은 이 작품에 열렬한 찬사를 보냈지만 당대의 비평가들은 낭만주의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플로베르가 사망한 이후, 작품에 담긴 문학적 가치가 재조명돼 플로베르는 사실주의의 선구자이자 모더니즘 문학과 누보로망의 선구자로서 현대 문학을 태동하게 한 작가로 인정받게 됐다

 

법학도 청년 프레데릭 모로는 아름답고 정숙한 아르누 부인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급변하는 사회에 열정적으로 투신하지도 못한 채 주변을 배회하기만 한다. 플로베르는 당대의 정치적 사건들을, 프레데릭을 비롯한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과 연결시킴으로써 자기 시대의 도덕적 역사, 감정적 역사를 그려냈다.

 

『감정 교육』의 주인공 프레데릭은 플로베르가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창조한 인물로 낭만주의 사상에 취한 세대를 대표한다. 실제로 플로베르는 열다섯 살 때인 1836년, 젊고 아름다운 엘리자 슐레징어 부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열렬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로맨스도 만들지 못한 채 사랑은 끝이 나고, 이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플로베르는 프레데릭과 아르누 부인이라는 인물을 창조해냈다.

 

노장 출신 청년 프레데릭 모로는 법과 대학에 합격하여 출세의 꿈을 품은 채 파리에 정착하기로 마음먹는다. 파리로 향하기 전 잠시 고향에 다니러 가는 길에 그는 한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는 아르누라는 미술상의 아내였고 프레데릭은 파리에 있는 아르누의 가게를 드나들며 아르누 부인에 대한 사랑을 키워간다. 아르누의 가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고 아르누는 여러 애인을 만나며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지만 아르누 부인은 매우 정숙한 여자였고 프레데릭은 그런 그녀를 더욱 숭배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그녀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프레데릭은 답답한 심정을 친구 데로리에에게 털어놓지만 데로리에는 그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프레데릭은 아르누 부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화가가 되려는 결심을 하기도 하고, 희곡을 쓰려는 생각도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끈기 있게 이루지 못한다. 학교생활은 따분했고, 마음 맞는 친구도 없었으며, 법률 시험도 통과하지 못한다. 방학을 맞아 고향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오자, 이웃인 로크 영감은 딸 루이즈와 프레데릭을 맺어주려는 속셈으로 프레데릭에게 호의를 보인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을 유산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프레데릭은 로크 영감의 재산을 보고 루이즈와 결혼할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루이즈는 마냥 철부지 어린애 같기만 하다. 그러던 중 프레데릭은 큰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아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다. 그는 아르누 부인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품고, 희망으로 가득한 화려한 생활을 꿈꾸며 파리로 떠난다. 아르누 부인에 대한 사랑은 희미해지다가도 다시 강해지면서 프레데릭을 혼란스럽게 하고, 새로운 관계들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프레데릭은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플로베르는 프레데릭을 비롯해 그와 관계 맺는 등장인물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당시 사회를 구성하고 있었던 다양한 인물상을 보여준다. 권력을 꿈꾸는 기회주의자 친구 데로리에, 부르주아인 자크 아르누, 부유한 사업가 당브뢰즈와 그의 아내, 돈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 창녀 로자네트, 페미니스트 바트나 양 등 수십 명의 인물들은 다양한 계층의 욕망과 갈등을 보여주며 모자이크처럼 당시 사회상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해낸다. 또한 1848년 혁명이나 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 등 프레데릭이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파리에서 겪는 다양한 역사 및 정치 소용돌이를 아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절제된 문체로 자세히 묘사하여, 사실주의 대가로서 플로베르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르누 부인과의 진정한 사랑, 로자네트와의 육체적인 사랑, 당브뢰즈 부인과의 속물적인 사랑,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루이즈와의 순수한 사랑으로 대표되는 네 종류의 사랑과,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당시 파리 사회의 역사적 소용돌이는 프레데릭의 감정과 인생 교육을 담당하면서 그를 한 남자로 성장시킨다.

 

 

작가 구스타브 플로베르 소개

 

1821년 프랑스 북부 도시 루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외과 의사였고, 내과 의사의 딸인 어머니는 플로베르의 삶과 작품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어린 플로베르는 병원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는데 이때의 경험으로 염세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그가 가장 사랑하는 책이었고,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그의 정신을 뒷받침하는 양식이 되었다. 염세주의와 해학 정신은 자동차의 두 바퀴처럼 두 축을 이루며 끝까지 플로베르의 사고 밑바탕에 존재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플로베르는 당시의 우울한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고 ‘광기와 자살 사이에서 방황하는’소년이 되어 많은 습작을 한다.

 

바이런의 조숙한 독자이자 셰익스피어의 광적인 팬이었던 십 대의 플로베르는 여행 중에 젊고 생기 있는 연상의 여인 엘리자 슐레징거를 만나게 된다.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완벽한 여인으로서 슐레징거는 평생 그의 마음속에 있었고, 그녀에 대한 오랜 사랑은 그의 삶과 작품을 결정짓는 중요한 모티프가 되었다. 열여덟 삶에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떠났으나, 신경질환으로 인해 삼 년 뒤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 마을로 돌아와 홀로 된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글쓰기에 전념했다.

 

초기 작, 특히 『성 앙투안의 유혹』에서 그는 대담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쳤으나, 이후에는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예술적인 객관성을 획득하고 산문 스타일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낭만주의적인 풍성함을 혹독하게 훈련하였다. 이렇게 예술적 완전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그에게 커다란 고역임은 물론 생전에 제한된 성공만을 가져왔다. 1857년에 『마담 보바리』를 출간하고 나서는 대중적인 도덕률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기소되었고, 이국적인 소설 『살람보』(1862)는 고고학적인 세부 사항의 외형적 묘사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자기 세대의 도덕적인 역사를 다루려는 『감정 교육』 (1869)은 비평가들의 오해를 샀으며, 정치적 희곡 『후보자』(1874)는 참담한 실패를 겪어야 했다. 『세 개의 우화』(1877)만이 완전한 성공을 이루었는데, 그것은 플로베르의 기분, 건강, 재정이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였다. 1880년 사후에 그의 미완결 유작 『부바르와 페퀴셰』와 『서한집』이 출간되는 것을 기화로 그에 대한 평가가 서서히 힘을 얻고 명성 또한 높아지게 되었다. 내용과 형식이 분리되지 않는 생명체처럼 완결된 작품을 꿈꾸던 작가는 1880년 5월 미완의 작품 『부바르와 페퀴세』의 원고를 책상에 남긴 채 뇌일혈로 사망했다.

 

소설에서 사실주의 사조를 처음 실현한 선구자로 평가되는 플로베르. 그는 오로지 문체의 힘으로 글을 버티게 한다는 '문체 중심주의'를 통해 프랑스 산문정신의 정수를 실현했으며, 소설에서 작가의 비개입, 몰개성을 주장한 것 역시 후대 소설가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또한 그는 관습적인 도덕과 사회적인 사실성의 차원을 넘어 진리에 도달하고 미를 창조하려 했던 ‘모더니티’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그는 사실주의와 낭만주의, 자연주의와 구조주의에 이르는 현대의 예술 사조를 이끌어내는 씨앗으로서 조르주 상드, 에밀 졸라, 기 드 모파상 등 동시대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19세기 위대한 프랑스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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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