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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89)]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책을 읽읍시다 (1089)]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저 | 정회성 역 | 풀빛 | 300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그리스 태생의 작가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의 대표작으로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선정된 수학 소설『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최고의 수학 난제 ‘골드바흐의 추측’이 흥미진진한 소설로 풀어냈다. 화자인 ‘나’의 삼촌 페트로스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수학의 신동이자 천재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어려운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서 교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고등학교 때는 대수와 기하, 삼각법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줄줄이 꿰차 주위 사람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당연히 그의 장래는 화려하게 빛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페트로스는 두 동생에게서 ‘실패한 인생’, ‘절대로 본받아서는 안 될 인생의 표본’으로 낙인찍힌다. 특히 ‘나’의 아버지는 수학의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기 위해 소중한 젊음과 천부적인 재능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죄를 범했다며 형인 페트로스를 맹렬히 비난하는데….

 

자신의 인생을 걸 만큼 열정을 쏟아부을 대상을 선택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아파하고 좌절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그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깨닫게 해 준다. 그것이 수학이라는 학문의 진정성, 순수성과 맞아떨어졌기에 수학은 어쩌면 독자의 인생에 말 거는 다리 같은 것일지 모른다.

 

수학 소설이라는 일종의 과학적 지식과의 접점, 소설이라는 말에서 기대하고 싶은 재미와 감동, 이 모든 선입견을 뛰어넘어 이 책은 상처와 좌절로 점철된 지금의 우리에게 오아시스 같은 정신적 청량감을 제공한다. 그것은 소재와 주제를 단 한 올의 엉킴도 없이 유연하게 짜내고 풀어낸 작가의 뛰어난 문학적 자질과 정신적 깊이에서 연유한다. 그것을 온전히 자기 몫으로 가져가려 한다면 ‘미국 수학협회’가 제안한 대로 “책을 사서 읽고 즐기는” 일만 남을 뿐.

 

이 소설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정수론 문제를 증명하는 데 일생을 바친 무명의(가상의) 수학자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 이야기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으로, 언뜻 보면 간단한 명제 같다. 소수는 2, 3, 5, 7, 11, 13, 17…… 같은 약수가 두 개밖에 없는 자연수를 말한다. 그리고 2보다 큰 짝수는 4=2+2, 8=3+5, 18=5+13, 30=13+17……처럼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보면 아주 쉬운 것 같다. 하지만 1만 정도만 해도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1억쯤 되면 어떻게 될까? 수학의 세계에서는 1억에서 9천9백9십9만9천9백9십9개가 맞고 단 한 개가 틀려도 그 명제는 거짓이 된다.

 

기실 골드바흐의 추측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리만의 가설’, ‘푸앵카레의 추측’ 등과 함께 수학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꼽혀 왔다. 그런데 이중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지난 1995년 프린스턴 대학의 앤드루 와일스 교수에 의해 증명되었다. 푸앵카레의 추측도 2002년에 러시아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이 증명해 2006년에 참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문제가 제기된 지 260여 년이 지난 골드바흐의 추측과 145년이 지난 리만의 가설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도 증명하지 못한 채 남아 있기에 흥미로운 주제 ‘골드바흐의 추측’을 중심에 놓고,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들과 얽히고설킨 수학적 교류를 하는 가상의 인물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 책은 치밀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만으로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는다. 수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수학자가 되려는 꿈을 가진 청소년이라면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을 읽으며 심오한 수학의 세계를 경험할 것이며, 수학의 진정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또한 ‘수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고개를 흔들던 사람에게도 수학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 책이 지닌 매력은 한 수학자가 사랑과 가족마저 뒤로한 채 온 삶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수학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집념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보라’고 소리 없이 외치는 데 있지 않을까.

 

 

작가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소개

 

1953년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스배인에서 태어나 그리스의 아덴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열다섯의 나이에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 수학과에 입학했고, 그 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고등학문연구원(Ecole Pratique des Hautes Etudes)에서 응용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에세이와 소설을 집필하면서 연극과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번째 발표한 영화 『테트리엠』은 198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예술 영화에 주는 인터내셔널 센터 상(CICAE)을 받았다. 현재 그리스 아테네에 거주하고 있다.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은 35개 외국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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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