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 2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9-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세기 소설의 혁명”,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이라고...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11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 2권)

마르셀 프루스트 저 | 김희영 역 | 민음사 | 324쪽 | 각권 10,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세기 소설의 혁명’,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이라고 일컬어지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새로 번역돼 출간됐다. 소설은 어느날 '나'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맛보다 옛 기억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 방학을 보냈던 마을 콩브레와 그곳의 사람들의 일화가 '나'의 의식의 흐름을 타고 그려진다. 방대한 분량을 가득 채운 독특한 서술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정밀한 묘사 덕분에 이 책은 소설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았다.

 

이번 번역은 국내 최초의 '프루스트 전공자'인 김희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1987년 프랑스 갈리마르 플레이아드 전집판을 새로 번역해 기존의 오역을 바로잡았다. 또 풍부한 주석을 달아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이번 완역판을 통해 현대 문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읽는 매력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과 추억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

 

‘나’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뒤척이며 오래전에 흘러가 이젠 가물가물해진 시절들을 회상한다. 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추억은 저녁 7시, 가파른 계단 앞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엄마의 키스다. 하지만 이렇게 ‘일부러’ 떠올린 ‘의지적 기억’ 너머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기억, 즉 ‘비의지적 기억’이 나타난다. 피곤해하는 ‘나’에게 어느 날 어머니가 건넨 홍차와 마들렌, 홍차에 살짝 적셔져 입속에서 부서지는 마들렌의 맛에 까맣게 잊고 있던 옛 기억들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다.

 

어린 시절 방학을 보냈던 마을 콩브레, 성당과 종탑, 남편이 죽은 후 집과 방, 침대를 떠나지 않으며 동네 노처녀 이야기를 양분으로 취하며 살아가는 괴팍한 레오니 아주머니, 집 밖으로 갈라지던 두 산책 길, 스완 씨 집 쪽을 산책하다 산사나무 울타리 앞에서 만난 스완 씨의 딸 질베르트, 은둔자인 척하지만 사실은 속물인 르그랑댕, 외롭게 살아가는 동네 음악가 뱅퇴유, 그리고 뱅퇴유가 죽은 후 아버지 사진에 침을 뱉는 딸,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느끼나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무력감, 동경하던 공작 부인의 우아한 모습 등, 이 모든 아련한 기억들이 갑작스러운 환영인 듯 ‘나’ 앞에 펼쳐진다.

 

콩브레를 회상하는 ‘나’에게 떠오르는 또 하나의 기억은 바로 스완 씨. 그리고 그의 파격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스완은 콩브레에서 유일하게 ‘나’의 할아버지를 찾아오는 집안의 친구이자 섬세하고 예술적인 사람이며, 귀족 가문 게르망트 가와 포부르생제르맹 사교계를 드나드는 인물이다. 그런데 스완은 그만 화류계 출신 여인 오데트의 유혹에 넘어가 벼락부자 출신 베르뒤랭의 살롱에 드나들게 된다. 자신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여인이었지만, 오데트에게서 보티첼리 그림 속 여인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져 버린 스완이 질투와 욕망에 사로잡히면서 기나긴 고뇌가 시작된다.

 

 

유년, 사랑, 정념, 예술, 그리고 죽음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담론이다. 어린 ‘나’는 스완의 딸 질베르트를 짝사랑하고, 스완은 화류계 출신 여성 오데트를 욕망한다. 어린 소년의 풋사랑, 환상이라는 옷을 입고 아름답게 채색된 첫사랑, 엄마에 대한 소년의 집착, 질투로 얼룩진 욕망, 그리고 금기와 죄의식에 사로잡힌 동성애 등, 이 작품은 온갖 사랑의 형태에 따른 아름다운, 혹은 비극적인 서술로 가득하다.

 

프루스트는 사랑을 ‘그 사람을 소유하려는 고통스럽고도 미친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곧 그에 대한 완전한 소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타자를 완전히 소유한다는 것은 이 세계의 법칙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은 주체를 광기와 혼미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며 그리하여 사랑의 대상은 쾌락의 대상이 아닌 탐색과 고통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주체를 사로잡는 이 강렬한 질투의 감정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감정은 진실에 대한 열정을 되찾게 해 주며 비록 그 열정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관계되는 부분적인 왜곡된 것이라 할지라도 마비된 우리 영혼을 일깨워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삶의 진실에 보다 근접하게 해 준다. 프루스트의 소설은 이처럼 사랑 또는 정념에 내재하는 고통에 의해 주체가 그 불가능의 지평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한 소년의 유년기를 거쳐 사랑을 알게 되고, 예술을 향유하며 한 시대를 살아 나가는, 그럼으로써 인간 내면과 삶의 총체적 모습을 담고 있는 기념비적인 대하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소개

 

파리 근처 오퇴유 출생으로 20세기 전반의 소설 중 질·양에 있어서 모두 최고의 것으로 일컬어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1928)의 작자이다. 아버지 아드리언 프루스트 박사는 보스 지방 출신인 위생학의 대가로 파리대학교 교수였으며, 어머니 잔은 알자스 출신의 유대계 부르주아지 집안 출신이었다.

 

섬세한 신경과 풍부한 교양을 갖추어 모자간의 마음의 교류는 프루스트의 정신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외가 쪽으로 친척이 된다. 프루스트는 아홉 살 때 심한 천식을 앓았는데, 이것은 그의 생애 동안 여러 신경증 증상으로 복잡하게 발전될 신체적 질환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노르망디에 있는 해변가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곤 했는데, 이곳은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발베크의 모델이 됐다. 프루스트는 건강이 좋지 않아 가족들로부터 특별한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대신 그는 부유한 집안 환경 덕분에 포부르 생제르맹의 귀족과 상류층 전용 술집을 드나들며 사교계의 나태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또한 그는 이따금씩 소품을 쓰거나 영국 미술평론가인 존 러스킨의 작품을 번역했으며, 이야기꾼이자 비전문적 문인으로서 많은 글을 발표했다.

 

헌신적인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프루스트는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글을 쓰며 사교계를 드나드는 생활을 계속했다. 그의 건강상태는 동성애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더욱 악화됐고, 이러한 동성애로 인해 그는 부자들과 세력가들이 드나드는 술집뿐만 아니라 남자 하인의 숙소와 매춘굴까지 드나들었다. 그리하여 1890년대의 프루스트는 나중에 그의 작품에서 표현됐던 것처럼, 사교계의 관심이나 끌려고 속태우는 천박하고 이기적인 속물처럼 보였다. 1905년 어머니의 죽음은 프루스트에게 길고 고통스러운 슬픔을 안겨줬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방탕한 생활이 어머니의 죽음을 야기시킨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도 점차 깨달았다.

 

그의 초기작『장 상퇴유』는 1,000매를 넘는 대작으로 3인칭 수법으로 저술됐는데, 1896∼1900년에 걸친 작품으로 추정된다. 또 『생트 뵈브에 거역해서』는 1908∼1910년경의 습작인데, 모두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집대성될 일관된 노력이 남긴 행적으로 보아야 할 작품들이다.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작품『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1권 『스완네 집 쪽으로』는 1911년경에 대체로 완성을 보았으나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1913년이 돼 가까스로 자비 출판 됐다. 이 책이 출판되고 나서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2권은 시간이 좀 흘러서 출간이 되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도 있고 해서 제2권 『꽃피는 아가씨들의 그늘에』는 1918년에 발간됐다. 이 책으로 이듬해에 공쿠르상을 수상해 프루스트는 비로소 원래 꿈이었던 문학적 영광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그 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코르크로 둘러싼 병실 안에서 죽음의 예감과 대결하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완성을 위한 수도사와 같은 생활이 계속됐다. 일생과 바꿀 대작을 남겼다는 점에서 프루스트는 작가로서의 영광과 비참을 모두 맛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작품 외에 2권의 문집, 10여 권의 서간집과 미발표 원고가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시간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또한 과거가 무의식적 기억의 도움을 받아 예술 속에서 회복되고 보존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탐구한다. 이 소설에서 그가 이룩한 혁신의 중심은 등장 인물들을 고정된 존재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정황과 지각에 의해 점차 드러나고 형성되는 유동적인 존재로 그리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완전한 예술적 전체 속으로 무너뜨리는 인생을 그려내는 프루스트의 강력한 실례는 20세기 문학에서 획기적인 영향력 중 하나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와 더불어 근본적으로 소설의 형식을 바꾸었고, 소설의 여러 가지 기본 원칙들을 변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집요할 만큼 강박적으로 비전을 표현하고 전달함에 있어서 그가 개인적으로 기여한 바는 문인의 현대적인 역할을 규정해 주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