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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65)] 커스터머

[책을 읽읍시다 (1265)] 커스터머
 
이종산 저 | 문학동네 | 352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커스터머』는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체 변형-‘커스텀’이 대중화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수니’는 그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층인 ‘웜스’ 출신의 막 중학교를 졸업한 17세 소녀로 우연한 기회에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커스텀이 활발한 ‘태양시’의 한 고등학교로 수니가 진학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등학교 배치 통지서를 받은 날 수니는 깜짝 놀란다. 새롭게 시작된 ‘통합 교육 정책’으로 인해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커스텀이 활발한 태양시의 한 고등학교에 배정받게 된 것. 하지만 수니는 그 사실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데 ‘비취, 태양, 모래’ 세 구역으로 나뉘어진 이 세계에서 그녀는 척박한 모래 구역에 사는 가장 낮은 계층인 ‘웜스’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혹시 모르모트가 되는 건 아닐까? 살기엔 터무니없이 메마른 곳이지만, 고향을 떠나 잘살 수 있을까? 그곳에서 실패한 채로 되돌아와 평생 아무것도 아닌 채로 인생이 끝나진 않을까? 하지만 수니는 태양시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고 나아가 그곳에서 ‘커스터머’가 되기로 선택한다.


모든 것이 건조한 사막 도시 ‘구설’, 선명하고 화려한 색채의 풍요로운 도시 ‘태양’, 미스터리에 둘러싸인 특권의 도시 ‘비취’. 이렇게 대비되는 세 도시에서 모인 아이들은 성격도 외모도 집안 배경도 모두 제각각이다. 이 혼란한 새 학기의 시작, 수니는 기숙사 룸메이트로 두 가지 성이 공존하는 중성인 ‘안’을 맞이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 비밀스럽고 고요한 ‘안’에게 점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급생 ‘라울’이 학교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수니는 안이 라울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좀처럼 떨치지 못한다. 사랑에 빠져가는 자신과 그 상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자신을 동시에 감당하기 벅찬 상황 속에서, 이제 설상가상으로 수니는 ‘커스터비아(커스텀 혐오자)’들의 사냥감이 되었다는 사실마저 깨닫는다.


『커스터머』는 다양한 독법을 제안한다. 새로운 도시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수니가 중성인 ‘안’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퀴어 로맨스 소설로도, 환상적인 공간에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이 벌어지는 판타지-SF 소설로도, 자기 이상의 존재가 되기를 꿈꾸며 그것을 직접 ‘선택’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새로운 차원의 성장소설로도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하나의 장르로도 통합할 수 없는 분방함, 이종 교배적인 글쓰기는 소설 속 『커스터머』의 세계와 꼭 닮았다.


작가는 물샐틈없이 축조된 그 세계 속에 지금 우리가 당면한 기후 문제, 테크놀로지와 윤리, 소수자 차별, 혐오 범죄, 유리천장, 계급 문제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내 독자에게 건넨다.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우리는 ‘차세대’란 무엇인지, ‘차세대 감각’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요구되는 감각이 무엇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무엇을 기대하며 이 소설을 펼치더라도 원하는 것 이상을 가져갈 것임은 분명하다.

 


작가 이종산 소개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신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코끼리는 안녕,』으로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 외 저서로는 『게으른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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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