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63)] 희망

[책을 읽읍시다 (1363)] 희망
 
앙드레 말로 저 | 김웅권 역 | 문학동네 | 720| 20,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시인, 소설가, 탐험가, 비행사, 예술사가이자 문화 행정가 등 다양한 얼굴로 20세기 동서양의 크고 작은 사건에 참여했던 프랑스의 행동하는 지성앙드레 말로. 그가 파시스트에 대항하여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경험을 토대로 인간에 대한 탐구를 심오하게 녹여낸 소설 희망.

 

희망1936년 스페인 내전 발발 당시 파시스트에 대항해 공화군 비행사로 참전한 앙드레 말로의 기록이다. 말로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현실을 써내려가며 철학적 사색과 통찰을 가미하여 한 편의 소설로 엮어낸, 한 지식인의 관찰기이자 인간 탐구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직접 체험의 기록인 만큼 작품에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생한 내전의 참상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참혹한 전투 과정과 교전중의 배신, 시민들의 이유 없는 죽음과 폭격을 받아 폐허가 된 민가의 풍경까지 내전의 면면은 야만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간의 형제애와 연대를 통해 하나가 되어 공동의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공화군 내에서도 공산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로 나뉘는, 상이한 이데올로기를 지닌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종교적 성찰 역시 말로의 사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독교적 비전에서 이루어지는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는 혁명과 종교를 결합함으로써 인간 영혼의 숭고함을 고양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

 

말로는 현실을 천착한 내용에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더해 독자에게 충분한 소설적 긴장감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희망은 혁명과 기독교가 하나로 융합되도록 창작되었다. 공화국 군대의 창설 과정을 통해 로마교회의 탄생 과정을 창조적으로 재현하고 혁명과 교회의 재탄생을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되도록 구성해 원초적 기독교 정신의 부활변모’, ‘정복을 담아낸다.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상징시학을 활용한 코드와 암시는 등장인물의 행위와 대사에 다층적 의미망을 형성하며 혁명의 현장에서 작가의 종교적·신화적 명상이 펼쳐지는 장을 구축한다. 기독교라는 위대한 유산이 탐구되는 예술적 무대인 셈이다. 독자는 작품을 통해 혁명과 맞닿은 종교의 비전과 역사를 탐구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혁명의 실제적인 전개와는 별도로 시간의 분절과 시제의 변주가 기독교적 시간관에 따라 절묘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소설 속 혁명의 전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에서부터 시작하여 고딕시대의 인간관과 종교개혁 당시 로마가톨릭의 위기, 그로부터 사백여 년이 흐른 20세기에 이르러 다시금 흔들리는 종교관과 인간상까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간혹 분절되고 엉뚱하게 이어지는 인물의 대사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요구하며 독자를 작품으로 끌어당긴다.

 

길고 짧은 쉰아홉 장으로 구성된 희망에는 20여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예술가, 학자, 노동자, 군인, 신문기자, 비행사, 농부였던, 그러나 이제는 반파시즘이라는 기치 아래 모인 인물들은 장면에 따라 주연이 되기도 하고 단역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정치적 기조는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따라서 언쟁이 일어나는가 하면 불미스럽게 떠나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파시즘이라는 거대한 악 앞에서 하나가 된 이들은 목숨을 건 여러 위기를 거치며 점점 단단한 형제애로 묶인다.

 

말로는 잔인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숭고한 감정, ‘형제애라는 이름의 희망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하나로 결합시킨다. 그는 뜨거운 형제애와 공동의 연대를 통해 혼자서는 다다를 수 없는 영역에 다다르기를 열망했던 듯하다.

 

 

작가 앙드레 말로 소개


1901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독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했고, 열아홉 살 때 문학잡지 라 코네상스에 평론을 발표하면서 집필활동을 시작했다. 1928년 첫 소설 정복자를 출간하며 작가적 재능을 인정받는다.

 

이후, 유럽 중심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동서양을 무대로 자신만의 소설세계를 구축해나가며 유교와 노장사상, 탄트라불교를 탐구한 동양 3부작과 그리스신화와 기독교에 대해 명상한 서양 3부작을 완성한다. 말로는 갈리마르사의 예술부장을 지내며 수많은 문학작품의 서문을 쓰고, 화랑을 설립하여 동서 문화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등 프랑스 예술 전방위에 걸쳐 활동했다.


1936년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비행대를 조직?지휘하며 반파시스트 운동에 힘을 쏟았고 1944년에는 나치에 대항하여 레지스탕스 활동을 펼쳤으며, 드골 정부에서 정보상과 문화부장관을 역임했다. 1976년 폐색전증으로 숨을 거두었고, 이십 년 뒤 팡테옹에 안장되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