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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72)] 에셔의 손

[책을 읽읍시다 (1372)] 에셔의 손
 
김백상 저 | 허블 | 408| 13,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국과학문학상이 제1, 2회 중단편 대상을 발표한 데 이어, 첫 번째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에셔의 손을 출간했다.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의 작품 그리는 손에서 모티브를 따온 에셔의 손전뇌(전자두뇌)’가 일상이 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기억 삭제를 매개로 복잡하게 얽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추리 형식으로 담은 미스터리 SF 소설이다.

 

어느 날, 주요 정부 기관과 증권거래소, 방송국, 대형 포털사이트 코스모스 등의 서버실 여섯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폭탄 테러가 일어난다. 국회, 대법원, 행정부의 서버가 폭파돼 입법, 사법, 행정 업무가 정지했고, 증권거래소와 방송국의 서버 폭발로 주식거래와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하지만 사건은 여느 테러와는 다르게 무언가 이상했다. 첫째, 범인들이 각각 테러 목표에 폭발물을 설치한 후 모두 경비실로 향했다는 점, 둘째, 경비실에 들어선 순간 모두가 정신을 잃었다는 점, 셋째,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한 범인들이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랬다. 범인들은 자신들이 폭탄 테러를 자행했다는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들은 1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경찰은 범인들을 검거하고도 사건의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했다. 거짓말탐지기, 전뇌분석, 최면술까지 시도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범인들이 지니고 있던 ‘이것은 개벽. 섭리의 섭리다. 우리는 그의 일곱 사도다’라는 이상한 글이 적힌 전자 메모지와 범인들의 귀 뒤에 새겨진 숫자 문신은 사건을 더욱 깊은 미궁으로 빠져들게 했다.

 

언론 역시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기에만 급급했다. 그 와중에 사건의 본질이 전뇌해킹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누군가 열두 명의 전뇌를 해킹하고 그들을 조종해 테러를 일으켰다는 주장이었다. 그 해커의 이름이 섭리가 아니겠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뇌공학자와 전뇌의들은 전뇌해킹을 부인했다.

 

한편 전뇌 제작사인 E-뉴로테크는 전뇌 해킹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건이 조금 잠잠해졌을 무렵, 머릿속이 깨끗이 지워진 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수는 스물한 명, 거주지는 모두 서울 근교. 누군가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고 있다고 확신한 E-뉴로테크의 사장 이형일은 현우에게 연락하고, ‘현우는 기억을 지우는 자인 을 추적한다. 한편, ‘수연일곱 사도 사건으로 죽은 마리의 죽음에 괴로워하며 사건의 배후인 섭리의 뒤를 쫓는다. ‘미연은 딸 마리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고, 모든 연구를 중단한 채 살아간다. 수연이 진을 만나 기억을 지우기로 합의한 날, 해커 의 도움을 받은 현우가 마침내 진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전뇌(전자두뇌)’가 대중화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일곱 사도 사건이라는 대규모 폭탄 테러 이후 기억이 삭제된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억을 지우는 자 ’, 기억을 뒤쫓는 자 현우’, 기억을 거부하는 자 수연’, 기억에 고통 받는 자 미연’, 기억 자체를 없애려는 자 섭리’. 다섯 개의 시점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거의 모든 인물이 얽히고설킨 정교한 서사 구조를 취하고 있다. 또한, 쫓고 쫓기는 추리적 요소를 통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일곱 사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작가는 각 인물들의 드라마에 소홀하지 않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를 이야기에 꾹꾹 눌러 담아냈다.

 

모든 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작가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물을 출현시키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베일에 싸인 인물을 통해 우리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응원하게 되는 우리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 김백상 소개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글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설가를 꿈꾼 적도 없다. 서강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 거라 예상했다. 오산이었다. 인생은 계산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 맞았다. 서른이 되던 무렵 불현듯, 소설이 쓰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열흘간 자판을 두드려 처음으로 원고지 550매 분량의 소설을 완성했다. 이후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하루에 3분의 1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나르고 나머지 시간에 틈틈이 글을 썼다. 장편소설 에셔의 손으로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여전히 그 충동에 사로잡혀 글을 쓴다. 앞으로 내 안에서 어떤 글이 나올지 나도 모른다. 미리 계산 해봤자다. 어차피 오산일 게 뻔하다. 그래서 그냥,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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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