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20)] 여자 없는 남자들

[책을 읽읍시다 (1420)] 여자 없는 남자들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저 | 이종인 역 | 문예출판사 | 248| 10,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자연주의적·폭력적 주제나 사건을 냉혹한 자세로 표현하는 하드보일드 문학을 상징하는 작가 헤밍웨이의 대표 단편선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감을 받아 동명의 단편집을 낸 것으로도 유명한 이 책은 헤밍웨이 자신이 1927년 단행본으로 엮어 출판한 여자 없는 남자들원본 그대로를 완역한 작품으로 의미가 깊다.

 

단편작가로서도 높이 평가받았던 그는 이 단편집에서 여자에게 초연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맞서 싸우며, 동성애에도 관심을 보이는 여자 없는 남자들을 그린다. 이것은 사실과 허구, 부드러움과 강인함, 죽음과 생명, 여자와 남자, 전쟁과 평화 사이의 갈등을 첨예하게 느끼며 예술적 조화를 모색하던 1920년대 헤밍웨이의 모습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남자들의 이야기만을 엮은 이 독특한 형식의 단편소설을 통해 헤밍웨이가 빚어낸 간결하고도 힘찬 단편문학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의 첫 번째 이야기인 패배를 거부하는 남자는 헤밍웨이 문학의 핵심적 주제의 하나인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매혹을 다룬다. 투우사 마누엘은 투우 경기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투우와의 싸움을 결코 피하지 않는다. 나이 든 이 투우사와 투우와의 대결은 훗날 그의 대표작인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나라에서에서는 전시에 한 남자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적인 상황이 그려지는데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전쟁을 부조리의 산물이라고 말하게 된 헤밍웨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얀 코끼리 같은 산은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아득히 하얀 코끼리(환상)를 바라다보는 여주인공과 남자를, 살인자들은 판돈이 크게 걸린 조작된 권투 시합에서 약속한 패배를 승리로 뒤바꿔 돈을 따간 권투선수 올레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국은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19274월 헤밍웨이와 신문기자인 가이 히칵이 낡은 포드 자동차를 타고서 파시스트 무솔리니의 나라 이탈리아로 열흘간 여행을 한 소재를 픽션으로 꾸몄으며, 5만 달러는 한 인간의 역설적 모습을 교묘한 이중 플레이를 통해 보여준다.

 

이어 소령과 당번병 피닌 사이에서 벌어지는 동성애에 대한 암시를 담은 간단한 질문, 여자에게 처음 배신을 당한 남자의 심리를 자연 풍경에 의탁해 잘 묘사한 열 명의 인디언, 미국 부인을 냉정하게 관찰하는 듯하지만 편견에 사로잡힌 남자의 모습을 그린딸을 위한 카나리아, 알프스 산중에서 저질러진 야만을 자연현상에 빗대어 묘사한 알프스의 목가가 다뤄진다.

 

추격 경주는 두 남자의 경주를 허무한 인생에 빗대어 묘사했으며,오늘은 금요일이라는 희곡에는 예수의 죽음을 바라보는 로마 병사 1, 2, 3의 심리가. 시시한 이야기에서는 투우가 암시하는 생의 허무와 그것에 도전하는 남자를,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이제 제가 눕사오니에서는 전쟁 후유증 때문에 잠들면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갖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헤밍웨이는 심한 부상으로 후송된 뒤, 비로소 전쟁이 낭만이 아닌 부조리가 만들어낸 실존임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문명에 내재된 폭력과 부조리에 천착해 작품에 녹인다.

 

그는 주인공들을 통해 삶 속에 만연하는 극단의 허무를 발견하게 했으며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와 실존의 의미를 탐험해나갔다. 헤밍웨이는 부조리의 세계 속에서도 자유의지를 긍정하며 의미 있는 선택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이 책은 헤밍웨이 단편집으로는 첫 번째 단편집인 우리들의 시대에와 마지막인 세 번째 단편집 승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마라의 가운데에 위치하는 아주 중요한 단편집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만으로 엮은 구성이 독특하다. 또한 극한의 상황에 남자들을 몰아넣으며 삶의 허무 속에서도 자유의지와 의미 있는 선택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이유를 밝히는 형식을 통해 헤밍웨이 후기 대작인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등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작가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소개


1899721일 미국 시카고 교외의 오크파크에서 출생하였다. 고교시절에는 풋볼 선수였으나 시와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캔자스시티의 스타지 기자가 됐다. 1차 세계대전 때인 1918년 의용병으로 적십자 야전병원 수송차 운전병이 되어 이탈리아 전선에 종군 중 다리에 중상을 입고 밀라노 육군병원에 입원, 휴전이 되어 1919년 귀국하였다. 전후 캐나다 토론토 스타지의 특파원이 되어 다시 유럽에 건너가 각지를 여행했다. 그리스-터키 전쟁을 보도하기도 했다. 파리에서 G.스타인, E.파운드 등과 친교를 맺으며 작가로서 성장해간다.

 

19233편의 단편과 10편의 시()를 출판한 것을 시작으로 1924년 단편집 우리들의 시대에, 1926봄의 분류(奔流), 밝은 남국의 햇빛 아래 전쟁에서 상처입은 사람들의 메마른 허무감을 그린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발표한다. 1929년 전쟁의 허무와 비련을 테마로 한 전쟁문학의 걸작이라 평가 받는 무기여 잘 있거라 를 완성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일생 동안 헤밍웨이가 몰두했던 주제는 전쟁이나 야생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삶과 죽음의 문제, 인간의 선천적인 존재 조건의 비극과, 그 운명에 맞닥뜨린 개인의 승리와 패배 등이었다. 본인의 삶 또한 그러한 상황에 역동적으로 참여하는 드라마틱한 일생이었다. 1936년 에스파냐내란 발발과 함께 그는 공화정부군에 가담하여 활약, 그 체험에서 스파이 활동을 다룬 희곡 5(第五列)이 탄생됐다. 다시 1940년에 에스파냐 내란을 배경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

 

이처럼 전쟁을 소재로 한 헤밍웨이의 소설들은 모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통과 단절된 젊은 세대들을 일컫는 '잃어버린 세대(the lost generation)'를 대변하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들은 헤밍웨이를 20세기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2차 세계대전 후 10년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강을 건너 숲 속으로(1950)는 예전의 소설의 재판(再版)이라 해서 좋지 못한 평을 얻었지만, 다음 작품 노인과 바다(는 대어(大魚)를 낚으려고 분투하는 늙은 어부의 불굴의 정신과 고상한 모습을 간결하고 힘찬 문체로 묘사한 단편이다.

 

심볼리즘과 운율을 유감없이 구사하여 그린 용기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생전에 쓰기를 벼르다가 끝내 쓰고야 만 작품'이라고 작가 자신이 말한 니힐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헤밍웨이는 1953년 퓰리처상과,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단편집으로는 우리들의 시대에외에 남자들만의 세계』 『승자(勝者)는 허무하다가 있다. 하드보일드풍의 걸작 살인청부업자』 『킬리만자로의 눈등이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