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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30)] 델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책을 읽읍시다 (1430)] 델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미카엘 베리스트란드 저 | 이승재 역 | 문학수첩 | 496|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하루 평균 2시간33. 업무 시간을 도둑질해 축구 팀 인터넷 사이트를 들락거렸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된 52세 이혼남 예란 보리. 명색이 20년차 카피라이터지만 대책 없이 혈혈단신이 되어버린 그로서는 살길이 막막하다. 절망감을 떨쳐내는 방법이라고는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통을 끼고 앉아 헤어진 전 부인 미아를 그리워하는 일뿐.

 

미련 터지는그를 구원해줄 행운의 동아줄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실낱같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아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고교 시절의 절친 에리크는 예란을 인도 여행길로 이끈다. 에리크가 인솔하는 여행사의 이름은 다름 아닌 인크레더블 인디아’! 과연, 그 이름대로 제약 없고 한계 없는 인도에서 평범한 한 남자의 인생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더는 누군가에게 밀려나 뒷방 인생을 살지 않겠다는 과감한 선언! 눈치 보고 뒷걸음질 치며 내내 들러리 인생만을 살아온 그가 이제는 자기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나선 것이다. 요기의 부추김에 가짜 기자 명함과 인도고추상인연합회에서 (돈을 받고) 발급해준 기자증까지 갖게 된 예란은 언감생심 접근도 못할 볼리우드 스타 샤룩 칸을 얼떨결에 인터뷰하기까지 하더니, 어느덧 자기도 모르는 새에 번듯한 인도의 프리랜스 기자로 활동하기에 이른다.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인도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거물 말호트라의 아내 프리티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키워가는 가운데 재기발랄한 기사들로 활동 영역을 점점 넓혀간다. 불행 같지만 행운이고 행운 같지만 불행일 수도 있는 인생의 아이러니. 행불행을 분간할 수 없는 숱한 사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인도 한복판에 던져진스웨덴 중년 남성의 기상천외한 문화 충격과 포복절도할 인생 반전! 어처구니없고 황당하지만 인생의 참 묘미가 우러나는 한 남자의 좌충우돌 인도 여행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교통 체증, 거지와 관광객으로 이루어진 활기찬 인파, 형형색색의 시장과 고대 사원들까지, 인도의 현장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난데없이 귀이개를 쑤셔대며 귀를 청소해주겠다고 대가를 요구하는 사내, 구두 위에 쇠똥을 슬쩍 흘려두고 구두를 닦아주겠다며 들이대는 남자가 어디에든 잠복해 있는 나라. 속옷 한 장 구입하려면 네 단계의 계산 절차를 거쳐야 하고, 돈다발만 내밀면 꽉꽉 들어찬 도로에서도 단숨에 길이 뚫리며, 너도나도 질세라 경적을 울려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나라.

 

이토록 이상한 나라 인도에서 벌어지는 황당무계한 사건들을 작가 미카엘 베리스트란드는 시원한 필치로 버무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작가의 역량을 증명해냈다. 스웨덴 남자 예란과 인도 현지인 요기의 우정 어린 대화를 통해 두 나라의 특징을 녹여내는 한편, 현실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가미해 리얼리즘을 한껏 살려낸 소설.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밑도 끝도 없이 들이닥치는 뜻밖의 사건들을 통해 인생의 묘미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작가 미카엘 베리스트란드 소개


스웨덴 말뫼 출신의 작가 겸 기자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인도 특파원을 지내고 현재 인도에 거주하며 관광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네 권의 추리소설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으며, 2011년 발표한델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3부작으로 발간된 인도 시리즈는 스웨덴 현지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작가 활동 외에도 도서관, 학교, 기업, 단체, 공공기관, 여행사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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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