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52)] 사랑하는 습관

[책을 읽읍시다 (1452)] 사랑하는 습관

도리스 레싱 저 | 김승욱 역 | 문예출판사 | 384| 14,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1950년대 초기 단편소설을 모은 사랑하는 습관.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1957년에 사랑하는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됐다가 1994년에 레싱이 직접 쓴 서문과 함께 19호실로 가다로 다시 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1994년에 출간된 책에 담긴 소설 20편 가운데 9편을 묶은 것으로 한국에서는 모두 최초로 소개되는 단편들이다.

 

사랑하는 습관에 담긴 9편의 작품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경험한 유럽 대륙의 모습을 조망하며 그 시대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이고도 정치적인 사건을 섬세하지만 대담하게 포착하고 있다. 표제작 사랑하는 습관그 남자, 와인, 다른 여자등은 레싱의 특기라 할 수 있는 이성애 관계에서의 사랑을 담담히 그려냈다. 또한 스탈린이 죽은 날, 그 여자, 낙원에 뜬 신의 눈은 전후 유럽에서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그 외에도 즐거움, 동굴을 지나서처럼 일상의 소소한 일화와 감정에 주목한 소설도 담겨 있어 다양하고도 새로운 레싱의 작가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1950년대는 도처에서 전쟁의 후유증과 이념에 의한 갈등이 계속되던 시기였다. 2차 세계대전은 영국 런던뿐 아니라 전 세계를 폐허로 만들었다. 전쟁에 참여한 많은 남성이 사망하고 거리에는 고아와 여성이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공산주의가 대두되었고 영국 사회도 여러 색깔의 이념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안락한 일상과 가정을 파괴하며 개인의 정신적 파탄까지도 불러일으켰다.

 

이에 영국을 중심으로 기성의 제도에 반항하며 사회를 비판한 작가들이 앵그리 영맨이라는 이름으로 대두되었는데 레싱도 그중 한 명이었다. 특히 그는 1948년 남아프리카 로디지아에서 런던으로 막 이주했기 때문에 1950년대의 황폐화된 유럽의 모습을 그 어떤 작가보다도 신랄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레싱은 인종차별주의에 대항하는 하나의 대안이 공산주의라 생각했고 영국에 이주해서도 1956년까지 공산당에서 활동하며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1950년대 발표된 그의 작품들은 개인 고유의 경험이 시대적, 정치적 비극과 맞물렸을 때 어떠한 상황과 감정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며 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레싱은 체호프와 D. H. 로렌스의 사실주의적 전통을 이어왔다고 스스로 말하곤 했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위대한 여성작가인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애거서 크리스티의 흔적도 함께 발견된다. 따라서 그동안 레싱은 가부장제 속에서 억압받은 여성 고유의 경험을 작품화한 작가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프리카, 세계대전, 인종차별주의, 홀로코스트,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 등 20세기 사회 전반에 걸친 여러 주제에도 폭넓게 관심을 가졌다. 또 가벼운 스케치 같은 소설부터 깨지고 조각난 삶에 대한 진솔한 논평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재와 경험을 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또한 한 가지 사상이나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지지하지 않았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조용히 관망해왔다. 이러한 자유로움 덕분에 레싱은 충격적일 만큼 신선한 시각으로 사회를 투시하고 개인의 내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레싱은 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한 명의 생존자로서 그 시대의 삶을 충실히 기록했다. 그들은 일상에서의 정치가 아닌 정치로서의 정치, ‘힘의 정치를 우선했고 흔하디흔한 사랑을 했지만 진실한 사랑은 하지 못했다. 우리는 레싱의 시대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모습 또한 그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 도리스 레싱 소개


작가 도리스 레싱은 현대의 사상·제도·관습·이념 속에 담긴 편견과 위선을 냉철한 비판 정신과 지적인 문체로 파헤쳐 문명의 부조리성을 규명함으로써 사회성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영국의 여성 소설가이자 산문 작가이다.

 

본명은 도리스 메이 테일러이다. 1919년 이란의 케르만샤에서 태어났다. 레싱의 가족은 1925, 영국 식민지인 남부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이사해 옥수수농장을 했다. 가족이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으나 레싱은 로마 가톨릭의 여학교를 다녔다. 15살 이후는 학교를 떠나 독학을 했다. 이런 어렵고 고된 유년기에도 불구하고 레싱의 작품에서 그려진 영국령 아프리카의 삶은 식민지 영국인의 메마른 삶과 원주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열네 살 이후부터 어떤 제도 교육도 거부한 독특한 이력은 기성의 가치 체계 비판이라는 그녀의 작가 정신과 태도의 일관성을 잘 보여준다.

 

영국인으로서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로디지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특히 인종차별 문제, 여성의 권리 회복 문제, 이념 간의 갈등 문제 등에 깊이 천착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정치 의식과 사회비판 의식은 전통과 권위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어리석음, 반가치 등의 집단 폭력으로부터 인간 개인의 개성적인 삶과 사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첫 소설인 풀잎은 노래한다1950년 런던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그녀는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11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며, 당시 88세로 역대 수상자 중 최고령의 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서머싯 몸 상(1956), 메디치 상(1976), 유럽 문학상(1982), 아스투리아스 왕세자 상(2001) 등을 수상했다. 유명한 작품으로 폭력의 아이들시리즈, 황금노트북, 생존자의 회고록, 다섯번째 아이, 런던 스케치등이 있다.

 

그녀는 두 차례 결혼하고 두 차례 이혼했으며, 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 찰스 위즈덤과의 첫 결혼 생활은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이어졌다. 후에 동독의 우간다 대사를 지내기도 한 고트프리트 레싱과의 결혼 생활은 1945년부터 1949년까지 이어졌다. 1999년 영국 정부로부터 CH훈장을 받았으나 DBE 작위는 고사하였다. 20131117일 향년 94, 노환으로 별세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