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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480)]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책을 읽읍시다 (1480)]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유즈키 아사코 저 | 권남희 역 | 이봄 | 224|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여자들의 우정에 천착해온 작가로, 여자들의 따뜻한 우정뿐만 아니라 서늘한 관계까지 그려내며 다양한 여성캐릭터를 창조해온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도서 출간 전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소설로 2015년에는 런치의 앗코짱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 되어 NHK에서 방영됐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출판사 영업부의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는 23살 미치코. 첫 직장. 신입인 미치코의 유일한 처세술은 ‘yes’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런 미치코에게 어느 날 앗코 여사라 불리는 부장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다음 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영업부 내 유일한 여자 정직원, 45세 독신, 떡 벌어진 어깨에 173센티미터의 키. 앗코라는 별칭을 가진 가수 와다 아키코를 닮은 카리스마 부장 구로카와 아쓰코의 제안이다. 앗코 여사를 마주할 때면 무서워서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인 미치코는 이번에도 “Yes”라고 하고 만다.

 

아침에 미치코는 앗코의 책상 서랍에 도시락을 넣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가는 가게도, 메뉴도 항상 정해져 있는 앗코는 점심값과 가게 지도와 주문 메뉴를 쓴 종이를 미치코에게 준다. 이렇게 일주일 점심 코스와 도시락을 바꾸는 놀이를 시작하게 된 두 사람. 과연 앗코짱이 미치코에게 갑질을 하기 위해 점심 바꿔먹기 놀이를 하자고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요일이 바뀔 때마다 하나 둘 풀려가는데.

 

작가 유즈키 아사코는 2008년 여고생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포겟 미, 낫 블루로 제88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유즈키 아사코는 여자들의 우정에 천착해온 작가로, 여자들의 따뜻한 우정뿐만 아니라, 서늘한 관계까지 그려내며, 다양한 여성캐릭터를 창조해왔다.

 

유즈키 아사코는 앗코짱이라는 새로운 여성 직장 상사 캐릭터를 창조함으로써 베스트셀러 작가, 일본에서 가장 주목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앗코짱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여성 직장인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갖고 있지 않다. 여성들이 요구받는 부드러운 리더십의 전형을 탈피한다. 미치코와의 대화에서 등장하는 고압적인 말투가 앗코짱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앗코짱과 점심 바꿔먹기 놀이로 인해 사장과 독대하게 된 미치코는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얻었다. 이때 앗코짱은 슬쩍 책을 내밀며 좋은 상사의 역할을 한다. “기획서를 만들려면 파워포인트를 제대로 사용해. 기껏 쓴 내용 엉망이 되지 않게.”

 

남자 주인공에게만 부여되는 소위 츤데레한 모습이 앗코짱에게 입혀진다. 이런 여성 캐릭터가 소설이나 드라마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자리를 획득하지는 못했다. 독자들이 앗코짱에 열광한 이유는 따뜻한 마음에 경제적인 말투를 가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에 대한 신선함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네 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두 편이 앗코짱과 미치코의 이야기이며 다른 두 편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이다. 밤거리의 추격자는 서른 살 노유리의 이야기이다. 학창 시절 노는 아이였던 노유리는 미팅 자리에서 조신한 여자를 연기하는 자신에게 신물이 난다. 빛나는 젊은 시절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여유 넘치는 비어 가든은 일본 유도리 세대(2002~2010년의 주입식 교육을 탈피한 학습지도 요령으로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소위 능력 없는 젊은이들을 통칭하는 말)와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마이페이스의 어린이로 저평가되던 이들 세대는 현재 경제적 호황기를 맞은 일본 내에서 재평가하고 있는 현상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이 소설집은 여자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와의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건네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미치코는 돈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닌다. 소비를 낭비로 봐야할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봐야할지 알 수 없어 절약하고 본다. 이에 비해 앗코짱은 명품을 입는다. 명품을 통해 자기 브랜딩을 한다. 투자에 해당하는 소비다.

 

사내에 있어도 거의 사적인 얘기 없이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하여 성과를 올리는 그녀를 다들 무서워한다. 사장한테도 능력을 인정받는 것 같다. 잘 빠진 바지 정장과 고급스러운 캐시미어를 애용하는데 그게 아주 잘 어울린다. 수수한 사무실에서 혼자만 특별한 아우라를 풍긴다.

 

하지만 미치코에게 그럴 기회가 희박하다는 것을 안 앗코짱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미치코를 돕는다. 미치코가 앗코짱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다면, 이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여유 넘치는 비어 가든에서 경제 불황기에 구직 활동에 나서야 했던 레미는 자기만의 방식을 가진 20대 여성이다. 140개 회사에 이력서를 냈던 전력은 직장 경력이 될 수는 없지만, 삶의 경력이 된다.

 

이 책은 동화같은 이야기로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모호한 희망보다 작은 방법 하나를 제시한다.

 

 

작가 유즈키 아사코 소개


1981년 도쿄 세타가야에서 태어나 릿쿄대학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드라마 시나리오 라이터로 일하다 2008년 여고생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포겟 미, 낫 블루’ (종점의 그 아이수록작)로 제88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토군 A TO E(이봄 근간)150회 나오키상 후보에, 서점의 다이아나151회 나오키상 후보에, 버터(이봄 근간)157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며 데뷔와 동시에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2015, 나일퍼치의 여자들이 제28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했다.

 

위의 작품 이외에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달콤 쌉싸름 사중주』 『짝사랑은 시계태엽처럼등이 있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는 유즈키 아사코의 대표작인 앗코짱 시리즈중 하나다. 출간 2개월 만에 10만 부를 돌파하고 서점 대상 7위에 오르며 곧바로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앗코짱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다.

유즈키 아사코는 여성 캐릭터 창조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작가로 이 시리즈에서는 직장에서 한번은 만나고 싶은 매력적인 여성 상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후속작으로 3시의 앗코짱(이봄 근간) 간사 앗코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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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