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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78)]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책을 읽읍시다 (1578)]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저 | 더숲 | 256|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지의 책을 펼치는 것은 작가에 대한 기대와 믿음에서다. 시집, 산문집, 여행기, 번역서로 변함없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류시화 시인의 신작 에세이. 이번 책의 주제는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는 인생에 다 나쁜 것은 없다는 작가의 경험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 ‘시인으로 알아들은 사람들 때문에 신앙 공동체에서 쫓겨난 일화, 화장실 없는 셋방에 살면서 매일 근처 대학병원 화장실로 달려가며 깨달은 매장과 파종의 차이, ‘나는 오늘 행복하다를 수없이 소리내어 반복해야 했던 힌디어 수업, ‘왜 이것밖에 주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것만이 너를 저것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어떤 목소리, 신은 각자의 길을 적어 주셨으며 그 표식을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 가장 힘든 계절의 모습으로 나무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꽃이 피면 알게 되리라는 진리.

 

어떤 이야기는 재미있고, 어떤 이야기는 마음에 남고, 어떤 것은 반전이 있고, 또 어떤 것은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다. 시인은 단 한 줄의 문장으로도 가슴을 연다.

 

류시화는 명상서적을 주도적으로 번역하고 영적 스승들을 만나 왔지만 주장이나 이념이 먼저인 작가가 아니다. 다만 자신을 성장시킨 우연한 만남들, 웃음과 재치로 숨긴 만만치 않은 상처의 경험들, 영혼에 자양분이 되어준 세상의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게 하고, 어떤 대목에서는 눈물짓게 한다. 글들을 읽다 보면 저자가 이야기 전달자를 넘어 이야기 치료사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는다. ‘삶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알아 가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학 졸업반 때 저자는 싼 월세방이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경기도 외곽의 신앙 공동체에 세를 든다. 낡은 원룸이지만 독립된 공간이고, 강으로 난 오솔길이 있어서 신이 준 선물이라 여긴다. 하지만 장발을 한 이방인이 신성한 터전을 어슬렁거리자 공동체 사람들이 몰려와 당장 떠나라고 요구한다. 사정을 봐 달라고 간청하며 시인이라고 밝히자 사람들은 시인으로 잘못 알아듣고 마귀야, 썩 물러가라!” 하고 고함친다. 결국 남은 월세도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난다.

 

하지만 신은 그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셨다. 갈 곳이 없어 시골길을 배회하다가 마주친 연극부 후배가 강변 밭의 무허가 창고에 살도록 주선해 준다. 행복도 잠시, 여름 장마가 닥치고 한밤중에 밖으로 나가니 폭우 속에 강물이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는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 위협하듯 불어 오르는 강물을 보며 그는 문득 자각한다. “나는 시인이 아닌가!” 하고.

 

좋은 글은 마음을 맑게 한다. 그래서 마음을 치유한다. 시인의 글답지 않게 형용사와 부사를 자제한 문장들, 눈앞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독자를 몰입시킨다. 재치와 웃음이 담긴 문장들,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이 한 편 한 편 완결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책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때로는 깊은 숨을 내쉬느라, 살아온 날을 뒤돌아보고 살아갈 날을 내다보느라 페이지 넘기는 손이 드문드문 멈출 때도 있다. 어둠 속에서 노래하는 새처럼 책갈피에서 숨쉬는 떨림과 울림이 있다. 저자의 인생 여정이 담긴 글인데도, 읽는 이는 자신의 숨소리가 들린다. 작가의 상속자는 독자라는 말은 옳다. 빙하기가 와도 삶을 사랑하는 심장은 뜨겁다.

 

우리가 삶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다면 지금의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걸 알게 될까?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자신은 문제보다 더 큰 존재라고. 인생의 굴곡마저 웃음과 깨달음으로 승화시키는 통찰이 엿보인다. 흔히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 하지만, 어떤 붓은 쇠처럼 깊게 새기고 불처럼 마음의 불순물을 태워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을 사색하게 한다.

 

 

작가 류시화 소개



시인이자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1980~1982년까지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하였다. 1988'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를 체험하고,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 바바 하리 다스와 만나게 된다.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1989~1998년 동안 21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시인은 시로 여는 세상2002년 여름호에서 대학생 5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에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과 함께 이름을 올렸으며 명지대 김재윤 교수의 논문 설문조사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10, 21세기 주목해야할 시인 1,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윤동주시인 다음으로 지목된다. 저작권 협회의 집계 기준으로 류시화 시인의 시는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로 손꼽히기도 한다.

 

류시화 시인의 작품은 문단과 문예지에도 외면을 당하기도 했는데 안재찬으로 활동했을 당시, 민중적이고 저항적 작품을 지향했던 당대의 문단과는 달리 신비주의적 세계관의 작품세계로 인해 문단으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외계인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주장하고 있는 민중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당시의 문단에서 현실 도피의 소지를 제공한다며 비난을 받았으며 대중의 심리에 부응하고 세속적 욕망에 맞춰 작품이 창작되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인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는 한층 깊어진 눈빛을 지닌 시세계가 곱씹히고 곱씹힌다. 류시화는 가타 명상센터,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지내며 네팔, 티벳, 스리랑카, 인도 등을 여행하며 그가 꿈꿔왔던 자유의 본질 그리고 꺠달음에 관한 사색과 명상들이 가득한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실소를 자아내는 일화들 속에서, 그렇지만 그냥 흘려버리기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비롯하여,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과 하이쿠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를 집필했고,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을 썼다. 또한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와 인디언 추장 연설문 모음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썼으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티벳 사자의 서, 조화로운 삶,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용서, 인생수업등의 명상서적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7년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2018인생학교에서 시 읽기1’ 시로 납치하다와 우화집 인생 우화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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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