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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91)] 여자는 인질이다

[책을 읽읍시다 (1591)] 여자는 인질이다

디 그레이엄, 에드나 롤링스, 로버타 릭스비 공저 | 열다북스 | 480| 28,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가 왜 가해자를 감싸며 가해자의 편에 서서 행동할까? 그리고 여자들이 왜 여성의 이익을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가부장제의 논리를 답습하기를 선택하는 것일까? 그레이엄은 이를 사회적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이론을 통해 설명하면서, 여자들이 여성주의적 미래를 새롭게 상상할 것을 제안한다.

 

강남역 살인사건, 웹하드 카르텔과 이에 대응하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미투운동과 스쿨미투, 버닝썬 사건과 남성약물카르텔 시위, 김학의 성폭력 사건과 장자연 사건 수사기간 연장 청원 등은 최근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여자가 여자라는 이유로폭력의 대상이 됨을 인식하고, 이에 대항하여 집단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써 국내 여성운동사에서 이전에 없던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최근 여성운동은 성폭력, 적나라한 남성 폭력에 저항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젊은 여성들은 미용관습을 거부하며 탈코르셋을 하고, “비혼비출산을 선언하고 있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그레이엄이 제시한 사회적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저항과 대안의 언어와 행동들을 찾아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 심리학 서적들은 여자를 여성성에 고정시키며, 여자의 심리를 유약하게 타고난 것, 혹은 남자를 사랑하도록 이미 만들어진 것으로 전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여성이 겪는 문제를 여성의 심리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여자가 폭력 가해자에게 의존하는 이유를 여자의 마조히즘적 천성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대상이 되며 언제나 폭력과 학대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이 왜 남자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이토록 명쾌하게 해설한 책은 없다.

 

그레이엄은 이 책에서 인질 피해자의 심리인 스톡홀름 증후군을 가져다가 억압받는 집단이 억압하는 집단에게 애착을 형성하는 사회적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개념을 넓혀서 분석한다. 가부장제 속에 살면서 한 번도 성폭력을 겪지 않을 정도로 운이 좋은 여자는 없다.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여자들끼리 모였을 때 한 명이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 놓으면 다른 여자들도 자기 경험을 털어놓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여자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언제든 성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자들은 항시 염두에 두고 살고 있다.

 

이런 현실은 여자들이 피억압 계급으로서 억압 계급 구성원인 남자들을 보는 시각을 형성하는 데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여자들이 상시적으로 남자에 의한 성폭력의 위험에 시달리면서도 그런 폭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스톡홀름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실하고 꼼꼼하게 스톡홀름 증후군 발생 조건들 하나하나를 여자가 성 계급으로서 겪는 현실에 비추어 분석하여, 여자들이 집단으로서 겪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이른바 여성성 및 여자의 남자에 대한 사랑을 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심리학이 사회적 문제를 개인화하지 않고 사회구조적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현실을 이해하는 데 더욱 적합한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모범적인 예이다.

 

 

작가 디 그레이엄 소개


신시내티 대학 심리학과 명예 조교수로 공포 생존자: 맞고 사는 여자, 인질, 스톡홀름 증후군, 연애 중인 여자 청년의 스톡홀름 증후군반응을 가늠하는 척도: 요인 구조, 신뢰성, 타당성외 여성 심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작가 에드나 롤링스 소개


신시내티 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여성 심리 요법: 평등을 향한 치료를 썼다.

 

 

작가 로버타 릭스비 소개


마이애미 대학-옥스퍼드 영문학 박사이자 심리학 박사로 페미니즘 비평과 원형 심리학: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등 다수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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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