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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43)] 인간의 조건

[책을 읽읍시다 (1743)]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저 | 이진우 역 | 한길사 | 484| 27,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근대적 근본악을 온몸으로 경험했으며 철학자로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사유했다. 한나 아렌트에게 어떻게 근본악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하는 문제는 중요한 철학적 화두였다.

 

아렌트는 1959인간의 조건을 출간하면서 그녀 자신도 예기치 못한 무엇인가를 세상에 내보냈다. 그리고 40년 후에도 이 책의 독창성은 여전히 두드러진다. 책이 어렵지만 그런데도 매력이 있다는 것은 모두 그녀가 대단히 많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아렌트는 확실히 참여 민주주의에 끌렸다. 그녀는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미국인들의 시위부터 단명한 1956년 헝가리 혁명 동안의 풀뿌리 시민 의회의 형성에 이르기까지 시민 활동의 발생에 대한 열광적 관찰자였다. ‘정치철학자라는 칭호를 거부하면서 그녀는 플라톤 이래 모든 정치철학자들이 저지른 실수는 정치의 근본조건을 무시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치철학이 아니다. 이 책의 상당량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에 관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노동과 작업에 관한, 그리고 현대 과학과 경제적 성장의 함의에 관한 긴 분석들은 정치 자체보다는 정치를 위한 배경과 관련이 있다. 행위에 관한 논의조차 특별히 정치적인 행위와는 부분적으로만 관계가 있다.

 

이 책의 가장 명백한 조직 원리는 인간의 조건을 위한 근본적인 세 가지 활동 형식에 관한 현상학적 분석에 있다. 동물로서의 인간의 생물학적 삶에 부합하는 노동, 인간이 지상에 건립하는 대상들의 인공세계에 부합하는 작업, 그리고 별개의 개인으로서 우리의 다원성에 부합하는 행위. 아렌트는 이 구별들과 철학 및 종교적 우선권에 의해 형성된 지적 전통 내에서 무시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현상학적 분석 이상의 것이 상당히 많다. 그녀가 서론에서 오직 우리가 행하는 것을 사유하겠다는 제안을 밝혔을 때 그녀가 마음먹은 것은 인간활동에 관한 일반적 분석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겪은 경험과 공포를 고려하여 인간의 조건을 다시 사유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간의 조건은 이전에 나온 전체주의의 기원과 이후에 나온 정신의 삶에 이르는 철학적 여정에서 나타난 근본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그러므로 아렌트의 저서들은 자신의 철학적 화두에 대한 답으로 시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의의는 세계에 관해 단순히 관조하고 성찰하는 형이상학적 전통을 넘어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실천철학적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작가 한나 아렌트 소개

 

19061014일 독일 하노버 근교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보냈는데, 이때 어머니를 통해 유대인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조숙하고 명석했던 그녀는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반항하다 퇴학당했지만, 가정교육과 베를린 대학교 청강을 거쳐 1924년 마부르크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하이데거에게 수학하지만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실존철학자 야스퍼스의 지도 아래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1929)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29년 스테른과 결혼하여 베를린에 정착한다. 이후 아렌트는 정치적 억압과 유대인 박해가 첨차 심해지던 독일에서 시온주의자들을 위해 활동하다 체포되어 심문을 받은 뒤, 1933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했다. 망명 후 발터 벤야민 등 많은 지식인을 만나 유대인 운동을 하던 아렌트는 다시 수용소에 갇혔다가 1940년에, 아렌트는 독일 시인이자 철학자인 하인리히 블뤼허와 결혼했다. 1941년에는 아렌트를 포함하여 2500명 정도 되는 유대계 망명자들에게 불법으로 비자를 발행해 준 미국 외교관 하이램 빙엄 4세의 도움으로 남편과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아렌트는 1951년에 이르러서야 미국 시민권을 얻게 되는데, 1959년에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완전한 교수직에 지명받은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경험한 18년간의 무국적자 경험을 바탕으로 첫 번째 주저인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1951)을 출간하고, 더불어 정치이론가로서 정치현상의 근본적 의미를 밝히는 데 전념하면서 본격적인 정치사상가의 길을 걷는다.

 

이후 라헬 바른하겐 : 유대인 여성의 삶, 인간의 조건, 과거와 미래 사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진부성에 대한 보고, 혁명론,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공화국의 위기, 시민적 불복종, 폭력의 세기등 중요 저작들을 연이어 출간한다.

 

아렌트는 1973년 에버딘 대학에서 '정신의 삶사유'라는 주제로 기퍼드 강의를 요청받은 후 사유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으며, 이듬해 '정신의 삶의지'라는 주제로 다시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 연구를 진행했다. '정신의 삶판단'이라는 주제로 정신의 삶 3부작의 마지막 연구를 진행하던 중 197512월 심근경색으로 생을 마쳤으며, 남편이 오랫동안 강의한 뉴욕주 허드슨 강 유역 애넌데일에 있는 바드 대학에 묻혔다.

 

그녀의 사후 정신의 삶사유정신의 삶의지1978년 출간되었으며, 완성되지 않은 3부에 해당하는 판단부분은 유고집으로 칸트 정치철학 강의라는 제목으로 1982년 출간되었다. 그후 이미 발표된 글들 및 미발표 원고 등을 주제별로 편집하여 이해에 대한 에세이(1994), 책임과 판단(2003), 정치의 약속(2005), 유대적 저술(2007), 문학과 문화에 대한 성찰(2007) 등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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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