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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07)] 다른 세계에서도

[책을 읽읍시다 (1907)] 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저 | 자음과모음 | 304| 13,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현재 한국 소설 평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현석 소설가의 첫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 작가는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 공모를 통해 소설 ()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에는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읽어내는 힘”(오정희 소설가) “관념과 실감의 충돌 속에서 어느 쪽에도 함몰되지 않으려는 안간힘”(권여선 소설가) “섬세하고 엄정한 시선과 감수성”(전성태 소설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소설집의 처음을 여는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에서 의사인 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시진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인데, 그는 과거에 커밍아웃하면서 부인과 딸을 떠났었다. 10여 년을 함께한 그의 동성 연인은 병원에 찾아왔지만 어떤 관계도 인정받지 못한 채, 이시진의 가족들에게 쫓겨나야 했다.

 

한편 나의 대학 동기인 수연은 그 상황을 텍스트로 풀어내며 생활동반자법 제정이라는 공론을 이끌어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실을 과장하고 각색한다. 나는 수연에게 전화를 걸어 그 글은 픽션이 아니라고, 쓰기 전에는 최소한 동의는 구했어야 했다고 비판하지만, 되레 수연이 되받아친다.

 

는 그 소설을 떠올리며, 그 인물을 충분히 가공했다고 속으로 항변하지만 그럼에도 떳떳하지 못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처럼 소설은 첨예한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재현과 대상화에 대해서 숙고해야 할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표제작인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역시 임신중지 및 재생산권에 대한 중층적이고 다면적인 시선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소설은 동생의 갑작스러운 임신을 걱정하는 산부인과 의사인 ’(지수)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조카(동생 해수의 태아)에게 보내는 전언의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사안에 대한 시각은 가 참여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칼럼 필자 모임에서 첨예화된다.

 

이현석의 소설은 다분히 이지적인 방식으로 활달하고 생명력 있는 이 세계의 순간들을 그려내며 우리를 매혹 속으로 이끈다. 또한 다채로운 소재와 방식과 구성으로 풍성하고도 능란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라이파이1959년부터 10년간 연재된 동명의 SF만화를 소설 속으로 끌어온다. ‘라이파이는 한국 최초의 토종 히어로. 검은 안대를 쓰고 흰 두건을 이마에 두른 라이파이는 연두색 쫄쫄이 유니폼을 입은 채 돌려차기 한 방으로 적들을 제압한다.

 

’(영우)의 아버지 조한흠이 청소년기에 열광했는데, 이제는 노년에 다다른 조한흠의 환시 속에 라이파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한흠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 가히 뛰어난 도시 연애담이라고 할 법한 컨프론테이션은 이제는 사랑에 다소 심상한 전문직 여성 화자에 대한 탄성 넘치는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소설은 가 다시 연애 감정을 느끼며 예외적인 관계로 한 사람을 들이는 그 순간을, 단단해지다가도 이윽고 허물어져가는 그 관계성을 성찰해내는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 컨프론테이션의 배경과 묘하게 교차시키며 삶의 비의를 곱씹게 한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집의 표제작이자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작가는 가장 동시대적인 윤리와 사회문제를 소설로 풀어내며 정교하고 치밀한 질문을 던지는 리얼리스트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채롭고 이질적인 목소리와 시선을 교차하며 서사를 구축하면서 골똘히 고민해봐야 하는 현실 사안의 세부와 인간 본연의 모순적인 지점까지도 감각하게 한다.

 

이현석의 소설은 현재의 세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치열하게 기억하고 기록하며, 그럼으로써 망각을 저지하며 더 나은 이후의 세계를 맞이하려는 삶의 문학이다.

 

 

작가 이현석 소개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2017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여행자의 인문학 노트가 있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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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