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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48)]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책을 읽읍시다 (1948)]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저 | 창비 |324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작가 김금희가 네번째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발표한 작품을 묶어낸 이번 소설집에는 지난 3년간 각종 문학상의 호출을 받은 탄탄한 수작 일곱편이 모였다. 

 

표제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기오성과 함께 노교수의 종택에서 족보 정리 아르바이트를 했던 3개월 동안 가까워졌다가 이내 어긋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관계에는 노교수의 손녀인 강선이 끼어 있는데, 노교수의 종택과 족보로 대표되는 세상의 질서와 위계를 대놓고 무시하는 강선은  기오성의 관계를 교묘하게 훼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관계에서 빠르게 물러나버린 는 아주 나중에야 그 물러섬이 그렇게 해봤자 손에 쥘 게 없다는 가난한 체념이었을지 자문한다. 그뒤 발견한 성장의 의미는 20대라는 한 세대에 대한 정의처럼 읽히기도 한다.

 

이번 소설집의 문을 여는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은 대학 진학에 거듭 실패한 삼수생 와 의대에 입학했지만 적응하는 데 실패한 장의사가 함께 보낸 패배한 여름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이 특히 빛나는 지점은 그 시절을 회고하는 의 현재에 있다. ‘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빈곤과 무기력을 단순화하는 자신에게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지금의 시선으로 그 시절을 돌아보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자가 지나온 시대를 낭만화하지 않으면서 일산의 여름을 지켜내는 일을 골몰하는 이 현재의 자리에서 김금희의 소설은 언제나 새로이 쓰인다.

 

마지막 이기성은 유학생 이기성과 재일 한국인 유키코의 연애와 연대가 교차하는 소설로, 서로 다른 입장으로 같은 자리에 서 있었던 이 둘이 한때나마 함께했던 투쟁을 그린다. 이 투쟁은 결국 실패로 끝나지만 이기성 불안의 청춘이 미래를 상상하며 지금으로 던진” “마지막 진실을 발견한다.

 

기괴의 탄생은 사랑 앞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선택을 위로하는 동시에 질타하고 싶어하는 우리의 복잡한 마음을, 아주 매력적인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학생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까지 하게 된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었던 , 이혼하고 뉴욕에서 귀국했다는 직장동료 리애씨와 속내를 터놓으며 가까워진다. 그 두 인물을 통해 기괴한 인생의 진실을 맞닥뜨리려는 찰나 화자가 느끼는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진실을 목도하며 성장하는 인물의 면면은 이번 소설집에서 유독 도드라진다. ‘의 이종사촌인 초아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명문대에 입학하며 집안에 파란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주식 투자를 할 뿐이다.

 

SNS에서 맛집 알파고로 유명한 옛 연인을 인터뷰하기 위한 부산행을 그린 크리스마스에는은 한바탕 소동 같은 하루 동안의 취재를 통해 비로소 의 과거와 화해하는 과정을 따스하고도 산뜻하게 보여준다. 제주 부속섬 레지던스 공가에 입주한 작가들이 모여 고장 난 자동차를 수리하는 데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깊이와 기울기 또한 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긍정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는 작품이다.

 

 

작가 김금희 소개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저서로는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이 있다. 2015,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애니멀호더에게 방치되어 사람과 멀어지고 야생화된 개 코코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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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