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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98)] 소나무극장

[책을 읽읍시다 (1998)] 소나무극장

홍예진 저 | 폴앤니나 | 288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홍예진의 첫 장편소설 소나무극장.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리라니. 유령이라니. 하지만 파인아트센터 아트디렉터 지은은 믿을 수밖에 없다. 제 눈으로 벌써 본걸. 배우도 아닌 자신이 왜 극장의 유령을 맞닥뜨렸을까? 놀란 건 유령도 마찬가지. 

 

1943, 한 시인을 사랑한 여인은 그를 만나러 시모노세키항을 떠나는 곤론마루호에 올랐다가 폭격으로 사망한다. 시인의 시집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나 냉전의 시대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협동농장으로 끌려가기 전 대들보에 목을 맸다.

 

배우 지망생이었으나 인민군 형을 찾으러 사리원으로 떠났던 정훈부대원 인석은 끝내 총을 맞고, 부잣집 외동딸로 곱게만 자랐던 극작가 지망생 영임은 전쟁통에 모든 걸 잃는다. 어찌어찌 살아남은 연출가 지망생 수찬은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그들의 바람이었던 소나무극장을 짓지만 그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이사이 한국 현대사는 계속 소설 속으로 파고든다. 일제 강점기 시절, 언론사를 꾸리기 위해 애썼던 수찬의 아버지 이야기나 남로당원 큰아들을 둔 탓에 피난을 가지도, 안 가지도 못 하고 이리저리 눈치 보며 허둥대는 인석의 어머니 이야기나, 5공 시절 친구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부역을 할 수밖에 없었던 수찬의 이야기가 숨 막히게 이어진다.

 

그뿐 아니다. 파인아트센터로 이름을 바꾼 소나무극장을 둘러싼 사람들의 암투가 있다. 소설을 맨 앞에서 이끌어가는 주인공 아트디렉터 지은은 과연 어떻게 극장을 지켜낼까. 홍예진의 서사는 부드럽지만 날카로워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릿하다. 그런 데다 유령이라니. 그들이 꿈꾸었던 소나무극장을 70여 년째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그 가여운 영혼이라니.

 

작가 홍예진은 1940년대부터 우리가 사는 현재까지 거침없이 시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꼼꼼하게 직조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지나 냉혹했던 5공 시절까지 한국 현대사가 소설 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식민 치하에서 숨죽이고, 전쟁을 겪고, 이별하고, 5공을 견뎌내고.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끝내 죽었고 누군가는 살아남았고 누군가는 유령이 되었다.

 

사랑의 기억에만 기댄 소설이 아니다. 아트센터의 권력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암투까지, 소설은 바쁘게 내달린다.

 

소설을 쓰기 전 실제 아트디렉터였던 홍예진은 우아한 문장으로 극장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작가 홍예진 소개

 

소설을 쓰고 주변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경희대학교 산업디자인과, 프랑스 파리 ESAT(Ecole Superieure des Arts et Techniques) 무대미술과를 졸업한 뒤 아트디렉터로 활동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2014년 단편 초대받은 사람들로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문학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앤솔러지 [소설 뉴욕]에 단편 미뉴에트를 발표했다. 재미 작가 프란시스 차의 살아가는 동안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2021년 가을 장편소설 소나무 극장(폴앤니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

 

태어나 자란 한국의 서울과 경기, 프랑스 중부와 남부와 파리, 미국 뉴욕과 보스턴과 미시간을 거쳐, 지금은 코네티컷의 바닷가 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다. 남편과 두 아들이 있고, 바닷가 산책하기, 다운타운 어슬렁거리기, 장화 신고 가드닝하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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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