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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99)]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책을 읽읍시다 (1999)]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정세랑, 김인영, 손수현, 이랑, 이소영 저 외 15 | 252 |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뉴스레터 형식으로 연재되며 SNS에서 화제를 모은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나이와 국적, 시대를 뛰어넘어 당신이 언니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정세랑 김인영 손수현 이랑 이소영 이반지하 하미나 김소영 니키 리 김정연 문보영 김겨울 임지은 이연 유진목 오지은 정희진 김일란 김효은 김혼비, 지금 가장 주목받는 스무명의 여성 창작자들이 이 질문에 답한다.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표현에서는 자연스럽게 여성연대나 자매애가 연상된다. 하지만 언니라는 호칭이 상대방의 개인성을 지우고 보살피는 역할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 묻는 임지은 작가의 편지와, 늘 보살핌만 받던 자신이 어느새 언니가 되어 다른 이를 챙기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오지은 작가의 편지는 언니라는 역할을 양면에서 생각해보게 한다.

 

퀴어 퍼포먼스 아티스트 이반지하와 여성학자 정희진의 편지는 그 젠더적 함의와 연대적 가치를 각각 퀴어 아티스트와 페미니스트 학자의 입장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반지하는 젠더이론가 주디스 버틀러를 형님이라고 칭하며 언니라는 호칭이 발화자와 청자를 여성이라는 틀에 가두고 있음을 짚어내고, 정희진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통쾌하게 비틀며 여성 간의 연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으며, 페미니스트는 더 치열하게 싸우고 논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간문 특유의 내밀한 고백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지금 한국에서 여성으로, 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의 절망과 괴로움이다. 허난설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당신과 다르게 현대의 여성들은 자유롭게 글을 쓰고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조선시대 여성의 불행에 공감한다고 고백하는 김겨울 작가의 편지와, 여아낙태로 태어나지 못한 언니에게 편지를 쓰며 운이 좋아 태어난 여성에게도 삶은 때로 지옥과 같다고 말하는 유진목 시인의 편지는 나란히 읽힌다.

 

뮤지션이자 작가 이랑은 재일조선인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2021년 한국에서 여전히 차별금지법을 주장해야 하는 현실을 토로하고, 작가 김혼비는 여성의 몸은 전쟁터라고 말하며 여성의 몸을 옥죄는 사회적 억압을 이야기하며, 배우 손수현은 연예계 동료인 고 설리 씨와 구하라 씨에 대해 쓰며 세상은 정확하게 여자를 가리키며 미워하고 그 미움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날카롭게 짚는다.

 

이들이 말하는 나의 언니는 베아트릭스 포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주디스 버틀러 형님 등의 잘 알려진 인물부터 태어나지 못한 언니, 미래의 나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지금 이곳의 여성 창작자들이 그리는,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언니들의 연결망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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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